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택시는 불황이 없는 직업 >
저는 그동안 꾸준히 수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경기가 나쁘다고 해서 학생이 학교를 안 가는 것도 아니고, 회사원이 직장을 안 가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경기침체로 장거리 손님이 준 것은 느낄 수 있습니다.… 택시 경력자들은 아시겠지만 장거리 손님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갈 때야 좋지만 인천에 도착 후 빈 차로 서울까지 나와야 되고 혹시라도 있을까 해서 두리번거리다 손님도, 시간도 다 빼앗겨 당황하신 경우가 쓴웃음과 함께 떠오르실 겁니다. 사실 손님만 연결된다면 기본요금 손님이 제일 좋은 것 아닙니까? 600원어치만, 혹은 1200원어치만 가다가 내리시는 효자 같은 손님이니까 말입니다. 장거리 손님이 타시든, 기본요금 손님이 타시든, 열심히 태우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 2. 스스로 왕따가 되어야 산다. >
택시회사에는 터줏대감이 있기 마련입니다. 配車(배차)부장이라고… 좌우간 택시기사들과 가장 밀접한 관계인 분입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의 부장님 성함을 6년 만에 알았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택시회사에는 모임이 유난히 많습니다.… 그런데 모임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책상에 앉아 10분간 얘기하고 헤어질 수야 없지요. 열심히 일하다 보니 배도 출출하고 하니 밥이나 먹자고 모이는 곳이 식당. 사나이들이 밥만 어떻게 먹습니까. 가볍게 반주로 소주를 곁들입니다.… 그렇게 흘러간 시간은 어쩌란 말입니까?… 근무태만인 거죠. 대한민국의 어떤 회사도 근무태만자를 그냥 두지는 않습니다. 일반회사라면 人事考課(인사고과)에 반영되어 미래가 어둡겠지요.… 왜 일반회사원은 심각해하고 택시기사는 심각해하지 않는 건가요?… 왜 저는 300만원의 가까운 돈을 아내에게 갖다주는데 왜 당신은 그것의 반도 못 갖다주시나요?
< 3. 新車 안 준다고 불만 갖지 마세요. >
우리의 일터는 서울시내 도로입니다. 그런데도 회사를 옮기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차량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제 나온 신차가 배정되길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겠지만 새로 입사하는 분들께는 신차가 배정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회사가 자기에게만 불이익을 준다는 생각을 갖는 기사가 있습니다.… 사실 저는 2003년 11월 입사 후, 줄곧 7년 정도를 일하고 있습니다만, 신차를 배정받은 것은 입사 후 4년 6개월이 지난 후였습니다.… 회사에 불만을 표시한 적도 한 번 없었습니다.… 불만을 갖기 시작하면 끝이 없듯이 이해를 하기 시작해도 끝이 없습니다. 나는 이 차로도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믿었고 노후된 차량도 신차보다 좋은 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 4. 택시기사 수입은 자기하기 나름 >
지금도 회사에서 배차부장 金 부장이 부르는 제 별명은 ‘일벌레’입니다. 저는 저에게 배당된 하루 12시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또한 나머지 12시간도 일하는 12시간을 위한 충전의 시간으로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회사 내에서는 그 누구와도 시간을 보내지 않습니다. 출근하자마자 차 갖고 나오고 일 끝나자마자 집으로 옵니다.… 휴가도 주간근무 때만 사용하고 年휴가 15일도 다 사용하지 않습니다. 원칙적으로 친척 결혼식, 장례식 참석하지 않습니다.… “아빠 택시운전하련다”라고 말했을 때의 저의 심정을, 다시 말해 初心(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5. 기사식당을 멀리하라. >
결론을 미리 말씀드리면, 택시기사는 근무 중 식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하루 두 끼면 안 될 것도 없다는 것이지요.… 출근하실 때 사방 곳곳에 있는 김밥 집에서 1000원짜리 김밥 한 줄을 사세요. 그리고 출출하실 때 빈차 5대 정도 서 있는 곳에 정차한 후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세요.… 식사하는 시간은 30분이면 충분하지만 먹으려고 신경 쓰느라 돈벌이에 소홀했던 시간까지 합하면 1시간은 족히 일을 못하신 겁니다.… 시간당 주간에는 1만원, 야간에는 1만5000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고 가정 했을 때, 40만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소한 일들이 모여 큰돈이 되는 겁니다.
