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情院 개입, 文대령은 알고 있었을까?

국방부·국정원 권력투쟁? 이 보도를 믿으란 말인가
1.
국정원 직원의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사건에 대한 의혹이 끊이질 않는다. 가장 큰 쟁점은 이 사건을 112에 신고한 인도네시아 무관 文 모 대령과 국방부가 국정원 개입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이다.

현재 밝혀진 정황은 이렇다.

16일 오전 9시27분쯤 국정원 직원 3명의 숙소 침입사건이 발생한 뒤 국정원은 인도네시아 측에 ‘밑에서 모르고 한 일’이라고 사과했고, 외교통상부도 이런 뜻을 전달하며 무마하려 했다. 그러나 文대령은 이날 밤 9시쯤 호텔에 들어와 사건을 확인한 뒤 밤 11시쯤 국방부 실무 간부에게 2~3차례 전화를 걸어 보고했고, 밤 11시15분쯤 112로 경찰에 신고해 사건이 불거졌다.

文대령의 보고를 접수한 국방부 간부는 이를 이용걸 국방부 차관에게 보고했고, 국방부 지휘부는 ‘이번 사건은 국방부나 군이 개입해선 안 된다. 범인이 단순 절도범인지, 산업스파이인지 아직 알 수 없으니 인도네시아 무관 요구대로 경찰에 신고하는 게 좋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조선일보 2월24일자)


요컨대 文대령 또는 文대령과 국방부가 국정원 개입을 알고 신고했다면, 세간에 떠도는 ‘국방부·국정원 갈등설’, 심지어 ‘정부 내 親盧·親DJ 인맥의 반격설’에 힘이 실린다. 즉 국익(國益) 이전에 특정 부처·집단·세력의 이익을 우선시했다는 것이다. ‘정부 내 親盧·親DJ 인맥의 반격설’은 이번 일로 난처해진 것이 국정원장이나 원세훈 원장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 전체인 점에서 나오는 추측이다. 모든 것은 文대령 또는 국방부의 국정원 개입 인지(認知) 여부와 文대령의 배경·인맥 등에 따라 바뀔 수 있다.

2.
지금까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文대령은 국정원 개입을 모르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22일자 기사에서 軍과 경찰관계자 말을 인용해 “文대령이 단순하게 생각하고 112에만 신고를 한 것 같다. 특사단 숙소에 3명이 무단 침입했다는 사실 외에 자세한 상황은 몰랐던 것 같다”고 했다.

같은 신문은 24일자 기사에서 국방부 관계자 말을 인용, “文대령은 당시 이번 사건에 국정원 개입 여부를 판단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만일 文대령이 국정원을 골탕 먹이기 위해서 경찰에 신고했다면 자신의 신분과 연락처를 경찰에 남겼겠느냐”고 했다.

한국일보 역시 24일 軍관계자 말을 인용해 “文대령은 단순히 신고를 대신 해줬다고 여겼고 신고사실을 따로 보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라며 “이번 특사단에서 방산기밀이 논의될 여지가 없었던 만큼 이런 처신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또 다른 관계자의 말을 인용, ‘국정원 개입을 알고도 신고해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해석에 대해 “너무 소설을 크게 쓴다. 주요사안은 헌병에 신고부터 하는 것이 軍의 기본인데, 가벼운 사건이라 여겼으니 신분까지 밝히며 112에 신고한 것 아니겠냐”고 했다.

3.
기존 언론은 文대령이 국정원 개입을 몰랐다는 일치된 해석을 내놓았다. 다만 文대령의 인지(認知) 여부를 떠나 국방부는 알았을 것이란 해석을 덧붙인 보도는 많다. 이른바 ‘국방부·국정원 갈등설’이다.

조선일보는 24일자 기사에서 “이번 사건을 국방부가 고의로 경찰에 신고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사건에 국정원이 관여됐을 가능성을 짐작할 만한 국방부가 文대령의 경찰 신고를 사실상 묵인한 이유는 여전히 아리송하다”며 “국방부나 기무사 쪽에선 그동안 국정원이 軍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너무 시시콜콜한 것까지 첩보를 수집하는 바람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었던 게 사실”이라는 전직 국방장관 인터뷰를 인용했다.

중앙일보 역시 23일자 기사에서 익명을 요구한 한나라당 정보위원의 말을 인용해 “국방부가 경찰 신고 시간보다 3~4시간 전에 롯데호텔에 있던 국방부 소속 요원들을 통해 국정원 직원의 개입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또 국군기무사령부로부터 사건 개요를 보고받은 민주당 한 정보위원의 말을 인용, “국방부가 국정원이 특사단의 숙소에 잠입했던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건 사실이다. 사건 처리를 놓고 두 권력기관이 갈등을 벌이다가 그 내용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사는 또 “文대령의 112 신고가 있기 전 국방부가 사건 전모를 파악하고 있었으나 국정원과 국방부가 사전 조율에 실패해 文대령이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는 것”이라는 해설도 덧붙였다.

요컨대 상당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방부가 국정원 개입을 알고도 ‘아무 것도 모르는’ 文대령의 112 신고를 허락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해석이다. 우선 국방부가 이번 사건을 폭로해 國益 훼손을 자초할 정도로 反국익 집단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국방부·국정원 권력투쟁’이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해프닝 이전에 국기문란에 해당한다. 문책의 대상은 국정원 이전에 국방부가 될 수 있다. 國益을 위해서 첩보행위를 하다가 실수한 기관을 문책할 것인가? 아니면 첩보행위를 폭로해 國益을 손상한 기관을 문책할 것인가?

이는 국민을 불안케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신고 사안이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북한 관련 첩보행위였다면 어쨌을 것인가?

4.
믿고 싶지 않은 ‘국방부·국정원 갈등설’을 빼고 나면 ▲文대령은 물론 국방부도 국정원 개입을 모르고 112 신고를 했거나 ▲文대령이 국방부 내지 정부 내 특정 인맥 또는 제3의 인맥과 연락을 취한 뒤 112 신고를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前者라면 이번 사건 자체의 뉴스 밸류(news value)가 없는 것이고 後者라면 ‘국방부·국정원 갈등설’ 등에 천착한 현재의 언론이 보도의 핵심을 엉뚱하게 잡은 것이다.

진실은 어느 쪽에 있을까? 누군가는 알고 있지 않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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