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화공세와 우리의 대응

6자회담 재개 움직임 단호하게 경계해야
북한은 작년에 천안함 폭침(3.26) 및 연평도 포격(11.23) 도발과 인민무력부장의 대남 핵공격 위협(12.23)을 가해 온지 일주일 만인 올해 초부터 대대적인 대남 평화공세를 감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무조건 당국간 회담 개최를 주장(1.5)하더니 날이 갈수록 적십자·금강산·개성공단 회담 등 무차별적인 대화공세를 퍼부었다. 최근에는 ‘고위급’ 군사회담 및 남북 국회협상까지 제의(1.20, 1.28)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의 이러한 평화공세는 대화의 진정성이 결여된 것으로 마치 무력도발이 전혀 없었던 것처럼 대내외에 과시하여 국제적 지지획득을 노리는 새로운 형태의 위장 평화공세이자, 전형적인 대남 흔들기 전술로 보인다.

과연 누가 이와 같은 상황에서 벌어지는 남북대화에 무슨 진정성이 있으며, 어떤 생산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믿겠는가? 우리가 바라는 최소한의 진정성이란 북한이 저지른 무력도발에 대해 북한 스스로가 그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하며, 나아가 도발행위 재발 방지책을 약속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다방면적인 대화제의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바라는 약속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 만일 약속을 한다 하여도 언제 또 일방적 파기를 일삼을지 알 수없는 것이 북한의 지금까지의 행태이다. 6자 회담 등 과거 북한과의 제반 협상 경험은 북한과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약속’이었으며, 대화는 항상 북한이 처한 현재의 대내외 위기를 돌파하거나 내밀적 도발준비를 은폐하려는 임시 위장전술에 불과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북한은 왜 사과의 진정성도 없으면서 대화공세를 벌이고 있는 것일까?

북한이 현시점에서 대남 평화공세를 가중시키는 것은 무엇보다 대외적 안보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로 첫째, 천안함 폭침은 대남 군사공작 조직인 정찰총국(총국장 김영철)의 치밀한 계획 하에 우리의 군사적 허점을 파고 든 비공개 도발이었으나, 연평도 포격도발은 휴전협정 체결 이후 최초로 북한 정규군이 우리 영토에 공개적으로 포격하여 무고한 민간인까지 무차별적으로 살상하는 공개적 전쟁도발 행위이다. 이는 선전포고 없는 비열한 군사 공격이자 반인륜적 전쟁범죄이기 때문에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로부터 강력한 비난을 받았다. 이는 마치 북한이 70년대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이 非동맹권으로부터도 거센 비난을 받았던 전례를 상기시킨다. 다시 말해 연평도 포격 도발은 실패한 북한정권을 그간 지탱해온 체제생존 전략의 대외적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는 한반도 주변 환경의 구조적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북한의 전략적 실패는 전 세계의 對北 비난 여론, 한반도 주변 4강의 對北정책 및 조치 강경화, 우리 내부의 자체 핵무장 추진 주장의 부상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주변 4강중 먼저 미국의 동향을 보면 이번 오바마와 후진타오간 미·중 정상회담(1.19) 직전 미국은 중국에 대해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해 미군 재배치와 방어적 자세의 변화, 동북아시아에서의 군사훈련 강화 등 장기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에 북한의 추가도발로 인해 한반도 정세가 다시 불안해질 경우 이와 같은 미국의 결의는 대북정책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사실상 核보유’를 배경으로 한 북한의 공개도발이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 현재 북한은 통제되기 어려운 위험스런 터널을 지나가는 중이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북한의 추가도발 시 미국의 대북정책은 공세적으로 전환할 것이며, 이는 북한에게 커다란 전략적 손실을 안겨줄 것이다.

둘째, 일본은 연평도 포격도발을 전후로 역사적인 적대관계 유산으로 인해 추진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한국과의 군사협력 관계를 한 단계 높이려고 하고 있다. 한일간 본격적인 군사 협력 관계는 과거사문제나 국민 정서상 신속하게 진행되기 어려우나, 북한의 핵위협 등 도발이 지속될 경우 한일간 위협인식 공유·심화를 바탕으로 추진속도가 상당히 빨라질 전망이다. 북한이 생각하기 싫어했던 새로운 주변 안보구조의 변화가 그들을 압박하는 셈이다.

셋째는 러시아의 동향이다. 러시아는 천안함 폭침과는 다르게 연평도 포격도발에는 강력한 대북비판과 함께 최고지도자까지 나서서 북한의 비핵화를 강력 요구했다. 이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이 러시아가 중·북과 유지해온 느슨한 對美·對南 연합전선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는 反인륜적인 전쟁범죄로서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러시아의 변화는 북한에게 가장 뼈아픈 외교전략상 손실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게도 북한의 무모한 도발은 對美·對러 외교에서 수세적인 입장을 초래하게 하고, 내부 對北 강경론자의 발언권을 강화시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천안함·연평도 도발 이후 야기된 대외전략상 손실과 이를 만회하려는 회복전술

한편 한국에 있어서도 북한의 연이은 무력도발과 대남 핵위협, 특히 최근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UEP) 시설 공개는 북한의 비핵화가 이미 대화로 해결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진입했음을 보여 준다. 그 결과 우리 국민사이에도 6자회담 무용론이 부상하고 있으며, 對北 전문가 층을 시발로 하여 우리도 자체 핵무장을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현실적인 추진력을 얻고 있다.

