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택시중에서 들은 MBC 아홉시 뉴스에서 앵커맨이 '(탄핵재판정에서) 느닷없이 색깔론이 제기되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어진 기자의 보도를 들어보니 색깔론이 아니었다. 소추위원측의 李珍雨 변호사가 盧武鉉 대통령의 이념성향에 문제를 제기한 것을 아홉 시 뉴스 진행자는 '느닷없이' '색깔론'이란 변칙적인 보도용어로 설명한 것이었다.
李珍雨 변호사의 문제제기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시청자들에게는 진행자의 '느닷없이'라는 표현이 '느닷없는 것'으로 들렸을 것이다. 이념문제를 제기한 李珍雨 변호사는 그야말로 느닷없이 색채론을 제기한 화가로 돌변했다. 李 변호사는 색깔을 논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사상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것을 색깔론이라고 사석에서야 부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공중파 방송이 엄중한 이념문제를 '색깔론'이라고 비하하는 것은, 이념 논쟁을 통해서 정체성이 드러나면 곤란해지는 측에서 만든 선동적 용어를 기자가 그대로 받아쓰는 것을 뜻한다. '차떼기' 같은 선동적 용어을 기자가 받아쓰면 선동가들의 말장난에 이용된다.
'느닷없이' '색깔론'이란 용어로 해서 MBC 아홉 시 뉴스 제작진이 누구 편을 들고싶은지 짐작이 간다. 객관성을 유지하여야 할 뉴스 보도가 의도를 드러내면 다른 보도 전체도 신뢰성과 공정성을 의심받는다.
'느닷없이'와 '색깔론'이란 말에서는 경멸감과 오만함이 느껴진다. 이런 감정적 단어가 논평이 아닌 보도에 나오니까 더욱 문제인 것이다. 李珍雨 변호사의 문제제기에 대해서 '느닷없다'고 느낀 사람들에게는 앵커맨과 기자의 '느닷없이'란 말이 시청자의 감정의 자유까지 앗아가는 것이고 '정당하다'고 느낀 시청자들에게는 짜증을 보태주었다. 요사이 시중에서 MBC 보도에 대한 격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도 감정이 부른 또 다른 감정이다. 결국 오늘 MBC의 두 다어는 쓸모없는 감정 표현이었다는 이야기이다.
MBC 아홉시 뉴스에는 데스크가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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