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헌법의 不和

再錄/ [집중취재] 盧武鉉과 憲法의 不和
*2003년10월호 월간조선 게재 기사



盧武鉉 대통령은 55년간 축적돼 온 대한민국적 가치와 정면 충돌하고 있다. 그가 과연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



法治의 수호자가 法은 꼭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니 나라의 中心이 사라지고 국지적으로 無法천지가 되고 있다


金演光 月刊朝鮮 차장(부장직무 대행) (yeonkwang@chosun.com)

권력에 짓밟힌 헌법학 원로의 所信




『참, 이래서 어떻게 학자가 말을 하고 글을 쓸 수가 있겠어요』

지난 9월8일 오전 기자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헌법학계의 元老인 金哲洙(김철수·71) 서울大 명예교수는 이렇게 한탄했다. 그는 朝鮮日報에 쓴 時論(시론) 「(국회의) 해임건의안에는 거부권이 없다」(9월4일자) 때문에 이른바 좌파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 중이었다. 오마이뉴스는 그를 『대한민국의 학문권력을 장악했던 교수』라고 공격했다. 「언론권력」이라는 造語에 이어, 「학문권력」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고안된 것이다.

盧대통령과 주변은 「권력이 정의의 개혁세력인 우리를 박해하고 있다」는 레토릭과 이미지를 탁월하게 구사한다.

하지만 金교수가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은 月刊朝鮮 9월호 인터뷰에서 소상하게 털어놓은 자신의 학자적 양식을 그대로 담아 놓은 것에 불과하다. 盧武鉉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갑자기 쓴 글이 아니라는 얘기다.


「홍위병」

月刊朝鮮 인터뷰가 곤욕을 치르는 단서가 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金교수는 『해도 너무 한다』고 했다.

『「金哲洙가 李會昌을 지지했다. 한 자리 하려고 한나라당 편을 들었다」고 주장을 해요. 정치판 기웃거리지 않고, 평생 공부만 한 학자를 이렇게 욕보여도 되나요. 자신들과 다른 주장을 하면 인격파탄자로 몰아 버리니, 「홍위병」이라는 얘기를 듣는 것 아닙니까?』

―金교수님께서 헌법학개론 책에 「해임을 건의하는 것은 법적 구속력이 있으나,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대통령은 이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고 쓴 부분을 문제 삼고 있더군요.

『金斗官(김두관)씨를 해임하지 않아야 할 특별한 사유가 있습니까? 그가 그만두면 국정에 엄청난 장애를 초래할 일이 있습니까? 야당의 정치공세는 늘 있는 일입니다. 대통령이 그걸 잘못이라고 비난하는 것과 국회가 집단적으로 내놓은 의사를 대통령이 거부하는 것과는 별개의 얘기입니다』

―盧武鉉 대통령까지 나서서 『해임건의안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계속 얘기하고 있습니다.

『정말 답답합니다. 장관과 차관의 任免權(임면권)이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있고, 장관과 차관은 대통령에게만 책임을 진다면, 뭐하러 「해임건의안」을 헌법에 규정했습니까. 국무총리와 장관이 국민의 대표기관에 책임을 지게 하려고 해임건의안 제도를 도입한 겁니다. 그게 憲法精神이에요. 「대통령은 (해임건의안을) 반드시 받아들여야 한다」고 규정해야, 강제력이 있는 건 아닙니다. 해임건의안 제도가 왜 헌법에 언급됐는지 생각하면 더 이상 얘기할 게 없어요』


歷代정권이 만든 관행도 무시하는 대통령

헌법에 대한 최종적인 해석 권한은 헌법재판소가 갖는다.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지(헌법 제69조), 해석할 권한은 없다. 盧武鉉 대통령도 이 점은 알고 있는 듯하다.

지난 9월4일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 의회 지도자 모임에서 崔秉烈(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헌법 위반」이라고 규정하자, 盧대통령은 『그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응수했다.

하지만 文喜相(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은 다음날 곧바로 『(盧대통령의 발언은) 조크였다』며, 憲裁 회부 가능성을 전면 부인했다.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면 대통령은 이에 반드시 따를 법적 의무가 있느냐」에 대해서는 헌법학자들의 견해가 다소 엇갈린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을 부인하는 헌법학자들도 「국회의 해임건의안 통과가 갖는 의미를 무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金龍潭(김용담) 대법관은 9월4일 국회에서 있었던 인사청문회에서 해임건의안에 대해 같은 입장을 밝혔다.

<鄭鎭碩 의원(자민련) : 「국회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는 헌법 제63조는 대통령의 수용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습니다. 이런 것을 이유로 해서 청와대와 대통령은 「법적으로 대통령이 국회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아도 관계없다, 국회의 해임건의는 강제규정이 아니다」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견해를 밝혀 주십시오.

金龍潭 : 해임의결, 해임건의라는 것은 결국 대통령제 국가에서 내각책임제적 요소를 얼마만큼 가늠하느냐 하는 것에 의해서 결정이 되는 것이고, 지금 말씀하시는 조문 하나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라, 헌법 전체를 봐서 현재의 헌법상 의원내각제적 요소가 얼마만큼 가미되었다고 판단하느냐 하는 것에 의해서 결정될 텐데?

