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권력세습에 대한 각당 반응

민주당,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교류협력을 통한 개방 촉진해야"
한나라당-민노당은 침묵, 자유선진당만 세습비판
북한이 김정은으로의 3대째 권력세습을 공식화했다. 김정은 조선인민군 대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이와 함께 김정일의 여동생인 김경희도 인민군 대장이 됐다.

이는 한 마디로 김정은 시대가 되어도 ‘선군(先軍)정치’라는 이름의 군사독재를 계속해 나갈 것이며, 개혁개방이나 남북관계의 개선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오히려 인민군대를 권력배경으로 하는 김정은 체제는 김정일 못지않게 호전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천안함 사태나 작년 7월의 사이버테러가 김정은의 작품이라는 관측도 있다.

어찌됐건 김정은으로의 권력세습은 한반도정세와 관련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우리 정당들의 대응이 가관이다.

한나라당은 27일 오후 5시 30분 현재 아무런 성명이나 논평이 없다. 오늘 나온 한나라당 대변인의 발표는 김황식 총리 내정자 인사청문회, 내년도 예산안, 국정감사, 9-28서울수복 60주년 관련, 뭐 이런 것들뿐이다.

민주당은 조영택 대변인 명의의 ‘서면브리핑’을 통해 한 마디 했다. 민주당은 이 브리핑에서 “김정은에게 대장 칭호를 부여한 것이 김정은 후계구도의 공식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우리로서는 아무리 체제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면서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대북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철저한 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하겠다”고 논평했다. 그런데 그 대책이라는 것이 가관이다. “그 길은 바로 교류협력을 통한 개방을 촉진시켜 나가는 것이 첩경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대한민국의 역대 정권에 대해서는 사생결단의 각오로 투쟁해 온 자들이, 이승만-박정희에 대해서는 원색적 비난과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던 자들이, 이명박 정부가 법과 질서를 강조하기만 해도 ‘민주주의의 후퇴’니 ‘이명박 독재’니 하던 자들이, 북한의 3대 세습독재에 대해서는 고작 한다는 소리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란다. 그러고는 대(代)를 이어 호전적인 선군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북한을 향해 여전히 햇볕정책으로 대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그야말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기야 ‘서면브리핑’이라는 형식 자체가 북한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민주당의 난처한 입장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당명을 ‘민주당’으로 내건 정당이 이게 뭔가? 3대 권력세습에 대해 그런 식으로 침묵할 양이면, 당명에서 ‘민주’ 두 글자를 떼어내는 것이 정직한 행동일 것이다.

종북(從北)정당인 민주노동당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들도 이 시간 현재 북한 권력세습 공식화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대신 얼마 전 사망한 비전향 장기수 박선애의 장례식에 북한에 있는 그녀의 남편 윤희보가 참석하는 것을 불허한 통일부를 맹비난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소위 ‘원로통일운동가’의 마지막 가는 길에 대해서는 그렇게 알뜰한 관심을 표명하는 자들이 북한의 권력세습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나마 할 말을 화끈하게 한 정당은 보수정당임을 자임하는 자유선진당뿐이다. 자유선진당은 ‘애송이와 일가친척을 대장 추대하는 이상한 나라, 북한’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 28살 청년 대장이라니! 무협지나 만화에서도 나오지 않는 얘기”라고 통렬히 비꼬면서 “2012년 강성대국 건설과 선군정치 체제 속에서 군부를 장악하기 위해 김정은이 어떤 돌발행동을 벌일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또한 자신의 존재감을 내외에 드러내야만 하는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무력에 의존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모름지기 대한민국의 정당이라면 최소한 이 정도 성명은 내야 하는 것 아닌가?

역사는 2010년 9월28일, 북한의 3대째 권력세습이라는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의 정당들이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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