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는 사람이 늘어났으면...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관객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나는 인상깊게 본 이 영화를 부모님께도 권했다. 아버지는 한국전쟁에 참전하셨고, 어머니는 전쟁의 와중에서 고향 청주에서 왜관까지 피난을 가셨으니, 두 분에게 의미있는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시는 두 분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별로 말씀이 없으셨다. 참전용사인 아버지가 '우리가 그때 그렇게 나라를 구했다'며 목소리를 높일 줄 알았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어머니는 '다음에는 그런 영화 보여주지마. 너무 가슴아프다. 영화 보면서 하나님께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내내 기도드렸다'고 하셨다. 고통없이 자란 우리세대가 60년대 혹은 70년대 시대극을 즐겨 보는 것과는 너무도 다른 현상이었다.

1999년 3월호 月刊朝鮮에 '가장 위대한 세대, 1920년대 사람들'이라는 취재 기사를 쓴 적이 있다. 1927년생인 나의 아버지도 취재대상이었다. 나는 그 기사를 쓰기 전 까지만 해도 아버지가 나에게 해주신 게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취재하면서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이라는 고난을 거친 뒤, 근대화의 역군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신 분들이 바로 아버지 세대라는 것을 알고 머리가 숙여졌다.

정작 자신들의 노후는 준비하지 않고 다음 세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우리의 아버지들. 나라로부터 복지혜택도 받지 못하고, 자녀로부터 냉대받고 있는 게 그분들의 현실이다.

나는 그 기사를 쓴 후부터 친구들이나 후배들에게 '어른들의 노고를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와 함께 '그분들의 경륜과 혜안을 배우고 따라야 한다'는 충고를 하게 되었다. 그러면 '웬 고리타분한 얘기냐. 영감같은 소리냐'는 타박이 돌아오기 일쑤다.

우리 사회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세대간의 갈등, 지역간의 갈등에 이어 이제 이념적 갈등까지 일고 있다. 어른들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기만 한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사선을 넘나들며 수호한 조국을 온몸으로 발전시킨 어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만 있어도 세상은 훨씬 더 밝아질 것이다. 성경에 '감사하라'는 말씀이 수없이 등장한다. '감사를 아는 민족'이 되고 '은혜를 아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만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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