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깽판'치는 꼴을 볼 것인가

「彈劾」그 소용돌이 政局
누구를 편들어야하나? ‘王’? 國會?*

李 長 春**
외교평론가․前 외무부대사

* 이 글은 2004년 3월 18일자의 中央日報에 “帝王的 대통령 制動, 國會가 할 일 한 것”의 제목으로 게재된 필자의 기고문과 3월 28일 KBS 2TV “100인 토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彈劾무효 촛불집회 사법처리 논란“에 필자가 패널리스트로 출연하여 밝힌 의견을 보충한 것으로서 월간憲政 2004년 4월호의 卷頭논설로 標題 하에 실렸다.

● 대통령 彈劾訴追는 정치적 死刑구형
● 國會를 탄핵한 'TV쿠데타'
● 누가 國民인가?--國會가 민주의 本體다
● 國會를 무시하면 全體主義가 날뛴다
● 탄핵'被告'의 꼬리표를 달고 다닐 건가?


대통령 彈劾訴追는 정치적 死刑구형

20세기 후반의 세계역사상 전통국가(傳統國家)로는 최대의 경제기적을 이룬 한국의 어린 민주주의가 그 성장의 길목에서 중병(重病)에 걸려 신음하고 있다. 과연 누가 국민이며 무엇이 민주주의인지--who are the people and what is democracy?--를 제대로 모르면 넘을 수 없는 사선(死線) 앞에서 제왕적(帝王的) 대통령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별신(別神)굿을 벌리고 있다.

취임 후 3개월이 채 되기도 전에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고 투덜대기 시작한 노무현대통령은 졸지에 탄핵재판의 ‘피고(被告)‘가 되었다. 국민투표로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불법 대선(大選)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정계로부터 "은퇴할 용의도 있다"는 말을 예사로 품어대다가 그렇게 되었다.
얼마든지 그렇지 않을 수 있었는데 그렇게 된 까닭은 그의 제왕적 오기( 傲氣)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4.15총선을 향한 정략적 유인(誘引)의 소치였던 것 같기도 하다. 어떻든 친인척․측근들의 비리나 북한정권의 불만에 대해서는 쉽게 사과할 수 있었던 그가 진솔한 사과 한마디를 하지 않아 헌정사상 초유의 시끄러운 탄핵정국이 초래됐다.

2004년 3월 12일 국회의 탄핵소추로 정치적으로는 사형(死刑)구형을 받은 셈인 노 대통령이 보인 첫 반응은 헌법재판소(憲裁)가 탄핵을 부결해 주리라는 기대의 표시였다. 종래 대통령직에 대한 미련이 없는 것 같이 대범해 보였던 그는 법적으로 무죄(無罪)선고를 받아 권좌에 복귀하기를 바라고 있다. 쉽게 물러날 것 같기도 했던 그의 말은 확연히 허튼 소리(poppycock)로 판명되고 대통령직에 복귀하기 위한 그의 투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國會를 탄핵한 'TV쿠데타'

헌재가 열리기도 전에 길거리의 탄핵재판이 즉시 시작됐다. 초등학생까지 탄핵규탄 인터뷰에 등장시킨 TV방송은 친노민병(親盧民兵)들이 서울․부산․광주 등에서 벌리는 탄핵규탄 불법(不法)촛불시위를 집중 보도하는데 극성이었다. 대통령과 동일한 헌법기관인 국회와 헌재를 매도․압박하는 불법(不法) 촛불집회가 TV에 비쳐진 바로는 히틀러(Hitler)독일과 김정일(金正日)북한을 포함한 전체주의(全體主義)정권의 권력 과시용 집단체조(mass game)를 연상시킨다.

소위 '민주화시대' 이전이나 하등 다를 것 없이 관변단체들은 어용(御用)의 본색을 드러내는데 주저함이 없다.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국회의 탄핵소추를 공개 규탄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도 총선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조직적 동원(動員)의 냄새가 나는 관제(官製)데모로 나라님을 편드는 ‘왕당파(王黨派)’들은 듣기가 참으로 민망스럽게 “민주수호”를 외친다. 근대 민주주의가 왕(王)의 권력을 빼앗아 국회를 대종으로 하는 헌법기관에 갈라주면서 발전한 것도 모르고 말이다.

