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14일 토요일 밤 12시에 방영된 ‘SBS 시사토론’은 ‘무상복지 논쟁, 누가 옳은가?’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토론 패널로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 민주당 전현희 대변인, 전원책 변호사와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출연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요즘 민주당에서 바겐세일을 하듯이 복지정책을 내놓고 있다. 무상복지를 무리하면 재정파탄을 가져온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재정과 예산관련 직책을 역임했던 민주당 의원들도 무상복지 정책에 우려를 표했다. 무상복지, 말은 좋지만 공짜가 어디 있느냐”며 무상복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복지는 사회안전망을 갖춰서 빈곤층으로 하여금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다. 빈곤층을 중산층으로 클 수 있도록 사다리를 놓아 주는 것이 복지이다. 정치인들은 정책적․구조적 문제는 도외시하고 사람들에게 강박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에 치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무상’이라는 말을 쓰는 것 자체가 포퓰리즘的이다. 이땐 무상이 아니라 ‘세금복지’, ‘세금의료’, ‘세금급식’이라고 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사용하는 ‘親서민’이란 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은 당장 인기가 없더라도 달콤한 정책이 아닌 제도적·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세금으로 모든 걸 다 해 주겠다고 하는 것은 막말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무상의료․급식은 선진국에서도 후퇴하고 있는 정책”
전현희 대변인은 “입원환자들의 본인부담률은 10%정도, 외래환자의 부담률은 30~40% 정도로 잡아 환자의 부담률을 줄여나갈 계획”이라며 무상의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의 주장과 달리 OECD Health Data에 따르면 2007년 우리나라 국민의료비 지출 규모는 GDP대비 6.8%수준이며 OECD회원국의 평균 GDP대비 8.9%보다 2.1%P 낮다. 국민의료비 가계본인지출부담률은 35.7%로 OECD 평균인 18.3%보다 높지만 스위스(30.6%)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국민 일인당 의료비 지출은 2007년 1688달러로 OECD 평균 2984달러 보다 낮다. 미국(7290달러)과 일본(2581달러)보다 더 낮은 수치이다. 결국 환자 본인부담률은 선진국 수준과 비슷하며 일인당 의료비 지출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전원책 변호사는 영국의 예를 들어 민주당의 무상복지 정책에 대해 반박했다.
“영국엔 NHS(National Health Service)라는 것이 있습니다. 국가에서 의료 서비스를 담당 해주는 시스템인데 재원 부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우리는 표 때문에 선진국에서 실패한 정책을 받아들이겠다고 하는데 이는 큰 잘못입니다.”
전 변호사는 “영국은 1950년대 이후부터 의료보험, 보육, 급식, 임대 아파트까지 지원했다. 덩달아 노조의 권한도 세져 복지비율이 1975년도엔 피크로 올라가게 됐다. 마가렛 대처가 보수당 당수가 되고 1979년부터 11년 간 복지병을 치료하려 했지만 의료보험 체계만큼은 성공하지 못했다. 영국은 NHS시스템에 돈이 너무 들어가기 때문에 그 비율을 줄이려 한다”고 했다.
그는 무상의료가 확대될 때 유발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사회안전망만 갖추면 되는데 이걸 부자들에게까지 시행해 국민부담을 늘리는 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지금의 의료망을 무상으로 하면 의료 수요가 굉장히 늘어납니다. 현재 우리나라 의사들은 하루에 수술을 전문의가 예닐곱 명 정도 합니다. 영국의 경우는 오전에 한 건, 오후에 한 건 밖에 하지 않습니다. 공공의료로 전환되면 수술을 더 하더라도 자기 보수는 똑같으니까 절대로 더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전원책 변호사는 2011년 1월11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도 “무상의료, 무상급식은 선진국에서도 후퇴하고 있는 정책이다. 영국은 34%지만 순수한 무상급식은 16%로 줄었으며 일본은 무상급식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복지 小國(소국)이 아니”라며 “내년도 복지예산은 86조4000억인데 노무현 정권 마지막인 2007년엔 복지예산이 61조였다. 25조나 복지예산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전 변호사는 “청년실업이나 비정규직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여당이든 야당이든 시혜적인 입장에서 복지를 바라보고 있다. 긍휼의 문제, 시혜의 개념으로 복지 문제에 접근하다 보니 포퓰리즘的인 정책만 남발하고 정책개발은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현희 대변인은 “무상급식 예산을 우선 1조 정도로 투입해 우리 아이들이 눈칫밥 먹지 않고 밥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무상급식 비율을 보면 미국(52.2%), 폴란드(13.7%), 한국(13.2%), 영국(11.6%), 일본(1.7%)로 한국의 무상급식 비율이 일본과 영국에 비해 높다. 무상급식에 따른 정부 부담률 1위는 스웨덴과 핀란드(100%)이고, 독일(60%), 미국(59.4%), 슬로바키아(50%), 한국(32.2%), 영국(30.4%) 순이었다. 순수하게 무상급식을 하는 국가는 단 두 곳이었다. 반면 급식에 따른 학부모 부담률은 2005년 77.1%에서 2007년 71.7%, 2008년 67.0%, 2009년 62.8% 등으로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국민소득 대비 조세부담과 사회보장부담을 뜻하는 국민부담률을 보면 미국과 일본의 국민부담률은 28.3%로 우리나라(26.5%)와 거의 비슷하다. 이는 우리나라의 사회보장부담이 선진국 수준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출처: 한국과 OECD 국가의 학교급식 실태 분석-한국교육개발원).
