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있나?

4월 9일 열린 헌법재판소의 3차 변론과정에서, 국회 소추위원측은 '법보다 밥이 더 중요하다'는 盧대통령의 부산시장 선거 때 발언이 하부구조(infrastructure)를 강조하는 볼셰비키즘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하여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총선을 앞두고 색깔론을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朴준선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색깔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나. 자유민주주의 수호가 대통령의 첫째 의무'라고 언명하였다.

최근 남북관계나 정치 논의에서 종종 제기되는 '색깔론”이란 과연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인가?

여기서 '색깔”이 의미하는 것은 관점(觀點, viewpoint)과 시각(視角)이다. 관점이란 곧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세계관, 역사관, 국가관 등으로, 세계와 역사, 국가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이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세계역사에서 가장 치열하고 극명하게 전개된 두 관점 곧 색깔간의 경쟁과 투쟁은 자유주의와 사회주의간의 이념투쟁일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근현대사도 바로 이러한 이념투쟁으로 얼룩져있다.

이들 두 이념은 근본 출발부터 그 관점과 시각을 달리하고 있다. 예컨대, 자유주의는 인간사회의 가장 큰 덕목을 '자유”에서 찾는다. 자유를 통해서 인간이 고귀해지고 동시에 효율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본다. 그리하여 정치적으로는 독재로부터 자유로운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지향하고, 경제적으로는 사유재산의 확고한 보장과 시장을 통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추구한다.

이에 비해 사회주의는 빈부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다. 자본주의에서 발생하는 일부 폐해(弊害)가 富의 불평등에서 근원하였다고 본다. 그리하여 사유재산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시장경제를 부정한다.

1917년 러시아혁명을 통해 사회주의 체제가 비로소 지구상에 처음 출현한 이후, 지난 70-80년간의 세계사는 사회주의체제가 결국 인간의 기본권을 말살하고, 경제적으로 비효율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붕괴하고 말았음을 동구, 러시아, 그리고 중국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데올로기적 쟁투에서 자유주의가 승리한 것이다. 어느 학자가 지적한 대로, 자유주의의 승리는 이데올로기의 종언(終焉)을 고하였다. 그러나 이데올로기의 종언은 자유체제의 승리를 전제로 한 것이다. 아직도 공산체제와의 싸움이 끝나지 않은 곳에 이데올로기의 종언은 있을 수 없다. 그 전형적인 예가 한반도일 것이다.

한반도에는 김정일체제가 지속됨으로 인해 냉전이 가시지 않고 있다. 그래서 한반도를 '냉전의 고도(孤島)”라고 한다. 한반도에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중화력으로 무장한 백수십만의 군대가 대치하고 있다. 여기에 김정일정권은 핵개발을 지속하고, 실전가능한 위협적인 생물·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한반도에서는 긴장이 가시지 않고 있으며, 분명히 아직 탈냉전은 아니다. 이것은 한국이나 미국의 잘못이 아니라, 김정일정권의 무력 적화노선이 변하지 않고 있는데 기인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색깔론은 매우 중요하다. 색깔론은 구체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철학과 관점, 시각, 곧 자유민주주의 색깔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를 논하는 문제이다. 또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자유민주체제가 대한민국의 국체의 기본임을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6·25 남침을 통해, 붉은 색깔의 김일성 공산군대가 저지른 反민족적, 反인륜적 만행을 체험하면서, 확고한 反공산주의, 자유민주주의 색깔, 곧 자유민주주의·자유시장경제 철학을 갖게 되었고, 이것이 지난 30-40년간 경제도약에 성공한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색깔론”은 투철한 이념무장을 위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모든 지도자들의 필수적인 검증절차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는 현재 '대남 적화전략’을 기본으로 하는 유례없는 군사압제 체제인 김정일정권과 무력대치하고 있다. 2천만 북한주민에 대해 금수(禽獸)같은 인권 만행을 지속하고 있는 김정일 정권을 궤멸시키고, 한반도에서 자유민주주의 통일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체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아울러 북한 김정일체제에 대한 분명한 비판의식을 함양하는 일일 것이다.


洪官憙 (통일연구원 평화안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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