광화문의 탄핵재판을 따라 탄핵반대 여론이 거세게 치솟았고 노무현 캠프의 지지율이 총선을 향해 갑자기 올라갔다는 여론조사가 기승이다. TV방송이 최소 중립을 지키거나 탄핵을 지지했더라도 그렇게 되었을까?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그렇게 된 것은 TV가 촛불을 현란하게 비쳐준 결과임에 틀림없다. 가히 ‘TV쿠데타’로 불릴만하다. 본래 쿠데타는 총칼로 권력을 탈취하는 불법적 거사다. 그러나 오늘날은 쿠데타를 위한 총칼이 용도폐기되고 그 대신 TV 등 전자매체가 총칼보다 훨씬 무서운 21세기형 쿠데타 무기로 사용될 수 있게 됐다. 미국의 CNN방송 사장을 정권이 바꿀 수 없는 것은 미국민주주의의 필수조건이다. 제왕적 대통령에 예속된 한국 TV는 신(新)세기형 쿠데타에 노출되어 있다.


누가 國民인가?--國會가 민주의 本體다

권력이 조직하는 탄핵 반대함성은 혁명적 상황(革命的 狀況)을 부르고 있다. 국민(國民)의 뜻에 반(反)한 ‘의회(議會)쿠데타’이기 때문에 국민의 뜻에 따라 무효화되어야 하며 그것을 위해서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도 그만이다라는 것이 그 징표다. 법치주의(法治主義)에 노골적으로 도전해 권력자(權力者)를 감싸는 것은 분명히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짓이다. 4.19학생의거로 전복된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이 연임의 구실로 내세웠던 것도 국민이었고 5.16군사혁명으로 등장한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이 장기집권의 명분으로 빌렸던 것도 국민이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탄핵반대를 위해 국민이 다시 팔리고 있다.

도대체 국민은 뭐 길래 권력자를 위한 방패로 밑도 끝도 없이 입방아에 오르는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상의 국민은 법적 의제(擬制․legal fiction)에 불과하다. 참(眞)국민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선거나 투표할 때에만 그 실상(實像)을 나타낸다. 평소에는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은 국회가 국민으로 행세하기로 약속해 놓고있다. 그것이 대의(代議)민주주의의 근본이며 국회는 그 제도적 본체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pact sunt servanda)‘는 규범은 사회적 평화(平和)의 절대조건이며 민주적 제도(democratic institutions)를 통해서만 참(眞)민주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은 절대명제다. 그것을 무시하면 전체주의(totalitarianism)를 위해 문(門)을 열어주는 꼴이 된다. 아무 영문도 모르고 소위 ‘참여(參與)민주주의’의 깃발 아래 ‘왕(王)’의 볼모로 광화문에서 촛불을 밝히는 국민은 그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國會를 무시하면 全體主義가 날뛴다

한국민주주의는 지금 어느 정도 수준인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헌법 제1조에 규정되어 있는 것은 지금 그렇다(be)는 말이 아니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shall)는 목표를 선언한 것뿐이다. 1948년에 제정될 때나 1987년에 아홉 번째로 개정된 후에도 그 규정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사이에 한국은 많이 달라졌고 앞으로도 계속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선진세계 수준의 민주공화국에 가까워지자면 대단히 긴 세월이 걸린다. 조선왕국(朝鮮王國)에서 일제식민통치(日帝植民統治)를 거쳐 하루아침에 간판을 바꾸어 달았다고 갑자기 민주공화국이 될 수 없었다. 외형상으로는 별로 손색이 없지만 선진적 척도로는 한국민주주의의 현주소가 조선에 가깝다고 인정해야 솔직하다. 전통적 왕국이 선진민주국가 대열에 끼는데 100년은 짧다.

제왕의 딱지가 붙은 한국 대통령은 어떤 자리인가? 헌법상의 권력분립은 모양새다. 국가의 거의 모든 실질적 권력은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다. 인사권에 상한이 거의 없어 어떤 공직도 대통령의 밥이 될 수 있다. 검찰을 포함한 법(法)강행기관의 경우에 더욱 그렇다. 정보를 독점하고 막대한 정보자산을 전용(專用)할 수 있는 권한은 한국 대통령만의 특권이다. 거기에다 대권(大權)에 대한 견제(牽制)를 불충(不忠)으로 여기는 특이한 문화전통이 큰 몫을 한다. 법무부의 신하(臣下)들은 “사소한 위법행위로 탄핵소추를 한 국회가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국회를 '탄핵'하며 충성을 표시했다. 대통령이 법을 위배했다고 들추는 것은 불경(不敬)이며 그를 탄핵하는 것을 타부(taboo)로 여겨 온 것이 한국의 정치문화다.

