利敵性에 대한 국가보안법 처벌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

국보법 위반 혐의자 다섯 명 중 네 명은 집행유예…再犯(재범)의 위험 높아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인정된 다섯 명 중 네 명꼴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일보는 10일자 보도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심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진 32명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이 중 78%인 25명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으로 9일 집계됐으며 특히 反국가단체 찬양·고무죄 등으로 기소된 이들 대부분이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 같은 집행유예 비율은 1990년대 50%대에서 크게 높아진 것이라고 중앙일보는 말했다.

최근 북한의 연평도 공격을 찬양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인터넷 카페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사방사)’의 운영자의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그는 2008년 6월 ‘사방사’ 카페를 운영하면서 북한의 核·미사일 개발과 선군정치를 찬양·美化(미화)하는 내용의 이적표현물을 작성·게시한 혐의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인천지법은 황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에 2년을 선고했고, 항소심도 이 형량을 유지했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어 再犯(재범) 위험성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국가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재판 계류중이던 지난달 연평도 공격 직후 “NLL(북방한계선)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무력으로 확인해준 사건입니다. 김정은 대장님이 하고 계십니다”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법원이 재범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집행유예로 석방해 결과적으로 사회 혼란을 부추긴 꼴이 되어 버렸다.

이와 함께 북한 보위부의 지시에 따라 탈북자 가족을 북에 넘긴 중국 동포, 김일성 부자를 찬양하는 내용의 자료집을 제작·반포한 교사들, 중국 선양(瀋陽)의 북한 총영상관에 들어가 월북 경위서를 작성한 50대 등도 집행유예를 받았다.

중앙일보는 북한의 연평도 공격을 계기로 법원이 국가보안법상 利敵性(이적성)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대법원은 지난 1992년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했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인정되지 않으면 이적표현물 취득·소지·제작·반포죄로 처벌 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표현물의 내용이 북한의 對南(대남) 선전·선동 활동에 동조하는 등의 이적성을 담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적행위가 될 지도 모른다는 인식이 있었다면 목적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18년만에 이 판례는 무너졌다. 지난 7월 대법원은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해야 하며 이적표현물임을 인식했다는 사실만으로 이적 목적이 있었다고 추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례를 변경했다. 법원의 이적성 판단 범위가 좁아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많은 공안사범들이 진술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內心(내심)의 의사인 목적성을 입증하기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며 “對共(대공)수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조계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의 남북 해빙 무드가 이어진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대법원이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속에서도 국가보안법 사건에 보수적 입장을 유지했으나 2005~2006년 진보성향의 대법관들이 잇따라 임명되면서 판결 변화가 두드러졌다.

2008년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사건 판결을 놓고 대법원 내 보수-진보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당시 다수의견은 “단체의 실제 활동에서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된다”고 이적단체성을 인정했다. 이에 반해 박시환·김지형·전수안 대법관은“단체의 집단의사를 실현하는 방법이 오로지 무장봉기 등 자유민주질서가 용인할 수 없는 것일 때에 한해 이적단체로 인정해야 한다”며 이적단체성을 부인했다.

중앙일보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법원의 이적표현물·이적단체 판단과 量刑(양형)변화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향후 공안사범 재판에서 북한 연평도 공격을 적극 거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국가보안법 최근 판결

유죄: 2004년 8월 - 대법원,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속 제10기 한총련 대의원 2명에게 징역 2년6월 확정.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북한의 反국가 단체성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

일부유죄: 2008년 4월 - 대법원, 범민련남측본부 전 부의장에 대해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국가존립·안전 등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 있으므로 이적단체에 해당”(다수의견) vs. “무장봉기 등 용인할 수 없는 방법일 때에 한해 이적단체로 인정해야”(소수의견)

무죄: 2009년 9월 - 서울중앙지법, 북한 찬양하고 친구에게 월북 권유한 혐의에 무죄선고. “친구·동료 상대 발언에 불과.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을 해할 명백한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무죄: 2010년 5월 - 서울중앙지법, 김정일찬양 편지 작성해 보낸 혐의에 대해 무죄선고. “편지작성·제출만으론 국가 존립·안전에 해악 끼칠 위협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유죄: 2010년 7월 - 대법원, 실천연대 집행위원에서 징역 2년 확정. “이적행위만으로 목적 추정해선 안되며 ‘이적 목적’은 검사가 증명해야”(다수의견) vs. “명백·현존하는 위험을 유발시킬 목적·의도가 있다는 점을 엄격히 증명해야”(소수의견)

무죄: 2010년 9월 전주지법, ‘빨치산 추모제’에 학생들 참석시키니 전교조 소속 교사에게 1심 이어 무죄선고. “자유민주 질서 해악 끼칠 명백한 위험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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