< 6. 친절은 돈이다. >
택시기사는 불친절하다고 온 백성이 난리입니다. 왜 불친절할까요? 불친절해도 문을 안 닫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선택권이 택시에 있다는 말이지요.… 아예 ‘택시=불친절’로 낙인이 찍히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친절의 대가는 ‘돈이 안 되는 손님’에게서 나오는 것입니다. 가까운 거리인데 나올 때 전혀 손님이 없는 곳에 가는 승객이나 가까운 거리인데 골목길을 누비고 가야 되는 승객, 가까운 거리인데 뒤 트렁크까지 물건 싣고 가는 승객…(중략)…등이 여기에 해당되겠지요.… 이런 승객들에게 친절로 대한다면 워낙 불친절한 기사가 많다보니 승객들이 감동을 하게 되는 것이고 그것은 바로 ‘친절의 대가’인 돈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 7. 승차거부해서 형편 좀 나아지셨습니까? >
많은 택시기사가 승객을 골라 태웁니다. 물론 택시기사 입장에서 보면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 얼머의 수입을 올리느냐에 따라 그날 수입액이 결정되긴 합니다. 하지만 승객입장에서 볼 때 그런 행동은 불법이며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행동입니다.… 과연 승차거부 및 골라 태우기를 하면 돈을 많이 벌까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그 곳에서의 승객은 기사 맘에 맞는 분으로 태울 수 있을 겁니다만, 그 승객 도착시키고 난 후엔 어쩔 것입니까? 말 그대로 택시운수업은 아무도 모르는 운에 따르는 것입니다. 저는 창문을 살짝 내리고 손님을 고르지 않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나 자신이 치사해지기 때문입니다.
< 8. 택시기사가 한 달에 300만원 버는 방법 >
주간에 5만원, 야간에 10만원 정도의 순수익을 올리면 됩니다. 2010년 회사 사납금이 11만원 정도 되니까 주간에 16만원 야간에 21만원 정도 올리면 됩니다. 그러면 주간 13일 근무에 65만원, 야간 13일 근무에 13만원, 여기에 봉급수령액이 약 80만원, 거기에 친절의 대가 등으로 받은 돈 25만원. 65만원+130만원+80만원+25만원 = 300만원.… 친절의 대가가 25만원이 안된다고요? 그런 얘기 어디 가서 하지 마세요. 불친절한 것이 뭐 자랑입니까?… 2010년 현재 58세에 당뇨와 친구 된 지 22년 된 왼쪽다리도 못 쓰는 저도 이루는 목표인데… 고지가 바로 저기인데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 9. 택시는 늘 불황이다? >
택시를 시작한 지 7년 전부터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시간까지 신문이나 방송에서 택시 잘 된다는 얘기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말 나온 김에 따져봅시다.… 서울 시내에서 아니 전국에서 택시 수십 대가 꼬리를 물고 서 있을 만한 데가 어디 있습니까? 결국 고속터미널이나 서울역 정도가 될 것입니다.… 저는 이런 방송 한번 듣고 싶습니다. “시청자께서 보시다시피 빈차에 꼬리를 물고 승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택시기사의 얼굴에선 조급함은커녕 여유마저 느껴지고 있습니다. 하기야 저희보다 더 나은 중산층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시니 나름 노하우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긍정적인 보도를 하면 어렵게 사시는 분들도 힘을 내게 됩니다. “택시기사도 중산층으로 사는데 내가 왜 이러지?”라면서 말입니다.
월간조선 10월호 “不況을 이긴 한 택시운전 기사 이야기” 기사 발췌·요약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한 택시기사의 自傳(자전)수기’가 화제다. 10여 년간 택시운전을 한 이창우(58)씨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택시를 몰아 月 300만원을 번다. 그는 “‘택시회사에 입사한 사람 중 80%가 3개월 안에 떠난다’고 하는데 저는 그 사람들한테 말해주고 싶습니다. ‘300만원을 버는데 떠나긴 왜 떠나느냐’고…” 모두가 ‘불황, 불황’하며 세상에 손가락질할 때 어떻게 월 300만원이라는 매출을 꾸준히 올릴 수 있었는지 그의 택시운전 철학을 발췌·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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