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인간 黃長燁

늘 고민하고 思索하면서 최후까지 싸우던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곧 출간될 '惡魔와 천사'의 머리글


필자가 22년간 근무한 月刊朝鮮은 1997년 黃長燁 선생의 탈출을 특종으로 보도하였다. 그로부터 13년간 黃 선생은 늘 우리 곁에 있는 분이었다. 그가 쓴 책 두 권을 월간조선에서 출판하였고, 필자는 두 차례 그의 출판기념회 사회를 보았다. 黃 선생은 별세하기 직전 필자와 金東吉 선생에게 ‘형제적, 동지적, 戰士的 관계로 뭉칩시다’고 제의하였다. 老齡에도 불구하고 늘 깨어 있는 정신이었기에 멀지 않아 세상을 떠날 사람이란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런 그가 갑자기, 하루아침에 우리 곁을 떠났다. 비로소 그가 차지하였던 자리가 컸음을 알게 된다. 그 자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질 것이다. 그리하여 이 ‘分斷시대의 영웅’(李會昌 대표의 논평)은 ‘역사적 인물’로 자리매김 될 것이다.

‘신념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는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목숨을 바쳤다고 해도 그 신념과 실천이 옳은 것이란 보증은 없다. 黃 선생은 자신의 목숨뿐 아니라 가족 親知를 희생시키면서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였다. 그 실천은 역사를 진전시키는 방향이었음이 증명되었다. 한국 知性史에서 매우 드문 사례이다. 그래서 英雄인 것이다.
남북관계를 정치적 관점에서 다룬 인물은 많지만 역사적 관점에서 접근한 이는 李承晩, 朴正熙 정도일 것이다. 黃長燁 선생은 남북관계를 철학자의 관점에서 근원적으로 이해하고 행동한 인물이다. 민족문제의 본질을 가장 깊게 들여다 본 이다. 그가 남긴 珠玉 같은 저술과 語錄은 올바른 문제해결의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는 理念을 ‘공동체의 利害관계에 대한 自覺’이라고 定義하였다. 필자는 이보다 더 핵심적인 설명을 알지 못한다. 黃 선생은 김정일이 하자는 대로 비위를 맞추어야 평화공존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향하여 “인민을 상대로 전쟁중인 자와 공존하자는 이들은 전쟁세력이다”고 질타하였다. 그는 300만이 굶어죽은 것은 무장한 김정일 정권이 비무장한 북한주민들을 상대로 벌인 계급전쟁의 결과라고 했다. 餓死가 아니라 戰死라는 것이다. 黃 선생은 북한의 전쟁 도발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겐, "자기 목숨이 아까워 비행기도 안타는 자가 어떻게 전쟁을 벌이겠는가”라고 되묻기도 하였다. 그는 지옥에서 살면서 천사를 알아본 사람으로서 천국에서 살면서 악마를 동경하는 이들을 가장 경멸하였다. 李承晩, 朴正熙를 비난하는 이들을 향해선 “물에 빠져 죽으러 들어가는 아이를 때려서 끌어내오는 것이 뭐가 나쁜가”라고 했다.

黃 선생에 대하여 공산주의를 버리지 않았고 김일성을 비판하지 않았다고 오해하는 이들이 많다. 이 책을 읽으면 오해가 풀릴 것이다. 그는 “공산주의 이론 속에 있는 계급투쟁론은 필연적으로 1인 독재 체제를 만든다”고 비판하였다. 김일성을 ‘俗物’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黃 선생의 역사적 位相은 대한민국이 주도하여 자유통일을 이룩한 다음 제대로 자리 잡힐 것이다. 그의 탈출은 주체사상의 탈출이었다. 그 충격으로 북한정권은 魂과 정신이 나간 존재로 타락하였다. 김정일은 측근들에게 ‘동무들로부터 수령님의 신임이 사라지면 고깃덩어리가 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黃長燁 선생은 ‘인민들의 신뢰가 사라지면 너 또한 고깃덩어리처럼 亂刺당할 것이다’고 생각하였다고 한다. 黃 선생은 자신의 탈출로써 김정일 정권을 타격하여, 혼이 빠진 고깃덩어리 같은 존재, 즉 組暴이나 마적단 수준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黃 선생은 북한정권으로부터는 빼앗은 思想의 武器를 한국의 지식인들에게 건네주려 하였다. 필자는 이 武器를 받아 쓴 사람으로서 이 위대한 실천적 사상가의 一面이라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껴 이 책을 펴내게 되었다. 韓民族의 가장 큰 모순을 자신의 짐으로 알고 늘 고민하고 思索하면서 최후까지 싸우던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거듭 선생의 冥福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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