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 26일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및 지배구조 선진화’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이건희 회장보다 삼성전자 보유 지분이 높은 국민연금이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라면서 “국민연금이 국내 대기업의 주주권을 적극 행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유로 “이미 거대 권력이 된 대기업을 견제할 효과적인 수단으로 자본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株主權) 행사가 가정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미 거대 권력이 된 대기업’을 견제해야 할 필요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가장 적절하다는 주장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곽승준 위원장은 국민연금이 삼성전자의 2대 주주로서 적합한 주주권을 행사하지 못한 예(例)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을 들었다. “삼성전자는 수년 전부터 스마트폰 시대 도래가 예견됐는데도 기존의 휴대폰 시장에 안주해 아이폰 쇼크에 당황했다”는 것이다.
 
연금공단 이사장이 이건희보다 나은가?
 
참 동의하기 어려운 얘기다.
우선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가 수년 전부터 예견됐다”는 것은 다분히 사후적(事後的) 평가다. 일이 지난 다음에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할 수 있다. 또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를 예견하는 것과, 거기에 대비해서 적시에 적절한 규모의 투자를 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했다면,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를 제때 예견하고 상응하는 대비를 할 수 있었겠느냐 하는 점이다.
 
좀더 탁 까놓고 얘기하자. 지금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은 전광우씨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영대학 교수 출신으로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특보, 국제금융센터 소장, 우리금융그룹 부회장, 딜로이트코리아 회장, 국제금융대사, 금융위원장 등을 역임한 빵빵한 경력의 금융전문가다.
하지만 그의 경력 어디에서도 그가 삼성전자의 대주주로서 주주권을 제대로 행사했다면 이건희 삼성회장이 대처하지 못한(?)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에 잘 대처했을 것이라는 근거는 찾을 수 없다.
 
역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들의 면면을 봐도 마찬가지다. 시중 은행장 출신의 박 모씨,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의 김 모씨, 보건복지부 차관 출신인 장 모씨나 최 모씨, 보건복지부 장관 출신인 차 모씨, 육군중장 출신인 이 모씨...
 
이들은 대개 시류를 잘 타서 정권의 부침(浮沈)에 관계없이 출세가도를 달렸던 관료 출신 인사들이다. 개중에는 기업인이나 경제학자 출신도 있지만, 그 본질에 있어서는 ‘관료적’인 사람들이다.
 
이들 가운데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를 예견하고, 그에 상응하는 과감한 투자를 할 만한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나?
(물론 스마트폰 얘기는 곽승준 위원장이 예로 든 것이듯, 나 역시 하나의 예로 든 것에 불과하다. 스마트폰 문제 말고 다른 경영상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가 수조원의 흑자를 내면서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에도 “10년 후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를 생각하면 진땀이 흐른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10년 후를 위해 고민하고, 임직원들을 다그치고, 거기에 필요한 투자를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게 잘못되면 쪽박을 차게 되는 것도 이건희 회장 자신이다.
 
반면에 역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평생 이건희 회장과 비슷한 고민은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나라에서 주는 월급 받으면서 경력 관리 잘 하고, 우연찮게 공단 이사장으로 와서는 임기 채우고 나가기에 급급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누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삼성전자의 앞날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지는 자명하다.
 
어디 CEO뿐인가? 삼성전자의 임직원과 국민연금공단의 임직원 가운데 누가 더 책임감 있고, 빠릿빠릿한가? 이건 물어보나 마나 아닌가? 단 한 푼도 생산적인 활동은 못하면서,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을 관리, 운용하는 게 전부인, 그리고 국민들은 언제 연금이 바닥날지 몰라서 마음 졸일 때, 노조를 앞세워 자기들의 배부터 불리는 게 국민연금 임직원들 아닌가?
 
CEO건, 임직원이건, 국민연금의 뭐를 보고 그들의 손에 삼성전자를 비롯해 포스코, 현대자동차, LG전자 등의 운명을 맡기자는 것인지 정 말 모르겠다. 기업 말아먹고 나라 말아먹을 일 있나?
 
곽승준,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또 하나, 곽승준 위원장의 발언은 ‘연금사회주의’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위험천만한 것이기도 하다.
 
만일 내년 대선(大選)에서, 혹은 그 이후 대선에서 좌파세력이 정권을 잡고 자신들의 주구(走狗)를 연금공단 이사장으로 내보낸 후 주주권을 행사한답시고 삼성전자나 포스코, 현대자동차, LG전자 등을 좌지우지(左之右之)하는 경우를 상당해 보자.
 
생산에는 털끝만큼도 관심이 없고 오로지 남이 일구어놓은 것은 나누어 먹는데만 관심이 있는 자들이 ‘주주권 행사’라는 합법의 탈을 쓰고 이들 기업의 성과물을 털어 먹겠다고 나선다면?
이들 기업의 미래 투자는 중단될 것이고, 이들 기업의 경쟁력은 순식간에 바닥이 나고 말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중국 등 경쟁국 기업들은 저만치 달려가고 있을 것이고, 대한민국은 다시 빈곤의 나락으로 굴러떨어지고 말 것이다.
 
곽승준 위원장에게 묻겠다. 정녕 ‘공적 연금의 주주권 행사’라는 칼을 휘둘러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바보짓을 하겠느냐고 말이다.
 
미래 말아먹는 미래기획위원회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하겠다. 이명박 정부의 미래기획위원회의 정체성(正體性)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외국에도 미래기획위원회는 있다. 이들은 적어도 20년, 길게는 한 세대 이후 나라의 미래상을 고민하고, 청사진을 그려낸다. 유럽의 선진국 가운데는 정부가 미래기획위원회를 통해 미래비전을 제대로 제시해야만 유권자들이 표를 주는 나라도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미래기획위원회는 ‘미래’가 아니라 ‘눈앞의 현실’만 들여다보고 있다.
그것도 학원 수업시간을 제한한다느니, 연금을 동원해 대기업을 견제해야 한다느니 하는 ‘좌파’ 찜쪄먹는 한심한 소리만 골라서 하고 있다.
미래기획위원회가 뭐라고 한 마디 하는 게 죄다 ‘미래 말아먹을’ 소리뿐이다. 이명박 정권의 미래기획위원회가 노무현 정권의 미래기획위원회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하기야 곽승준만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런 인간을 측근이라고 곁에 두고 위원장을 시킨 게 누구인가? 바로 이명박 대통령 아닌가? 대통령이 ‘중도실용’운운하면서 한눈을 파니까, 좌(左)편향 한국사교과서가 나오고, 그런 교과서로 하는 국사교육이 필수가 되고, 좌파의 주장에 혹해서 장지연 선생의 서훈을 박탈하는 좌파정권도 못했던 일이 거침없이 행해지는 게 아닌가?
 
차두리는 “피곤은 간(肝) 때문”이라고 노래한다. 하지만 자유애국세력이 피곤한 건 간 때문이 아니다. MB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