안영환 대변인은 “서울시 교육청에서 무상급식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학교시설 고치는 예산 1000억 원을 못 줬다. 학부모에게 중요한 것은 급식 뿐 아니라, 안전한 학교, 깨끗한 학교에서 자식이 공부하는 것도 바란다. 어떻게 무상급식비 때문에 학교시설 수리비를 날릴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전원책 변호사도 “무상급식 때문에 줄어드는 예산이 많다. 당장 도시 저소득층 지원비도 깎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세금 늘려 재원마련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간다. 꼭 필요한 사회안전망만 갖추면 되는데 부자들에게까지 시행해 국민들의 부담을 늘리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했다.
“일시적인 4대강 예산과 경직성 복지 예산은 비교 불가”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민주당의 무상복지 프로그램에 대해 “나름대로 의미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재원조달 문제점에 대해 “민주당 측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을 하려면 16조 정도 든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1년 GDP가 경상으로 해서 2010년도에 1200조 가량이다. 16조는 1% 조금 넘어가는 액수”라고 했다. 김 교수는 “재원조달이라는 측면에 과민할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내수진작과 같은 경제․사회적 효과를 유발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대변인은 재원 조달 문제에 대해 “기존의 소득세와 법인세 등 부자감세 철회를 하는 정책을 통해서 예산을 확보하고, 4대강 예산처럼 민주당이 집권하면 복지예산에 우선적으로 투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낭비성 예산을 삭감하고 불요불급한 세금이라든지 감면제도, 건강보험의 징수체계를 개혁해 새로운 징세 없이도 18조 정도를 충분히 확보 할 수 있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2009년 정부 재정수지가 17조62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는 GDP 대비 -1.7% 규모라고 발표했다(총 수입은 255조252억원, 총 지출은 272조873억원을 기록). 재정건전성에서 중요한 수치인 ‘관리대상수지’는 전년도 보다 27조6000천억원이나 급증한 43조2000억원 적자로 나타나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관리대상수지’는 통합재정수지 중 사회보장성 기금(국민연금기금,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기금,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 고용보험기금 등 총 4개의 기금)을 뺀 수치를 말한다. 이들 기금은 미래에 지출해야 할 돈으로 남겨둬야 하므로 기금이 흑자가 되어도 실제로는 사용할 수 없는 돈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복지예산 16조 확보는 현재의 국가 재정상태로는 불가능하다(출처: OECD통계 분석-P&C레포트).
안형환 대변인은 “정부 전문가들의 자체 조사 결과 민주당의 복지예산은 16조가 아닌 작게는 40조 많게는 52조까지 더 든다”고 주장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4대강 예산과 관련 “민주당이 4대강 예산과 복지예산을 비교하지만 성격이 다르다”며 “4대강 예산은 올해 안에 종결되는 예산이지만 복지예산은 종결될 수 없는 硬直(경직)성 예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복지예산이 16조라고 하지만 올해 16조, 내년 16조, 10년이면 160조가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이다. 단순비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전 정부부터 추진해온 ‘국가정비하천사업’에 河川(하천) 일괄 정비 개념을 더한 것이 4대강 사업이며 순 사업비는 15조4000억원이다. 2011년까지 주요하천 정비는 종료되며 예산투입은 2012년 初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2011년 복지예산이 86조4000억과 비교하면 전체의 약 14.8% 불과하다. 4대강 사업 이후 하천 유지관리비용은 매년 약 5000억원 가량이며 이는 매년 투입되는 복지 재원보다는 낮은 수치이다(출처: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예산지원팀).