鄭鎭碩 : 국회의 해임건의권에 대한 헌법정신을 진정하게 구현하는 방향이 무엇입니까. 이것은 어느 정도로 존중되어야 하는 사항입니까.

金龍潭 : 종래의 해임건의안이 모두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고 있고, 그래서 일반적으로 이야기한다고 하면 국회의 의사는 가능한 존중되는 것이 옳다는 생각입니다. 그것이 원칙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위헌이냐, 아니냐라는 문제는 또 별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관한 우리의 의원내각제적 요소가 얼마만큼 가미되었느냐 하는 것은 제가 말씀드리기가 조금 어렵게 검토가 안 되었습니다>

1공화국 이후 국회를 통과한 「해임결의안」과 「해임건의안」 다섯 건은 모두 대통령에 의해 수용됐다. 盧武鉉 대통령은 「국회의 의사를 가능한 한 존중해야 한다」는 헌법학계와 법조계의 상식, 헌정 관행을 무시한 채, 「법적 구속력은 없다」는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대통령과 대한민국적 가치와의 충돌

청와대의 주장에 대해 한나라당 朴振(박진) 대변인은 『대통령의 월권이자 헌법정신의 유린』이라며 『盧대통령이 「變種 독재」의 길을 가고 있다』고 규정했다.

洪思德(홍사덕) 원내총무는 이렇게 주장했다.

『대통령이 어떠 조치를 취하건 金斗官 장관은 이미 해임됐다. 金장관은 헌법에 의해 그 수명이 끝났다. 대통령은 사실상 헌법을 유린한 것이다.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하는 것은 자기 부정이다. 헌법의 아들이 헌법을 유린하는 것은 자기 부정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金斗官씨가 장관 자격으로는 절대 국회에 나오지 못하게 하겠다』

말들은 과격하지만 한나라당은 행동하지 못하는, 不妊政黨(불임정당)의 면모를 계속 보여 주고 있다. 헌법이 유린됐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그 흔한 규탄대회 한번 열지 않았다. 盧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집중적인 공격에도 불구하고, 金斗官 장관을 이끌고 9월8일 부산에서 열린 시도지사회의에 참석했다. 한나라당의 경고가 전혀 두렵지 않다는 示威(시위)였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런 얘기를 했다.

『청와대가 해임건의안이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金斗官 탄핵소추안을 내야 한다. 탄핵결의안이나 해임건의안이나 국회 재적 과반수만 있으면 된다.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했다고 말만 할 게 아니다. 행동해야 한다. 민주당이 지금 신파와 구파로 갈라져 있다. 구파를 끌어들여서 대통령 탄핵결의안을 통과시킬 수도 있다.

탄핵결의안은 盧武鉉 대통령이 「앗, 뜨거라」며, 金斗官 해임건의안을 받게 만드는 압박카드가 된다. 한나라당은 「巨野(거야)의 오만을 보여서는 안 된다」던 李會昌 시절의 마인드에서 한발도 벗어나지 못했다. 盧武鉉이 국정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자리에서 끌어내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金大中·金泳三씨가 야당 시절에 정권 무너질까 봐 투쟁을 자제했다는 얘기를 나는 들어보지 못했다』

盧武鉉 대통령은 일요일인 9월7일 오전 청와대 기자실로 내려와 다시 한 번 자신의 헌법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헌법학계 원로인 金哲洙 교수의 해석을 「극소수 의견」으로 몰아세우면서, 헌법 해석의 권위를 자신이 갖고 있는 듯이 말했다.

이야기가 산만하지만 그대로 소개한다.

<법적으로 자꾸 얘기하는데 법적으로 구속력이 없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다. 헌법학자들로 하면 거의 모든 학자가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얘기하고, 金哲洙 교수만 애매하게 구속력 있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는데 제가 어제 저녁에 심야토론도 봤는데 어느 토론자도 법적 구속력에 대해서는 주장하지 않더라, 그러니까 崔秉烈 대표께서 헌법위반 얘기한 것은 저한테 은근히 겁주신 것이다>

<제가 받고 안 받고를 결정하기 이전에 그 논리(법적 구속력이 있다)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옛날에 군사정권 시절에 독재하고 국민들 탄압하고 하면서 국민들이 거기에 저항하니까 시끄럽죠. 그러니까 맨날 사회 혼란, 안정 이렇게 주장하면서 저항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래서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이지 시끄러우냐, 시끄럽지 않냐 이것을 가지고 은근히 밀어붙이려고 하고 또 그것을 수용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것은 너무 타협적인 자세다>

그는 해임건의안 거부 시기에 대해 『충분히 국민들 여론을 통해서 상황에 대한 판단을 하고 그 다음에 받더라도 받는다』고 밝혔다. 헌법의 규정이나 국민 대의기관인 국회 결정보다는 여론의 움직임에 따르겠다는 「포퓰리스트(대중추종주의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盧武鉉 대통령이 「헌법을 새롭게 해석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대통령 당선자 시절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의 도입과 관련해, 『기존의 헌법 해석을 바꿔서라도 임기 중에 반드시 도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헌법재판소가 상속증여 요건과 관련한 법규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한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헌법 해석도 시대상황에 따라 바뀌고 불변의 것은 아닌데, 하물며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시대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법치 파괴

