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泳三 전 대통령의 면담 요청을 묵살한 국정원

2000년 8월, 黃長燁 선생 주변에서 있었던 일.
*2000년 6월 평양회담 직후에 쓴 글 再錄

2000년 8월3일 오전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변인 역할을 하는 박종웅 한나라당 의원을 통해서 중요한 발표를 했다. 자신이 구출해온 黃長燁 전 북한노동당 비서를 만나고싶다는 요청을 국가정보원에 두 차례 했는데 거절당했다는 것이었다. 국정원은 거절 이유로 보안문제와 黃長燁씨의 면담 거부 의사를 들더라는 것이다.

나는 그날 오후 黃長燁씨와 통화할 수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오늘 문화일보를 읽고 그 일을 처음으로 알았다. 누구로부터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나를 만나고싶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없다."
황장엽씨는 사회 일각에서 그가 사실상 연금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는 데 대하여, 또 "과연 자유로운가"란 의문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을 하지 않았다.

국가정보원이 전직 대통령의 면담요청을 황장엽 본인한테 전하지 않은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그 동안 국정원은 黃씨에 대한 취재, 인터뷰, 강연 요청을 받아 黃씨에게 전달하고 성사시켜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국정원은 전직 대통령을 취재기자 정도로도 대우해주지 않는 셈이다.

안전문제라고 했지만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경호실에서 지켜주므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있는 곳은 일단 안전한 곳으로 봐야 한다. 더구나 黃長燁씨가 북경에서 우리 공관으로 피신했을 때 직접 나서서 그를 안전하게 국내로 데리고 오도록 한 김영삼 전 대통령이 그를 만날 수 없다면, 그것도 黃長燁 본인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퇴짜를 놓는다면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유를 찾아 남한에 온 황장엽은 과연 자유로운가.
김정일의 범죄를 온 세계에 폭로하여 북한정권을 붕괴시키고 북한동포들을 구출하겠다는 꿈을 안고서, 수많은 가족-친지들을 희생시키고 탈출한 70대 老철학자의 언론자유를 제한하려는 자가 있다면 그는 천벌을 받을 것이다.

이런 말이 생각난다.
직필은 사람이 죽이고 곡필은 하늘이 죽인다.

자유를 위해 목숨 건 탈출을 감행했던 황씨가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곳은 과연 민주국가인가. 황장엽씨의 자유를 제한하는 자들에겐 역사의 저주가 함께 할 것이다.

[ 2000-08-04, 00: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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