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무지개 정당

배반의 쇼를 자제하고, 당내 실력자들이 당을 운영하는 체제 만들어야
4·27재·보선 패배 이후 한나라당에서 전개되고 있는 상황을 보고 있으면, 한나라당이 무지개 정당임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된다. 한나라당은 무지개처럼 다양한 사상적 경향과 다양한 인맥계보를 가진 정치인들로 구성된 정당이기 때문에 약간의 충격만 가해져도 다양한 구성요소들이‘각 방향 앞으로 가’의 행태를 보여 왔으며,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 당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이 사상적 각성을 통해 함께 모인 정당이 아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과 각 선거구의 당원협의회위원장들은 대부분 인맥과 지연을 통해, 나머지 일부는 선거 때 오디션을 거쳐 당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한나라당은 여러 차례의 합당을 거쳐 오늘에 이른 정당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인맥계보가 복잡다기하다. 우선 정당 단위의 계보만 보더라도 유신(공화당) 잔당, 5~6공 잔당, YS 잔당, 이회창 잔당, 꼬마 민주당 잔당 등으로 혼합되어 있다. 그들을‘잔당’으로 묘사하는 것은 계보의 지도자나 중심인물은 사라지거나 탈당하고, 지도자나 중심인물의 추종자들만 한나라당에 잔류해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사상적 각성과는 거의 무관하게 참여한 인사들로 이루어진 정당이기 때문에 그 당에 참여한 인사들의 사상적 경향은 인맥계보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로 인해 한나라당은 한국의 현존 정당들 가운데 사상적 잡탕성이 가장 강한 정당일 뿐만 아니라, 한국 정당사를 통 털어서도 사상적 잡탕성이 가장 강한 정당이 되었다.

한나라당 구성분자들의 사상적 경향이 무지개처럼 다양하기 때문에 당원들 사이에는 사상적 간격이 크다. 예를 들면, 한나라당 내의 김무성·이경재 부류와 원희룡·남경필 부류 간의 사상적 거리는 민주당과 민노당 간의 사상적 거리보다 더 멀다. 이처럼 사상적 동질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 사람들은 동지의식이 빈약하다. 사상적인 원인에 더하여 복잡한 인맥계보는 한나라당 당원 사이의 동지의식의 결여를 더욱 심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한편, 한나라당 정치인들은 인간적 의리를 저버리는 것, 곧 배반에 대해 친화적이다. 그들의 대부분은 자기들이 추종하던 지도자가 탈당하거나 출당 당할 때 그 지도자를 버리고 한나라당에 남은 사람들이다. 또한 자기가 추종하던 보스의 힘이 약해지면 그 보스를 떠나 강한 보스를 찾아감으로써 정치적 생존을 유지한 사람들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한나라당 정치인들은 전두환을 추종했다가 노태우가 전두환을‘유배’보낼 때 전두환을 배반하고 노태우에 추종한 사람들, 노태우를 추종했다가 김영삼이 노태우를 전두환과 함께 형무소에 보낼 때 노태우를 배반하고 김영삼에 추종한 사람들, 김종필을 추종했다가 김종필이 당을 떠날 때 김종필을 배반하고 당에 남을 사람들, 김영삼을 추종했다가 김영삼이 이회창에 밀려 탈당할 때 김영삼을 배반하고 이회창에 추종한 사람들, 이회창을 추종했다가 이회창이 이명박에 맞서기 위해 탈당할 때 이회창을 배반하고 이명박에 추종한 사람들이었다.

사상적 동질성도 결여되어 있고, 인맥 계보도 다양하고, 배반에 친화적인 인사들 사이에서 내면으로부터 우러나는 끈끈한 동지의식이 존재할 리 없다. 동지의식이 희박한 한나라당 정치인들을 하나의 정당 안에 묶어두고 있는 힘은 권력과 영남 지역감정이다. 한나라당은 권력과 영남 지역감정이라는 구심력이 사라지면 풍비박산의 지경에 처할 수밖에 없는 정당이다.

지금 한나라당에서는 구심력의 한 요소인 권력이 약화되고 있다. MB정권이 임기 말에 가까워졌을 뿐만 아니라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여 권위가 약해졌다. 한나라당의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 감인 박근혜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 감으로서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으나 구심력 약화를 보완할 만큼의 강력한 미래권력은 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을 유지하는 두 개의 구심력 요소의 하나인 권력이 약화되고 있는 시기는 한나라당에게는 배반의 계절이 된다. 당의 헤게모니 장악을 위해 파벌들이 이합집산 하면서 무정부적 파워 게임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밀실흥정과 배반이 횡행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그러한 배반의 쇼가‘쇄신’이라는 제목으로 공연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시즌에는 한나라당은 배반의 쇼를 화려하게 펼쳐서는 안 될 것 같다. 수도권의 한나라당 고정 지지층의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나라당 고정 지지층은 종전에는 한나라당 정치인들이 경멸스런 행동을 보이더라도 ‘다른 대안이 없다’는 생각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다. 그러나 지금은 한나라당 정치인들이 경멸스런 행동을 하면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그런 사실은 4·27 재·보선의 분당을구 선거결과가 잘 말해주고 있다.

한나라당이 내년 선거에서 참패를 면하려면 이번 배반의 계절에는 배반의 쇼를 자제하고, 당내 실력자들이 직접 당을 운영하는 체제를 만들어서 구심력을 조속히 회복해야 할 것이다. 허수아비를 내세워 당을 운영하게 하면서 실력자들은 뒤에서 수렴청정 하는 체제는 당의 중심을 공허하게 만들어 당 구심력을 약화시킨다. 한나라당 쇄신의 핵심은 실력자들이 직접 당을 운영하면서 당의 구심력과 당원 단합이 강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이 무지개 정당의 모습에서 참다운 정당의 모습으로 환골탈태되는 것임을 한나라당 사람들은 잘 알아야 할 것이다.(konas)

양동안(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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