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 (bck07@hanmail.net)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4일 김정일과의 면담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면서 ‘께서’ 등의 극존칭을 사용해 우파진영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원하는 한국 국민의 뜻을 전하고 남북 간에 끊어진 대화의 다리를 재건하는데 일익을 담당하고자 한다”며 “김정일 위원장께 (방북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기자회견 자리이니 만큼 ‘위원장’이라는 호칭을 그렇다 치더라도 ‘께서’라는 존칭은 일반적인 국민정서와는 동떨어진 표현이라는 지적이다.
정 최고위원은 자신이 과거 통일부 장관과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을 맡았던 경험을 강조하면서 “현재의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제가 해야 할 몫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2005년 6월 17일 평양에서 제가 서해 바다의 평화 정착 문제를 제기했을 때 김 위원장께서 거기에 흔쾌히 동의했던 것을 기억한다”고 회상한 뒤, “서해 바다를 육지의 개성공단처럼 만들자고 한 2007년 10·4 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남북 대화를 약속한 북 측의 신년사와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연설을 적극 환영한다”면서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면 풀지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0일, 긴급 외신 기자 회견을 통해 남한 당국에 연평도 사격 훈련 강행 중지를 촉구하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께 10년 전의 북미 공동 코뮈니케의 복원을 위한 이른바 ‘2011 오바마 프로세스’를 시작해야 한다는 공개서한을 보낸 바 있다”면서 “이것은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서 불안에 싸여있던 한국 국민의 염원을 대변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북한이 끝까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국제 사회의 불신에 대해 “2005년 6월 17일 김 위원장께서 ‘미국과의 적대 관계가 해소되고 체제에 대한 안전 보장이 이뤄진다면 핵을 가질 이유가 없으며, 이것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라고 언급한 것을 지금도 분명하게 기억한다”고 말해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이 있다는 ‘색다른’ 전망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위원장께서는 김대중 대통령과 6·15 공동선언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강대국들에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남과 북 당사자가 머리를 맞대고 직접 해결해 가자고 하는 ‘우리 민족끼리’의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며, “전쟁을 막고 평화를 이룩하는 일에 우리 민족끼리 머리를 맞대지 못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최고위원은 마지막으로 “김정일 위원장께서 저의 방북 요청에 대해 다시 한번 ‘통 크게’ 결단한다면 무너진 신뢰를 복원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저의 평양 방문과 면담 요청을 수락해 줄 것을 요망한다”고 말했다.
우파진영, “적의 수장에게 ‘아부성 멘트’ 날려” 맹비난
이날 정 최고의원의 발언에 대해 우파진영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홍관희 자유연합 공동대표는 <독립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설상 우리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공식석상에서 그런 극존칭을 쓰지 않는 법인데 정말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군사 전문가이기도 한 홍 대표는 “하물며 불과 한두 달 전에 우리에게 포격을 가했던 ‘적의 수장’에게 그런 존칭을 쓴다는 것은 ‘아부성 멘트’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평화를 지키겠다는 그 말의 저의를 의심치 않을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아울러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김정일 주도에 의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우리의 장병들이 전사한 후 분노와 슬픔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혈흔이 채 마르기도 전에 북한의 대남 위장평화공세 슬로건인 ‘우리민족끼리’를 복창하며 도발의 원흉인 김정일과 만나겠다는 정동영의 속셈은 과연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홍 대표는 “정치인은 모름지기 국가의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에 최우선적 관심과 책무를 가져야 한다”며, “정동영이 김정일에게 평양방문을 허락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대한민국을 무력 공격한 적과의 동침 행위이자 국가안보를 배신하는 망동”이라고 규탄했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방북을 신청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존칭이라는 것은 공식 직책을 부르는 것만도 존칭인데 그럼 김정일에게 ‘연평도에 포격을 가하신 분’이라고 표현하지 그랬냐”고 힐난했다.
류 전 주필은 “이는 김정일이라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줏대와 자존심의 문제로 객관적인 윤리 기준과 국민정서에도 맞지 않다”면서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그랬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정성(?)에도 불구하고 정 최고위원의 방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연말에도 통일부에 개성공단 방문 요청을 했다가 거부당한 바 있는 정 최고위원의 요청을 만약 북한 측이 승인한다고 해도 통일부가 또 다시 반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독립신문 김봉철 기자 (bck07@hanmail.net)
訪北 요청한 정동영, “김정일 위원장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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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1-04, 1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