대통령이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의 해석을 바꾸겠다며, 공개적인 「헌법 파괴」를 다짐한 것이다. 그는 대통령이 어떻게 헌법 해석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金哲洙 교수는 『盧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헌법재판소의 고유 권능인 「헌법 해석」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변호사를 했다는 분이 사법체계에 대한 기본인식이 전혀 안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盧武鉉 정부 출범 이후 가뜩이나 취약했던 우리 사회의 적법 절차(due process)는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대한민국이 광복 이후 55년간 쌓아 온 대한민국적 가치관을 허물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적인 가치관은 무엇일까?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입헌민주주의, 법원과 의회의 독립을 통한 3권 분립, 언론의 자유,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바탕한 통일, 헌법과 법에 의한 지배, 기업활동의 자유다.

그는 자신의 집권 6개월을 「권위주의의 해체 기간」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盧武鉉 집권 6개월」은 대한민국적 가치의 해체 기간이었다. 盧武鉉 대통령이 정당과 언론기관, 대법원과 검찰 같은 헌법기관과 충돌하는 일이 이제는 낯익은 일들이 됐다.

국회가 헌법절차에 따라 해임건의를 한 장관을 데리고 다니며 盧대통령이 『최대한 키워 주고 싶다』고 떠드는 상황에서, 부안군민들에게 『적법절차에 따른 결정을 존중하라』고 얘기해서 먹힐 까닭이 없다.

한국사회에서 法治가 허물어지고 있는 근원에는 盧대통령의 헌법 경시가 자리잡고 있다.

무엇보다 法의 수호자여야 할 盧武鉉 대통령은 헌법과 법, 法治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법이 국민적 동의 없이 만들어졌다』

지난 6월11일 盧武鉉 대통령 주재의 「국민경제 자문회의」에 참석했던 한 경제 원로의 傳言(전언)이다.

『한 참석 인사가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얘기하자, 盧武鉉 대통령이 갑자기 나섰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법은 국민적 동의가 없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법과 원칙보다는 대화와 타협이 중요하다」는 요지였다. 盧대통령에게 법이라는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할 확정적인 규범이 아니라, 언제든지 고칠 수 있는 약속인 셈이다. 나는 이 양반이 自然法(자연법)에 기반한 사회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實定法(실정법)보다 인민들의 자연법적인 권리가 우선한다는 생각말이다. 극좌파나 극우파가 자연법적인 권리와 저항을 얘기할 수는 있겠지만, 대통령이 자연법적인 인식을 가져서는 곤란하다. 盧대통령이 이런 생각을 견지하는 한, 이 정부에서는 「대화와 타협」이 법과 원칙을 압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인 盧武鉉의 역정은 法治나 적법절차 준수와는 크게 동떨어져 있다.

<盧武鉉 변호사는 부산에서 인권변호사 일을 썩 열심히 하지 않았다. 金光一 변호사(前 청와대 비서실장)가 『盧武鉉은 인권·노동 변론이 생기는 게 없다며 기피했다』고 주장했지만 그건 사실과 다르다. 盧武鉉 변호사는 시국사건 변론에 회의를 갖고 있었다. 「민주화를 탄압하는 사법절차에 들러리를 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었다. 공안검사들의 변론 방해를 재판부가 적극 제지하지 않자 『이런 변론 못 하겠다』며 재판서류를 던지고 법정을 뛰쳐나간 적이 있다. 대신 그는 거리의 투사로 변신했다> (1980년대 부산에서 함께 인권변론을 했던 한 변호사)

盧武鉉 의원은 1988년 12월26일 現代 중공업 파업현장에서 『법은 정당할 때 지키고 정당하지 않을 때는 지키지 않아야 합니다』, 『노동자가 모두 염병을 해서 자빠져 버리면 우리 사회는 그날로 끝입니다』, 『그런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사회를 위해 다 함께 노력합시다』고 발언했다.

당시 그는 통일민주당의 現代중공업 파업사태 진상조사단장이었다.

얼마 뒤 열린 통일민주당 당무회의에서는 盧武鉉 의원의 과격한 말과 가벼운 처신이 문제됐다.

<現代중공업 파업사태가 일어나자 盧의원이 『조사하러 가겠다』며 자원했다. 그런 그가 파업현장에서 『정당하지 않은 법은 지키지 말라』고 선동한 게 알려지자 黨이 시끄러워졌다. 몇몇 중진들은 당무회의에서 『黨의 입장도 고려해야지, 그런 과격한 발언을 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요지로 비판했다.

盧武鉉 의원은 조사보고서를 책상 위에 내던지며, 『앞으로 이 盧武鉉이는 통일민주당의 의원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으로서만 말하고 행동하겠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당시 통일민주당의 黨僚)

「변호사 못해 먹겠다」, 「국회의원 못해 먹겠다」며 서류를 내던지는 모습은 1989년 5共 청문회에서 全斗煥 前 대통령을 향해 국회의원 명패를 내던지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화려한 왕따」, 「영원한 非주류」의 길을 그는 선택했다.

그는 기성의 질서와 법을 철저하게 경멸하는 자세를 견지했다.