예산 확보 방법에 대해서도 안 대변인은 “부자감세 철회는 있을 수 없다. 이미 논쟁이 끝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복지예산이 전체 국가예산 중 약 28%로 역대 가장 많이 편성했다”고도 했다. 그는 “민주당의 주장대로 무상복지를 실시한다면 복지예산이 전체 예산의 40%가 넘게 돼 남유럽 국가들처럼 복지병에 걸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즉시 무엇이든 해결해 줄 수 있다’던 그리스, 재정 위기 사태
전현희 대변인은 “남유럽 국가들이 국가적 위기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금 OECD의 선진국의 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대부분 40% 이상입니다. 미국의 경우 50%까지 복지예산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8%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복지국가가 아니라 복지로 향해서 막 진입하는 아주 초기단계의 국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앞으로 계속적으로 복지예산을 증가시켜야만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복지예산 비중도 우리나라가 OECD 30개國 중에서 29위입니다. 거의 꼴찌입니다.”
2009년 유근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보건복지재정 적정화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정확한 국제비교를 위해 국민소득을 1만8000달러대로 통일하고 연금 수령자의 증가 속도를 고려했을때 한국의 사회복지지출은 11.83%였다. OECD 평균(20.8%)의 57% 수준이다. 북유럽형의 49%, 미국, 일본의 80%(두 나라 평균은 14.7%)이다. 미국, 일본의 사회복지지출과 큰 차이가 없다. 여러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복지 예산의 비율만 가지고 문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
OECD 국가들의 GDP대비 공공복지 지출은 스웨덴이 29.4%로 1위, 프랑스 29.2%, 독일 26.7%였다. OECD평균 복지지출이 26%이기에 40%를 넘지 않는다. 미국의 공공복지 지출도 15.9%였다. OECD 선진국의 복지비율은 전 대변인의 주장과 달리 소폭 줄이거나 예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독일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사회보호예산 증가율이 0%였고, 일본은 2.1%였다(출처: OECD․국회 예산정책처).
2009년 10월22일字 파이낸셜 타임즈는 “OECD가 세계 각국에 복지예산 축소를 권고했다”는 보도를 했다. 당시 OECD는 “이제 막 글로벌 신용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국가들이 위기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사회복지를 추진할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김연명 교수도 “남유럽 국가들 얘기가 나오는데 그리스와 같은 나라들이 복지로 망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남유럽 재정위기의 현황과 전망 등 관련 보고서 열 몇 개를 봤지만 복지 때문에 망했다는 구절은 한 두 구절 밖에 안 나온다”며 “그 나라들이 위기에 봉착한 것은 EU통합에 따른 제조업 기반과 은행권의 부실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펴낸 ‘남유럽 재정위기와 정책시사점(2010.7)’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高금리 국가였던 남유럽 국가들은 유로화 가입 이후 저금리의 메리트를 향유하였으나 이러한 자금이 생산활동에 유입되기 보다는 非생산 분야(부동산, 복지, 공공부문 임금 인상)에 집중 유입되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김 교수의 주장과는 상반된다.
전원책 변호사는 “국가채무가 420조라고 얼마 전까지 야당에서 ‘국가재정을 바로 잡자’며 한나라당을 공격했다. 그랬던 야당이 이제는 복지를 내세워 빚 갚을 생각은 안하고 ‘우선 쓰고 보자’는 식으로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50%를 복지예산으로 쓴다고 하는데 잘못된 것”이라며 “존슨 대통령 시절 복지를 늘려 1971년도에 복지예산이 전체의 50%를 넘었다. 그걸 레이건 대통령이 줄여서 현재 미국의 복지 예산 비율이 50%가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전 변호사는 “그리스는 ‘무엇이든 즉시 해결해 주겠다’는 복지정책 때문에 그리스의 재정상태가 매우 안 좋아졌다”며 “그리스 군사 정권이 국민소득이 불과 1만 몇 천 달러 일 때부터 과도한 복지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에 재정이 악화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토론단의 배 모씨는 “종신보험, 실비보험 등에 가입된 상태인데 무상의료로 전환된다면 보험을 해약해야 하고 그에 따른 손실은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다. 민주당에서 이런 사회적 로스(loss)에 대한 논의를 한 적이 있느냐”고 민주당 전현희 대변인에게 물었다.
전 대변인은 “사적보험과 공적보험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는 법안을 추진 중에 있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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