사실 한국의 어린 민주주의로 말하자면 이번 탄핵소추는 한국의 국회가 낳은 기적(奇蹟)이다. 종래 정권의 시녀로 또는 사이비 민주주의의 장식용에 불과했던 국회가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는 도저히 기대할 수 없었다. 왕권을 찬탈하기 위한 투쟁에서 승리한 결과로 만들어진 국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4.19학생의거 후에는 길고 긴 권위주의시대를 경험했다. 6.29시민봉기로 대통령 직선제를 성취한 이후의 소위 ‘민주화’시대는 왕(王) 같은 대통령을 뽑는 절차만을 ‘민주화’했지 제왕적(帝王的) 대통령을 그대로 두고 ‘유사(類似)’민주주의에 자만해 온 것이 한국의 엄연한 정치현실이다. 삼권분립은 ‘민주공화국’의 명분에 불과하고 국회는 권력의 견제(牽制)를 통한 권력의 균형(均衡)을 잡는 것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탄핵'被告'의 꼬리표를 달고 다닐 건가?

선진세계의 숙성한 민주주의로 말하자면 노 대통령은 국회가 그에 대한 탄핵을 의결하자마자 사임(辭任)했어야 마땅하다. 그것이 진정으로 애국(愛國)하며 문명세계의 최고 덕목인 명예(名譽)와 염치(廉恥)를 지킬 수 있는 길이었다. 미국에서는 헌재가 따로 없고 의회가 탄핵심판을 관장한다. 거의 모든 선진민주국가는 내각제 나라로서 의회가 정부를 불신임하면 정부가 끝나기 때문에 탄핵재판은 케케묵은(obsolete) 제도로 치부되고 있다. 탄핵심판은 기본적으로 정치적 재판이다. 헌법은 말이 법이지 기실은 정치적 약속이다. 그런 약속의 준수여부를 가려내는 것은 정치적 판단에 속한다. 한국은 국회의 탄핵소추에 헌재의 탄핵결정이라는 이중벽을 쳐놓고 제왕적 대통령을 과잉보호하고있다.

어차피 탄핵절차는 개시됐다. 그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조직으로서의 정부는 대통령 권한대행(權限代行)체제 하에서 순조롭게 돌아가고 탄핵 찬반 시비를 제외하면 걱정할만한 동요가 없다. 문제는 9명의 재판관들로 구성된 헌재가 국회의 압도적 다수(193명)로 가결된 탄핵소추를 심판함에 있어서 노 대통령이 무슨 법을 얼마만큼 위반했는지의 여부를 포함해 한국민주주의의 장래와 국가의 운명에 관한 판단을 어떻게 내릴 것인가 이다.

결국 이번 탄핵심판의 정치적 결과는 두 가지 중의 하나로 귀착될 것이다.

하나는 탄핵‘피고’의 꼬리표가 붙은 노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복귀하여 정치적 불구(不具)의 몸으로나마 촛불데모와 방송독점(放送獨占)을 무기 삼아 가두(街頭)'민주주의'를 지휘하면서 파행적 포퓰리즘․천도(遷都)․친북(親北)․반미(反美) 등으로 나라를 “깽판쳐” 나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러한 ‘노무현 현상(現象)’에 종지부가 찍혀 한국의 어린 민주주의가 제도(制度)로 성장하고 정착해 가는 역사적 기원이 열리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은 일거에 쫓겨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 탄핵절차가 그런 대통령의 추방을 위한 시작인 것만은 틀림없다-끝-



** 筆者약력: 1940년 경남 馬山 출생𔅬.19學生革命유공자(건국포장 수령)․고등고시 행정과(외교) 합격․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외교학과 수료․獨逸 본 대학교 수학․美國 하바드 대학교 연구위원 및 日本 케이오대학교 방문교수]․공군중위 예편․재외공관(독일․월남․영국․제네바) 근무․대통령 정무(외교안보)비서관․외무부 국제기구조약국장․외무부 외교정책기획실장․주유엔(뉴욕)대표부 차석대표․駐싱가포르 大使․駐오스트리아/駐비에나 국제기구 大使․駐필리핀 大使�년 퇴임․경희대학교/명지대학교 초빙교수로 2003년 8월까지 國際法/外交學 강의․북한의 核문제에 관한 논문과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을 포함하여 外交評論家로 신문/방송/강연 등에 寄稿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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