대통령으로서 헌법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확립된 헌정 관행을 파기하는 것은 그 자연스러운 연장일지도 모른다.


무법천지 자초

盧대통령과 13代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같이 한 정치인은 『정치인 盧武鉉은 「운동권 本流(본류)」와 기성 권위에 대한 콤플렉스가 아주 강했다』며 『기성질서와 적법 절차에 대한 존중은 그와 전혀 어울릴 수 없는 가치였다』고 기억했다.

『盧武鉉 의원은 노래를 불러도 운동권 노래를 부르고, 말을 해도 운동권 용어를 사용했다. 운동권 출신 젊은이들과 가까이 지냈다. 노동운동의 메인 스트림도 아니면서, 골수 운동권보다 더 과격한 발언을 했다. 대표적인 예가 현대중공업 파업현장에서의 발언이었다. 회의하다가 盧의원이 「서울大 나온 새끼들이…」 같은 말을 해서 싸우기도 했다. 운동권 본류라고 할 수 있는 金槿泰(김근태), 李協(이협), 張琪杓(장기표) 같은 이들에게 거부감을 직설적으로 표현해서, 관계가 소원해지는 일도 있었다』

그런 그에게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지키는 책임이 넘겨진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하나같이 「盧武鉉 式」 문제해결 방법을 따르고 있다.

화물연대, 전교조, 조흥은행 노조가 직접 청와대와 담판을 벌였고, 盧武鉉 청와대는 「적법절차」를 생략한 채 시민·사회단체들과의 대화에 응해 法治의 실종을 자초했다. 核발전소 수거물 저장소 설치를 놓고, 부안군민들은 군수를 집단폭행하기에 이르렀다.

대한민국에서 이제 법이 설 자리는 없다. 개인과 집단이 모두 자신의 잣대에 따라 지켜야 할 「정당한 법」과 지키지 않아도 되는 「정당하지 않은 법」을 가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盧武鉉 대통령이 法治에 대해 확고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지 않는 한, 萬人(만인)이 判官(판관)인 한국사회의 혼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전당대회를 취재하면서 한 달 가까이 지켜본 정치인 盧武鉉의 말은 독특했다.

그는 精製되지 않은 말들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李仁濟 후보 측이 양민학살의 주범이었던 장인의 사상문제를 제기하자, 『그러면 아내를 버리라는 말입니까』라는 感性(감성)의 언어로 반격했다.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존폐 같은 정책 현안에 대해선 말을 쉽게 바꿨다.

<盧武鉉 후보는 세 가지 언어를 混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현장의 언어, 하나는 소신과 철학의 언어, 하나는 현실 정치인으로서의 언어다. 그가 어떤 언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에게서는 선동가, 사회개혁운동가, 현실 정치인이라는 세 개의 얼굴이 나타난다.

게다가 그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수준이 다른 여러 개의 언어를 상황에 따라, 가끔은 전술적으로도 쏟아 내는 그의 독특한 언어구사는 강력한 호소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이걸 묶어 놓으면 혼란스럽다> (月刊朝鮮 2002년 5월호, 「盧武鉉의 이념과 정책 논리」)


코드가 法治를 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 관련 언급은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이어졌다. 그런 그의 심중을 읽어 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코드」가 맞는 측근들이다. 盧대통령이 『(전교조를) 강하게 밀어붙이라』고 말하는데도, 청와대의 文在寅(문재인) 민정수석과 尹錫弘(윤석홍) 교육부총리는 전교조를 몰래 만나 협상을 벌였다.

대통령은 이들의 抗命(항명)을 질책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대통령의 말을 무시하고 대통령의 진심(코드)을 읽어 냈다. 그래서 관료들은 법을 무력화시키는 대통령의 「코드」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어떻게 그 코드에 맞춰서 행동할까 戰戰兢兢(전전긍긍)이다.

한국사회에서는 코드가 法治를 대체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盧武鉉 사람들은 「순수 혈통주의」를 견지하고 있다. 철저히 盧武鉉을 중심에 놓고, 언제부터 盧武鉉과 한편이 되었는지가, 순수 혈통을 가르는 유일한 기준이다.

이들은 권력을 향해 잡초처럼 끈질기게 살아왔다. 단순히 어려울 때 도왔다고 무조건 한편이 될 수는 없다. 韓光玉(한광옥) 朴智元(박지원) 前 대통령 비서실장, 鄭大哲(정대철) 대표가 그 대표적인 예다. 철저히 색깔과 코드에 근거한 인사는 패거리 의식을 증폭시키고 있다.

연세大 심리학과의 黃相旻(황상민) 교수, 여론조사기관 R&R의 盧圭亨(노규형) 대표(정치심리학 박사)와 만나 「코드 정치」, 盧武鉉 사람들의 특성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였다.


「386」의 폐쇄성

기자 : 盧대통령은 환갑에 가까운 사람인데 스스로를 「83학번」으로 이야기합니다. 자신이 386세대라는 얘긴데, 386세대를 이해하는 코드는 뭔가요.

