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 미래연구원 연구처장
미국의 유명한 북한 문제 전문가 중에 니콜라스 에버슈타트(Nicholas Eberstadt)라는 학자가 있다. 이분은 본시 인구 통계 학자였는데 북한의 인구에 대해 연구하던 중 100만 명 정도가 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숫자가 군사력인 것 같다고 추정했다. 북한 군사력을 이보다 훨씬 적게 추정하던 당시, 에버슈타트 박사의 분석은 놀라운 것이었다. 차후 그의 주장은 신빙성을 얻게 되었고 북한에 관한 유명한 학자가 되었다.
에버슈타트 박사가 최근 중국의 통계에 관한 아주 의미 있는 논문을 작성했는데, 이번 전략 이야기에는 그의 주장을 요약 소개하기로 한다.
국가의 흥망성쇠를 분석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학자들은 경제력, 군사력을 중심으로 설명하는데 사실 경제력, 군사력의 원천이 되는 것은 그 나라의 인구 상황이다. 또한 어느 나라가 향후 수십 년 동안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인가 혹은 쇠퇴할 것인가? 군사력은 막강해질 것인가 그렇지 못할 것인가? 를 예측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며 정확한 분석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반면 인구의 패턴을 분석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며 또한 거의 정확한 예측도 가능하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에버슈타트 박사가 저술한 논문은 중국은 이미 ‘치명적인 체제위기’(lethal systemic crisis) 에 빠져 들어갔다고 보고 있는데 향후 중국 인구의 패턴을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출산율은 1.7(즉 중국 여성의 평생 동안 출산하는 아동의 숫자)인데 이는 중국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 같은 출산율이 지속될 경우, 중국의 각 세대는 그 앞의 세대보다 인구 숫자가 약 20%씩 적어지게 된다. 1980년 당시 중국인들의 연령 중앙가(median)는 22세였는데 2005년 중국인들의 연령 중앙가는 32세, 현재와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30년 중국인 연령 중앙가는 41세가 된다. 즉 2030년 중국 인구의 절반은 42세 이상, 나머지 절반이 40세 이하라는 말이다.
중국의 인구 고령화를 마치 쓰나미와 같은 충격이 될 것이라고 비유하는 에버슈타트 박사는 1980년 당시 중국에는 65세 이상의 노인 1명당 일을 하는 국민이 12명이었지만 현재는 1:9 그리고 2030년에는 1:4로 그 비율이 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즉 2030년에는 일하는 중국시민 4명이 65세 이상의 어른 한 명씩을 부양해야 할 것이라는 의미다. 2030년에 이르면 중국 인구 중 65세 이상인 사람들이 2억4000만에 이르리라 추정된다. 15세부터 64세의 노동 가능 인력의 평균 연령도 계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데 현재는 36세, 2030년에는 42세로 추정된다.
물론 노령화 현상은 중국에만 고유한 것은 아니다. 많은 선진국들이 이같은 과정을 겪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이미 노령 국가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일본경제가 중국에게 밀리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2005년 현재 일본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은 20.6%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국이 일본을 앞섰다고(2010년 전반기 중국 GDP가 일본을 앞섰다 한다) 우쭐대고 있지만 중국이 일본 수준으로 노령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2025년 흑룡강성 같은 지역은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이 21%가 될 것이라고 예측되며 현재 세계최고 연령 중앙가가 일본의 43.2세인데 2025년 중국 31개 성 중 9곳이 현재 일본보다 오히려 연령 평균이 더 높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측된다.
그런데 중국의 노령화는 일본이나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한 가지 가장 중요한 측면에서 결정적으로 불리하다. 일본 등 선진국은 국가가 노령화되기 이전에 모두 부자가 된 나라들이다. 중국의 경우는 국가가 부자가 되기 이전에 노령화가 된다는 사실이 문제이며, 특히 중국 중에서도 경제가 낙후된 지역에서 노령화가 제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거의 재앙 수준의 문제다.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요녕성, 길림성 등은 연 평균 소득이 겨우 1000불 정도(2001년 기준)에 불과하다. 미국, 일본 유럽 선진국을 젊었을 때 이미 부자가 된 노인이라 본다면 중국은 가난한 채 노령기를 맞이할 사람이라고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1990년대 초반 회갑을 맞은 중국인들은 평균 5명의 자식을 두고 있었지만 2025년 회갑을 맞을 중국인들의 자식 수는 2명에도 못 미친다. 1990년대 초반 회갑을 맞은 중국의 60대 여인 중, 아들 을 낳지 못한 사람은 7%였지만, 현재 60세인 중국 여인 중 아들이 없는 사람은 10%이며, 2025년 60세가 될 중국 여인들 중, 아들이 없는 사람은 30% 이상 에 이를 것이다.
아들의 비율을 표시하는 이유는 중국적 가족제도에서 아들이란 부모를 부양하는 공식적인 제도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노년층을 부양해주던 중요한 가족 제도의 붕괴가 눈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에버슈타트 박사는 이를 중국사회에서 이미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인간적인 비극(a slow motion humanitarian tragedy already underway)이라고 묘사한다. 중국의 인구통계가 말해주는 또 다른 비극, 혹은 재앙은 여자와 남자의 인구 비율이다. 인구 학자들은 남자와 여자의 비율이 107:100 이상 되는 것은 도저히 있으면 안 될 상황이라고 판단 한다.
중국의 인구조사에 의하면 1982년생의 경우 남녀 비율이 108.5:100이었다. 1990년의 경우 111:100, 1995년의 약식 조사에 의하면 115:100 이상이었다. 2000년 11월 조사 자료에 의하면 그해 남녀 출생 비율은 120:100이었다. 믿기지 않는 이같은 놀라운 숫자가 사실이라면 중국은 앞으로 재앙 수준의 폭동 상태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다.
보다 정확한 자료라고 볼 수 있는 2000 년도 인구조사 당시 7세(학교에 입학하는 나이)인 중국인은 남녀 비율이 117:100 이었고, 2005년 당시 4세 이하 중국 어린이들의 성비는 여자 100명당 남자 123명 이었다.
너무나 황당한 수치에 놀라 처음에는 자료의 신빙성에 의심을 품었던 에버슈타트 박사는 이 같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 성비 불평등 비율은 사실(“impossible" sex ratios at birth are, in fact, real) 이라고 평가한다. 앞으로 중국 남자들 중 거의 4분의 1은 여자가 없어서 결혼을 못할 것이다. 그래서 많은 중국 젊은 남성이 오직 결혼이라도 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령화의 급속한 진전과, 자녀 하나만 낳기라는 독재국가의 강압통치의 결과 남녀 성비 불평등이라는 괴물을 가지게 된 중국이 경제 발전을 지속하고, 안정된 사회를 건설하고,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며, 세계의 패권국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얘기다. 중국이 2030년쯤이면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대문짝만한, 그러나 매우 식상하고, 동의하기도 어려운 신문 기사를 읽다가 과거에 읽었던 에버슈타트 박사의 글이 생각나서 정리해 보았다.
에버슈타트 박사의 글은 다음 책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Gary J. Schmitt (편), The Rise of China: Essays on the Future Competition (New York: Encounter Books, 2009). 제 7장. Nicholas Eberstadt, "Will China(Continue to )Rise?" pp. 13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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