북한의 추가도발이 계속된다면 아마도 자체 핵무장 주장은 날로 확산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러한 현상은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고 핵무장을 하겠다는 고집과 ‘사실상의 핵보유’ 상황을 배경으로 공개도발을 자행했기 때문에 초래된 것이다.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북한의 행태는 한반도 주변 4강중 특히 중국과 러시아에게 북한의 핵공격 위협에 시달리는 우리의 자체 핵무장 추진 주장에 대해 성실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의무마저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대화공세는 천안함·연평도 도발 이후 야기된 대외전략상 손실과 이를 만회하려는 회복전술에 기본 목적을 두고 있다. 대외적으로 가중되는 국제사회 및 미국·중국의 압박을 회피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식량난으로 증폭되고 있는 북한 군부와 민심의 동요를 무마 시키는 한편 6자회담의 조기 개최로 습관적으로 써왔던 대북경제 지원책을 유도하고, 핵무기의 조기개발을 완료할 시간을 버는 동시에 北核폐기 내지 한반도 비핵화 압력을 피해 가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을 통해 김정은 세습체제 구축을 위한 중국과의 정치결속을 다지는 한편 나아가 남북협상 무대의 정치선전화와 친북세력의 입지 강화로 남남 갈등을 심화시켜 한국사회의 국론 분열을 획책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연평도 책임 없는 6자회담을 재개 움직임 단호하게 경계해야

과거 노무현정부에서 NLL은 국경선이 아니며 소위 서해안을 평화지대로 설정, 남북 공동개발을 제시했던 것을 빌미로 북한은 이번 남북한 회담에서 NLL을 무력화시키고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 공론화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회담이 북한의 억지 주장과 진정성 없는 행태로 인해 결렬이 된다면 자신들은 성실히 대화에 임했으나 우리의 반대로 결국 무산되었다는 구실을 만들어 회담의 파기책임을 한국에 떠넘길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궁극적인 책임을 모면코자 천안함, 연평도사건을 명기하지 않은 채, 두루 뭉실한 포괄적인 용어를 사용 “최근의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정치적 매듭을 시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와 같은 북한의 행태는 대남도발에 대한 속죄의 마음에서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들의 도발이 초래한 대외·대남 전략상 심각한 손실이 대외 환경변수로 구조화되어 체제생존을 위협하는 것을 막고, 강대국이 압박한 대화국면에서 전술적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얼굴은 우리를 보고 있으나 생각은 주변 4강을 향해 있으면서 도발로 야기된 대외전략상 심각한 손실의 회복과 국제여론 조작을 기도할 것이다. 결국 북한은 진정성도 없이 부수적으로 경제지원을 얻자는 목적으로 회담을 진행하려 하고 있다. 이는 무모할뿐더러 반인륜적이기도 한 무력도발을 통해 너무 멀리 나갔던 지점에서 최소한 도발이전으로나마 되돌려 보려는 간악한 술책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대외·대남 전략상 손실의 최소화와 회복, 그것이 바로 북한의 대화공세의 의도 중 하나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한 수세적 국면에서 탈출하려는 북한의 시도를 도와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 기회를 통해 북한의 도발이 야기한 부정적 파장을 그들도 뼈 속 깊이 느끼도록 하기 위해 우리의 주장을 한 걸음 더 전진시켜야 한다.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 특히 연평도를 떠난 주민들이 안심하고 돌아와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제반 피해 복구와 복귀에 드는 비용 일체를 우리 기준에 맞춰 보상하도록 하고 그 이후에는 대남·대외적인 무력도발 재발방지를 위한 서약을 즉각 압박해야 한다.

물론 NLL 등 정전체제 무력화 기도에 대해서는 회담 의제 외 비공개 대화시도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의 목적은 북한의 진정한 반성과 보상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지,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선전전이나 두루 뭉실한 사과에 농락당하며 대북 지원이나 재개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그런 회담은 수도 없이 해보았으나 회담 이후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북한은 또 무력도발을 반복하지 않았던가. 이번에 북한이 출구에 다가서려면 도발행위 재발 방지책과 함께 북한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요구를 확실하게 수용해야 한다. 그렇게 되지 못할 경우 대화는 말장난에 불과하고, 경제적 지원을 불가하며 그들의 체제생존을 위한 대외 전략상 손실이 점차 가중될 것임을 경고하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끝으로 정부일각에서는 북한의 천안함, 연평도 도발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고 6자회담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는 단호하게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미 6자회담은 북한의 핵개발저지에 실패한 협상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즉 도발에 대한 사과와 대책 없는 6자회담재개는 북한이 또다시 면책출구로 악용하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konas)

송기호(재향군인회 안보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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