黃相旻 : 이건 제가 3년째 계속하고 있는 세대분석의 결과입니다. 386세대의 특징은 「동질적 개방형」이에요. 기성 질서와 권위에 대한 반감과 거부가 뚜렷하고, 거기에 대항하는 사람들끼리 동지의식이 강합니다. 요새 유행하는 말로 코드가 맞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대단히 개방적이고 합리적입니다. 그런데 자기하고 뭔가 통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는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폐쇄성을 드러냅니다. 「노사모」(盧武鉉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바로 그런 특성을 대표하는 집단입니다.

盧圭亨 : 코드는 感性이에요. 盧武鉉 그룹에 감성적으로 속하지 않는 사람들은 「나는 코드가 맞는 건가」하며 불안해질 수밖에 없죠. 불행하게도 코드는 토론의 토대가 될 수 없습니다. 코드는 타협이 안 되니까요.

기자 : 盧武鉉 변호사는 형님하고 부동산 투자를 함께 하고, 장수천과 「오아시스 워터」 같은 기업을 운영하고, 1983년에는 일본 오사카에 가서 요트대회에 참석했습니다. 盧대통령은 일본에 가서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시절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변호사로서 누릴 것을 다 누리고 살던 사람이 1980년대에 학생운동권의 사고를 이어받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盧圭亨 : 의식화가 제대로 된 거죠. 1981년 釜林(부림)사건으로 구속된 대학생들을 만나면서 盧武鉉 변호사는 대학 신입생이 서클활동을 하듯이 의식화됐습니다. 국회의원이 되면 교유관계의 폭과 깊이가 달라집니다. 盧武鉉 의원의 경우는 행운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교유하는 사람들이 크게 바뀌지 않았어요. 옛날 친구들이 잘 놀아 준 이유도 있겠고, 본인이 새로운 친구들 쪽으로 가고 싶었지만 기득권층들이 수용을 거부했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黃相旻 : 盧武鉉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왕따」가 될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어요. 盧대통령은 『나는 화려한 왕따가 되겠다』고 나섰어요. 盧대통령이 대학교 졸업해서 언론사에 기자 친구라도 몇 명 있었으면, 언론하고 이렇게 막 나가는 싸움을 벌이지는 않았을 거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왕따가 되는 사회적인 압력을 받을 때 가능하면 자신을 바꾸고, 기성질서에 동화되려고 노력해요. 이 사람은 왜 동화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저는 심리학적으로 이 부분을 상당히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기자 : 盧武鉉 대통령의 오른팔, 왼팔이라는 安熙正(안희정), 李光宰(이광재)씨는 1980년대에 고려大와 연세大의 주사파 학생운동 그룹의 리더였습니다. 盧武鉉 대통령을 포함한 「386그룹」의 소위 민족自主와 사회주의 성향이 세계화, 미국 중심의 세계 자본주의와 정면 충돌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노사모」는 이념집단이 아니라 팬클럽

黃相旻 : 1980년대를 과연 주사파라는 이념의 코드로 읽을 수 있을까요? 민주화운동이 폭발한 1987년 무렵에 이미 전반적인 대학생들은 학생운동권으로부터 멀어졌어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주사파는 「컬트 그룹」(邪敎와 같은 성향을 가진 소수 단체)으로 전락했어요. 1980년대는 조용필의 「팬클럽」이 태동한 대중문화의 코드로 읽어야 합니다.

盧圭亨 :「노사모」는 1980년대 「팬클럽」 문화의 소산입니다. 우리 언론들이 노사모와 盧武鉉 그룹을 어떤 이념적인 정체성 집단으로 보는데, 그건 노사모 현상을 너무 이해하지 못하는 거예요. 노사모가 이라크 파병을 반대했지만, 盧대통령이 파병지지를 결정하면 「아, 역시 고뇌에 찬 결단을 내렸구나」 그렇게 돼요. 노사모가 공식회합을 갖고 盧武鉉 대통령 지지를 발표했잖아요. 노사모는 이념 집단이 아니라 팬클럽이에요.

黃相旻 : 盧武鉉 대통령이나 주위에 있는 그룹들이 자신들의 승리를 「이념의 승리」로 생각하고, 이른바 진보적 이념을 추구한다면 큰 착각이 될 거예요. 자신들의 이념이 아니라, 대중문화 차원의 인기가 승리의 동인이었다는 걸 제대로 인식하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 울퉁불퉁 가게 될 거예요.


허무맹랑한 「국정 아젠다」

기자 : 盧武鉉 대통령을 오래 취재하고 있는 제 대학 동기가 『술 한잔 먹고 어려운 시절 얘기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도대체 무슨 심리냐』고 물어요. 『그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니까 盧武鉉 대통령이라고 해요.

黃相旻 : 盧武鉉 대통령의 감성은 대중을 묶는 가장 중요한 코드입니다. 조-중-동이 연일 『경박하다. 앞뒤가 안 맞는 얘기를 계속한다』고 공격하는데, 대중들이 어느 순간 『좀 그러면 어떠냐』는 감성의 부메랑을 던질지도 모릅니다.

盧圭亨 :「감성은 약하다. 이성은 강하다」 이렇게 이분하면 誤算(오산)입니다. 盧대통령은 아주 강한 의지력의 소유자입니다. 보통 사람이 7년 동안 움막에서 고시공부를 할 수 있겠습니까. 盧武鉉 대통령이 여전히 기성 정치판을 뒤엎을 힘을 가지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 : 실세라는 청와대 사람을 만나 봤더니, 『정책실에서 개혁정책을 만들고 있다. 곧 내놓고 그대로 실천할 것이다』고 해요. 개혁을 얘기하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고백이거든요.

