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왕십리역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 뒤로 한 母子(모자)가 와서 섰다. 처음부터 그 母子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엿듣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지만, 그 母子는 내 뒤에 바짝 붙어 서있었고 대화 내용도 흥미를 끌어서 귀를 기울이고 말았다.
이제 막 수능을 치른 고3 남학생과 그 어머니는 유학원에 상담을 받고 오는 길인 것 같았다.
“1년 학교 다니고 군대 2년 다녀와서 유학을 가면….”
아들은 시간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머니가 “너도 공부 열심히 해서 회사에서 군대생활 대신하는 그런 걸로 가면 어떠니?(방위산업체 복무를 말하는 듯)”라고 권하자 아들이 “안 돼, 남자는 군대를 갔다와야 해”라며 곧바로 부정했다.
이어진 어머니의 “하긴, 연평도 사건 이후로 해병대 지원자가 늘었다더라”는 말에 아들이 흥분한 듯 조금 큰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갈 거야, 해병대!”
그런 아들에게 어머니는 웃으며 “그래, 갔다 와”라고 대답했다.
천안함 爆沈(폭침)에 이어 연평도 포격 사건까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는 대한민국과 그에 대처하는 관료, 정치인, 軍(군) 지휘부, 정보기관의 행태를 보며 실망을 넘어 절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연히 들은 이 대화로, 이런 아들과 이런 어머니가 있는 나라라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
李知映(조갑제닷컴)
“나도 갈 거야, 해병대!” ― “그래, 갔다 와”
- 李知映(조갑제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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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2-09, 00: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