시내버스 타고 온 老兵에게 4만원짜리 택시 타라는 (주)통일전망대 (동영상)

엊그제 간성을 거쳐 화진포해수욕장에 가면서 속초에서 탄 시내버스 행선지에 통일전망대가 적혀 있어 운전기사에게 어떻게 하면 갈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출입신고소에 가서 신고서를 적어내면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오후 늦게 화진포 백사장에 도착했기에 이승만 대통령 별장과 이른바 김일성 별장 촬영은 다음날로 미루고 거진항 숙소로 돌아오면서 역시 동해상사 1번 시내버스 운전기사에게 통일전망대 가는 방편을 확인했더니 같은 대답이었다.

여간 작심해선 가기 힘든 곳이라 꼭 한번 둘러보고 싶어 어제 아침 거진에서 속초에서 오는 1번 시내버스를 타고 통일전망대로 향했더니 대진리 해수욕장 부근 종점에 내려주면서 찻길을 따라 걸어서 출입신고서에 가 신고한 후 셔틀을 타고 들어가라고 했다.

표지판을 보니 출입신고소까지 700m. 한여름에 무거운 배낭을 지고 걷기엔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통일전망대에서 금강산을 한번 구경하겠다는 기대를 안고 오르막길을 올라가니 왼쪽에 출입신고소가 나오면서 (주)통일전망대라 적힌 깔끔한 버스가 한 대 보여
저게 셔틀버스인가 보다 생각하고선 서둘러 신고소로 들어갔다.

관광매점 깊숙이 자리잡은 신고창구 앞에는 서너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차례가 되어 입장료 3000원을 꺼내며 출입신고서를 달라고 하자 차량이 뭐냐기에 버스를 타고 왔다니까 대뜸 하는 말이 카풀을 구해야 들어갈 수 있다며 고개를 홱 돌려버리는 것이었다.

이것 봐라, 대한민국 땅에 아직도 이런 불친절이 있다니…벌컥 치미는 분을 삭이는데 같은 버스를 타고 와서 뒤에 섰던 60대 남자분 역시 표정이 팍 사그러들면서 난감해하는 것이었다.

어디서 오셨냐고 말을 붙이니 수원에서 사는데 옛날 근무하던 부대가 있던 간성에 온 김에 통일전망대 구경을 왔다고 했다. 무슨 부대에 근무했느냐고 물었더니 공교롭게도 필자가 1976년 7월에 부임했던 그 부대에서 1961년부터 근무했다는 게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함께 밖으로 나와 대기중인 승합차-승용차 행렬을 보니 가족끼리 친지끼리 단체끼리 오손도손 가는 분위기에 도대체 어디 가서 좀 태워 달라고 사정해야 하나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아 망설이니 모처럼 동행한 집사람이 식당인가 어디로 달려 가더니 얼마 후 돌아와선 택시를 부르면 타고 들어갈 수 있단다며 환한 표정으로 전화를 걸어 얼마냐고 물었다.

요금은 4만원. 부대 선배님까지 셋이서 그만하면 되겠다 싶어 신용카드를 받느냐고 물었더니 안 받는다고 해서 호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서 전화기를 닫고 나서 입구 쪽으로 터덕터덕 걸어 나오니 안내원과 몇 마디 나누고 옆에 서서 담배를 꺼내무는 선배님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까 본 그 버스가 보여, 다가가서 살펴 보니 크기로나 산뜻한 모양새로나 셔틀버스감으로 안성맞춤. 이건 도대체 어디다 쓰는 걸까?


버스에 적힌 전화번호로 거니 젊은 여성이 받기에 이렇게 좋은 버스가 있는데 왜 셔틀을 운행않느냐니까 직원들 출퇴근용이라는 대답이었다.


안보교육장 옆 사무실로 찾아가서 그 여직원에게 시내버스 운전사들은 이구동성 셔틀버스가 있다는데 왜 운행을 않고서 차편을 구걸하라 하느냐고 따지니 예전엔 운행하다가 지난해 10월부터 운행을 않는다고 했다.

잠시 기다리니 사무실 책임자가 들어오기에 사정을 이야기하며 한 사람이라도 더 둘러봐야 할 국민안보관광지에서 군대시절 옛 추억을 더듬어 버스를 타고 찾아오는 老兵들도 적지 않을 텐데 일반 기업체도 아닌 재향군인회 산하 업체에서 이렇게 대접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강력하게 항의했더니 방문객 대부분이 차를 갖고 오는 바람에 버스 이용자가 적어 셔틀버스 운행을 부득이 중지했다면서 이해를 구했다.

그런 변동이 있으면 시내버스 회사에다 자세히 알려서 외지에서 온 승객들이 물을 때 정확하게 안내토록 해야지 열 달이 지나도록 엉터리 안내를 계속해서 방문객들을 골탕 먹이면 되느냐고 따졌더니 신용카드로 택시를 이용할 방법을 주선해 보겠다고 애써 성의를 표시했지만 4만원이나 주고 선뜻 둘러볼 마음이 없어 깨끗이 단념하고 돌아나왔다.

그 길로 화진포의 이승만 대통령 별장 등을 둘러보고 저녁 늦게 서울로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주)통일전망대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공지사항에 셔틀버스 운행 중지가 올려져 있다.

'대중교통으로 오신 분들께'라는 제목으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통일전망대 구간 셔틀차량은 운행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출입을 하시고자 하시면 현지에 오셔서 택시를 호출 또는
카풀을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택시요금은 현지 관광 대기시간 (약 1시간)을 고려하여
40,000원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올린 날짜를 살펴보니 지난해 7월31일. 박세직 직전 재향군인회장이 急逝한지 불과 나흘 뒤로 향군장으로 올림픽홀에서 영결식을 거행하고 대전국립현충원에서 안장식이 거행된 바로 그날 지도부의 유고를 틈타 공공의 이익을 저버리고 지역 택시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조치를 취했다는 심증이 든다.

(주)통일전망대와 대한민국재향군인회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귀하들이 지금 통일전망대에서 대중교통 이용객들에게 취하고 있는 조치는 버스를 타고 먼 길을 찾아오는 6·25참전용사 등 선량한 방문객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는 차별행위임과 아울러 全국민의 통일안보교육장을 지역 택시업자들의 돈벌이 장소로 전락시키는 일방적 횡포로서 재향군인회 설립 취지에도 어긋나는 부당한 처사이니만큼 감사원 등 관계 당국의 감사 및 시정조치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즉각 시정하기 바란다.

참고로,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캐네베럴 우주기지의 경우 모든 방문객들로 하여금 차량을 주차장에 주차시킨 다음 소정의 이용료를 내고 셔틀버스를 이용해서 아폴로우주선을 쏘아 올린 타이탄 로켓 격납고 등을 관람하도록 하며 승용차-승합차 등 차량행렬을 거느리고 안내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단 찾아온 사람이 차편이 없어, 돈이 없어 돌아가는 법은 없다.


1. 시내버스 종점서 출입신고소 가는 길



2. 출입신고서 접수 창구




3. 차편 못 구해 난감해하는 老兵



4. 직원 출퇴근용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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