盧圭亨 : 盧武鉉 그룹이 집권은 했는데 『집권세력으로서 너희들의 정체성이 뭐냐』, 『그 정체성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 뭐냐』는 물음에 답을 못 내놓고 있어요.

黃相旻 : 盧武鉉 대통령과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국정 아젠다」라고 내놓은 걸 보면 상당히 허무맹랑해요. 『약한 자를 대변하고, 못 배운 사람도 인간답게 대접받도록 하겠다』는 메시지를 많이 던졌잖아요. 어떻게 그런 목표를 구현할 것인지 전혀 보여 주지를 않아요. 상당히 놀라운 부분이에요.

盧圭亨 : 盧武鉉 대통령 주변의 사람들은 상당히 이데올로기적인 언어를 구사하고, 이데올로기적인 배타성을 보입니다. 이런 이미지를 계속 끌고 가는 게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좋은지 생각해 봐야죠. 지나친 당파성과 이념성은 대통령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통령으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야 합니다.


張琪杓의 예언자적 경고

사회민주당 張琪杓(장기표) 대표는 2002년 한 해 동안 예언자적인 경고를 계속했다. 메시지의 핵심은 「盧武鉉은 절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였다.

<盧武鉉 후보는 우리 사회의 지역 간, 계층 간 대립과 갈등을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지역 간, 계층 간 대립을 격화시킬 것이 분명한 盧武鉉 후보는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

<盧武鉉 후보는 국정운영 방안을 갖고 있지 못하고, 그러면서 생각나는 대로 국정운영 방안을 내놓아서 국정이 표류할 것이다.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 (2002년 5월22일, 「盧武鉉씨는 과연 지역주의에 맞서 싸워 왔는가」)

서울 여의도의 사회민주당 당사에서 만난 張대표는 『盧대통령은 각종 정책 현안에 대해 자신의 뚜렷한 청사진을 내놓지 않고, 이때는 이 얘기, 저때는 저 얘기를 하고 있다』며 『국정 혼선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張대표는 『盧武鉉 대통령을 「운동권 출신」이라고 이름 짓고 「운동권 출신이 오죽하겠느냐. 다 그렇지」라고 하는 게 기분 나쁘다』고 했다.

―盧대통령이 운동권 출신인 것은 사실 아닌가요.

『사실이 아니에요. 민주화 운동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1980년대에 그 정도 민주화 운동 안 한 국민이 어디 있습니까. 그 양반이 대통령 선거 前에 광주에 가서 「5·18 광주 민중항쟁 때 이회창, 정몽준 후보는 어디서 무얼 했느냐」고 했어요. 자기는 그때 뭐 했나요. 그냥 보통 세무변호사 하면서 부동산 투자하고 돈 벌었잖아요. 「나는 광주 민중항쟁 때 아무것도 못 해 부끄럽다」고 했어야죠. 이런 거짓말에 그냥 넘어가는 게 우리 사회입니다』

―盧武鉉 후보가 왜 지역 간, 계층 간 대립을 심화시킬 걸로 예상했습니까.

『盧대통령은 이 사회가 계급적 대립 위에 서 있고, 투쟁이 마치 세상의 본질이고 발전인 양 생각하는 경향이 농후합니다. 시대착오적인 생각입니다. 21세기에는 「자본가와 노동자는 노동의 성격이 다를 뿐이다」는 相生 조화 화합의 새로운 세계관이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지역주의에 계층 간, 세대 간 갈등이 중층적으로 쌓여 가고 있습니다. 盧대통령이 생각을 바꿔야 해요』

―북한 核문제가 확대될 경우 「추가적인 조치」를 하기로 한 韓美 정상회담 합의는 어떻게 평가합니까.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면 해야죠. 그런데 盧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비굴하게 아첨을 떤 것은 굴욕외교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합니다. 盧대통령이 「전쟁은 안 된다」는 데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어요. 대통령 후보 때는 「절대 對北 제재는 안 된다」고 했고, 미국 가서는 북한을 공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온갖 아첨을 하지 않았습니까』

―張대표는 전쟁도 각오해야 한다는 입장입니까.

『때로는 전쟁도, 투쟁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때로는 생명도 걸어야 합니다. 죽음을 각오해야 합니다. 민족도 죽음을 각오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식민지 하라」고 하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맞서 싸워야죠. 북한하고도 전쟁할 수 있는 거예요. 북한이 전쟁을 도발하면 우리가 가만히 있을 겁니까. 「절대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면 군대는 뭣 하러 둡니까. 盧대통령의 애국심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너무 겁을 먹어서 低자세로 나갔어요』


『憎惡로 집권하지는 못한다』

지지기반이 무너져 내리면서 盧武鉉 대통령은 칼날 위에 섰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했고, 盧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匿名(익명)을 요청한 청와대의 한 비서관은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과 한나라당, 李會昌 후보를 지지했던 그룹이 大選 한풀이 차원에서 盧武鉉 압살작전을 펼치고 있다』며 『盧대통령은 한국의 대통령으로서 현실적인 선택을 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盧대통령처럼 그도 기성언론에 불만이 컸다.

