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 한나라당 지지자들도 엄기영 反對에 나섰다”

한나라당이 가는 길과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은 이제 어긋나 버렸다.
1.
“골수 한나라당 지지자들조차 엄기영 反對(반대)에 나섰다”

오늘 식사를 같이 한 강원도의 어느 지방 유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신이 사는 도시에서 과거 한나라당 당직을 맡았던 70~80대 원로들조차 ‘엄기영은 안 된다’며 지지가 아니라 말리고 나섰다고 말했다. ‘2008년 광우병 난동 주범격인 사람을 어떻게 우리 손으로 찍느냐’는 것이다. 지난 해 6·2지방선거 때 右翼들조차 한나라당을 외면한 현상이 올해도 재현된 셈이다.

한나라당은 4·27 敗因(패인)을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소설네트워크서비스) 친화력 부족 같은 지엽적 문제에서 찾고 있다. 강재섭 前대표는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에서 ‘제1당’이 되기는 힘들 것 같다”며 “한나라당은 SNS를 조심해야 한다”, “내년 총선·대선 때도 투표 종료 1~2시간 전에 SNS가 쫙 돌아 젊은이들이 (투표장에) 줄 서는 일이 되풀이될 것”, “어제도 보고받기론 투표 종료 1시간 전까진 앞서가다 역전 당했다고 하더라”고 했다.

‘한나라당’스러운 명답(?)이다. 국가가 어디로 가야할 지 뚜렷한 대안을 말한 적도 없고, 좌파와 싸우려 하지도 않았고 싸워본 적도 없는데 선거 막판 ‘좌파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어설픈 색깔론 공격을 벌이던 사람의 분석은 고작 “SNS를 조심하라”는 것이었다.

SNS가 실패의 마지막 도구가 됐을 순 있지만 SNS를 활용치 못했던 이유는 한나라당의 고질병 탓이다. ‘理念(이념) 부재’·‘價値(가치) 결핍’·‘原則(원칙) 포기’. 이겨야 할 절박한 이유를 모르는 이들이니 핏발 선 좌익에 밀리는 꼴이다.

2.
이념·가치·원칙을 져버린 한나라당은 2012년 좌익 재집권에 대한 공포도 찾기 어렵다. 냉전 이후 이 땅의 시대정신이 된 자유통일과 북한해방이라는 사명감도 없다. 국가는 탐욕을 채우는 곳, 약탈의 대상일 뿐이다. 머릿속엔 공천, 장관...더 높은 감투에 대한 열정만 불탄다.

보수정권이 국민에 제시할 최고의 상품은 安保(안보)와 法治(법치), 愛國心이다. 국민皆兵制(개병제) 아래서 대통령과 총리, 당 대표마저 면제로 채워진 정당이 청년에 표를 구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에 가깝다. 군대는 안 가도 愛國心을 보여줄 기회는 많았다. 그러나 천안함·연평도, 두 번을 당했음에도 응징은 엄두도 못 냈다. 시민들이 對北전단 살포에 나서자 해당 軍부대를 동원해 저지해 버렸다.

한나라당은 이슈를 만들지 못했다. 소수파 시절 YS·DJ가 정국을 이끌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보수정권에 유리한 북한의 도발도 오히려 ‘逆(역)북풍’이 돼 한나라당을 때렸다. 2008년 광우병 난동, 2009년 용산사태와 쌍용사태,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은 물론 최근 한·EU FTA, 북한인권법안, 교과서 문제, 對北전단 등 가치·이념·원칙과 결부된 모든 문제 마찬가지다.

무기력한 양떼마냥 從北派(종북파)에 끌려 다녔다. 타협하고 아부했다. 종북파 척결은커녕 보수파를 멀리하고 좌파출신 참모들로 청와대를 채워버렸다. 뺀질대는 소장파는 완장 찬 머슴마냥 좌파의 향도를 자처했다.

3.
6·2지방선거에서 져도, 4·27재·보궐 선거에서 져도, 내년 총선에 참패해 버려도 한나라당이 내놓을 대안은 한 가지, ‘左向左(좌향좌)’ 뿐이다. “SNS, 트위터가 문제다” “젊은 대표를 뽑아야 한다.” “당내 공천 갈등을 극복하자”는 뻔한 소리만 되풀이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끝끝내 理念 부재 ·價値 결핍·原則 포기라는 치명적 약점은 말하지 않는다. 꿈을 잃은 청년세대에 자유통일의 비전을 전하고 북한해방의 도덕적 명분을 알리는 노력이 없어서 졌다는 분석은 내리지 못한다. 낙심과 낙망에 빠져든 서민층에 통일강국의 희망을 전하는 시도도 하지 않는다. 고작 한다는 소리는 “청년들이 SNS로 투표장에 몰려나와 졌다”는 황당한 탄식뿐이다. 左翼(좌익)이 이슈를 만들고 左傾(좌경)된 여론만 쫓아가 버린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이들은 독해질 필요가 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단기 목표 이전에 이념·가치·원칙의 장기 목표를 세워야 한다. 자유통일·북한해방·통일강국이라는 그랜드 비전의 깃발을 들고 나와 국민에 알리고 청년을 깨워야 한다. 2012년은 버려도 좋다는 배짱으로 긴 호흡의 투자에 나서야 2012년 좌익 재집권도 막을 길이 보인다.

한나라당이 가는 길과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은 이제 어긋나 버렸다. 일제시대 臨時政府(임시정부)를 만드는 심정으로 새 술을 담을 새 부대를 준비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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