―지지층이 이렇게 이탈해서 제대로 국정을 끌고 갈 수 있겠나.

『초반에 80~90% 지지를 받았던 대통령들이 어떻게 됐나? 盧대통령은 다른 지지율 커브를 그릴 것이다. 盧武鉉 후보 지지자들은 그의 옛 워딩을 보고 그를 極左(극좌)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盧대통령은 주어진 현실적 여건 속에서 선택을 해 나가는 사람이다 』

―청와대는 『언론이 대통령의 사소한 발언을 너무 부풀리고 왜곡한다』고 불만이 많던데.

『정치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좇아다니고, 그걸 1면 톱 기사로 쓰는 건 후진적인 언론행태다. 술자리에서 술 먹고 취해서 한 발언을 1면에 쓰는 것과 같다. 왜 기자들이 정치인의 술자리까지 좇아다녀야 하나』

―조-중-동이 너무 혹독하게 盧대통령을 비판한다고 생각하나.

『동아일보는 요즈음 눈 감고 칼을 휘두르고 있다. 정말 겁이 난다. 조선과 중앙이 어쩔 수 없이 동아일보를 따라가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大選 때의 감정으로 글을 쓰고 있다. 기자도 출입처가 바뀌면 몇 달은 버벅대지 않나. 그 기자에게 「특종하라」고 매일 쪼아 대면 암에 걸려 죽거나, 회사를 떠날 것이다. 대통령은 누구나 처음하는 거다. 적어도 6개월은 지켜보는 게 언론의 도리였다』

―허무맹랑한 金大業씨의 거짓 주장 하나로 李會昌씨를 집요하게 괴롭힌 「兵風(병풍)」에 비하면, 盧대통령 형 노건평씨의 부동산 문제나 후원회장 이기명씨의 용인 땅 거래는 실체가 있는 의혹사건 아닌가?

『大選은 끝났다. 그때의 앙금과 감정을 털어 버려야 한다. 盧대통령을 지금부터 이렇게 흔들어서 나라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법을 위반한 게 있다면 처벌하고, 대통령 스스로도 처벌받겠다고 하지 않았나』

―『盧武鉉 대통령의 콘텐츠(contents)가 너무 부실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난 민주당 당내 경선을 하면서, 대통령 선거전을 치르면서 한 해 내내 토론회에 참가했다. 盧武鉉만큼 콘텐츠를 제대로 갖춘 사람을 나는 보지 못했다. 金大中 대통령과 盧武鉉 대통령은 高卒이다. 두 사람 모두 대학에서 엄청나게 별난 걸 배우는 걸로 생각했다. 학력 콤플렉스가 있었다. 그래서 많은 공부를 했다. 韓昇洲(한승주) 駐美대사가 외교에는 밝지만 경제·勞使 문제에서는 盧대통령만큼 알지 못한다. 대중 정치인의 전문성과 콘텐츠가 도대체 어느 정도나 돼야 한다는 말인가』

―盧武鉉 대통령의 「親勞動(친노동)」적인 경제정책이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경제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IMF 외환위기가 金泳三 대통령 때문에 왔다고 주장하는 거나 같은 얘기다. 지금의 경기침체가 왜 盧武鉉 때문인가. 민생 살리기에 주력하려고 한다. 경제가 달라붙는다고 한두 달 안에 성과가 나오는 게 아니지 않나. 이제 우리는 시작일 뿐이다. 「경제가 가라앉는 것은 투자심리 위축 때문이다. 盧武鉉이 오락가락해서 불안해 투자를 못 한다」, 이렇게 몰아붙이면 곤란하다. 경기침체의 원인은 이전 정권부터 누적된 것이다』

―한나라당은 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5년의 교훈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제 출발한 정권에게 그런 얘기를 하는 게 말이 되나. 국민들의 憎惡(증오)에 불을 지를 수는 있지만, 그 憎惡로 집권하지는 못한다. 한나라당은 국민의 공감을 얻을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법과 원칙을 외면한 포퓰리스트

경제부총리와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金滿堤(김만제) 의원은 盧武鉉 정부 6개월을 「오락가락, 엉거주춤」이라며 盧武鉉 대통령을 『법과 원칙을 외면한, 전형적인 포퓰리스트』라고 했다.

金의원은 『盧대통령은 인기가 있는 쪽으로 가다가 여론이 와글와글하면 거꾸로 갔다. 대표적인 게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문제다. 親노동 정책을 펴다가 여론이 나빠지면 주춤하고, 다시 지지기반인 노동계 쪽으로 다가간다』고 말했다.

『조흥은행 민영화, 두산중공업 파업, 화물연대 파업, 철도노조 민영화, 전교조의 NEIS 반대 투쟁 등 노동조합이 관련된 문제에는 모두 달려들어서 法과 원칙을 뒤집어 놓았다. 盧武鉉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이 개입한 노동분야는 다 엉망이 됐다. 반면 카드債 발행, SK 글로벌 같은 문제는 관료들에게 맡겨 나름대로 시스템에 의해 처리됐다』


법치와 현실주의로 가라

盧대통령이 法治와 현실주의의 두 트랙으로 올라서지 않는 한, 이런 우왕좌왕은 임기 내내 계속될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盧武鉉 대통령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실업자가 양산되는 3% 低성장下에서는 성장촉진책을 써야 한다. 노동자를 봐주고, 분배와 복지에 신경 쓰려고 하면 경제는 더 가라앉게 된다. 성장이 안 되는데 무얼 나누나. 「구조조정은 불황기에 해야 한다」는 건 책상물림들의 얘기다. 3% 이하로 성장률이 떨어지는 데 견딜 정권은 없다』

金의원은 盧武鉉 정부가 핵심 정책과제로 내세우는 「東北亞 경제중심 건설」을 『허황한 캐치 프레이즈』라고 잘라 말했다.

『경제가 성장해서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 뛰어오르고, 외국인들이 투자하러 와서 버글대야 東北亞 경제중심 국가가 된다. 기업인들이 주머니를 졸라매고, 언제 중국으로 튈까 눈치를 보는데, 무슨 수로 東北亞 경제중심 국가를 만드나. 盧대통령은 東北亞 경제중심 국가 건설이라는 목표와 자신의 親노동 정책이 상충한다는 걸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盧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법과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지지기반을 얻어야 한다. 괴롭겠지만 확실하게 右向右(우향우)를 해야 한다. 한반도에서의 외교안보가 盧武鉉의 당초 구상대로 하나도 안 됐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경제가 성장을 안 하는데 무얼 나누고, 노조를 어떻게 봐주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대통령의 마인드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朴正熙 시대에 만들어진 관료체계는 규율이 완벽하고, 효율적이다. 盧대통령이 내일 아침에 비서들을 다 모아 놓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업을 일으켜야 되겠다. 투자촉진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한마디만 하면, 관료들은 저절로 알아서 움직이게 돼 있다』

―청와대는 『지금은 시스템이 작동하기 전의 과도기』라며, 국무회의에서의 토론이 활성화되는 등 脫권위주의가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고 얘기한다.

『장관은 하루하루 자신의 일을 소화하기도 어렵다. 재벌규제, NEIS 문제는 소관 장관이 아니면 판단을 내릴 수 없다. 정책은 복잡다기하고,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 소관 장관이 아니면 돌아가는 속사정을 알 수가 없다. 「국무회의에서 토론을 활성화시키겠다」는데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이해가 상충하는 사안이 있을 경우, 대통령이 실무자들을 불러 토론을 시키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대통령의 고유한 영역이다』


재야단체 대표, 『盧武鉉은 머리가 없다』

한국의 대표적인 在野운동 단체의 대표도 『盧대통령은 자신이 제시했던 실현 불가능한 공약과 현실 사이를 右往左往(우왕좌왕)하고 있다』며 『盧武鉉씨의 머리 속에 국정을 이끌고 갈 정리된 생각이 애당초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했다.

『盧武鉉 대통령은 「연간 7% 성장」, 「매년 일자리 50만 개 창출」을 약속했다. 재벌 중심의 경제에서 재벌을 북돋우지 않고는 성장을 이룰 수 없다. 개혁을 포기하거나, 가랑이가 찢어지거나 선택은 둘 중의 하나였다. 재벌개혁과 구조조정은 힘있을 때 화끈하게 해치웠어야 했다. 이미 개혁의 동력은 사라졌다. 「경제에 주름이 오더라도」 개혁을 밀어붙이려면 국민의 강력한 지지가 있어야 한다. 40%대의 지지율로 무얼 할 수 있겠나. 조금만 경제가 더 나빠지면, 국민들이 참지 않을 것이다. 바람은 휘몰아쳐야지, 균형을 잡으면 바람은 사라진다. 바람은 끝났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민주당의 李康來(이강래) 의원은 『헝클어진 청와대 시스템을 예전대로 복원하는 게 국정 혼선을 그나마 수습하는 길』이라고 충고했다.

『정부 부처를 관할하던 청와대의 수석들은 폐지하고, 총리실의 직제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국정을 통합, 조정할 컨트롤 타워가 사라져 버렸다. 청와대를 각 부처, 검찰 등 권력기관, 국회와 야당, 언론 시민단체와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펑크 난 것이다.

청와대는 「총리가 국정을 조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총리에게는 그 일을 할 手足(수족)이 없다. 책임총리 운운하지만 한국적인 권력문화에서는 총리가 힘을 쓰지 못한다. 청와대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혼란을 수습할 수 없다. 굳어지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바꾸는 게 상책이다』

李의원은 『청와대를 대통령의 철학과 같은 사람으로만 채우겠다는 발상부터가 잘못됐다』며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고, 복잡다기한 정책을 다룰 수 있는 전문가들을 청와대에 충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盧武鉉 두들겨 패기」가 유행처럼 사회 전반에 번져 가고 있다며, 盧武鉉 대통령을 걱정했다.

『한나라당이 盧대통령을 임기 중간에 끌어내리겠다는 식으로 달려드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만에 하나 그렇게 憲政이 중단될 때의 위험을 생각해야 한다. 야당도 대통령이 제대로 국정을 끌고 가도록 협조해야 한다. 盧武鉉의 실패는 대한민국의 실패이자, 대한민국 국민들의 실패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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