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改革이 아니라 改惡
 
국회 사법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사개추위는 이러한 내용을 법으로 명시할 것이라고 한다.
 
저축은행 사태로 중진의원을 포함한 여야 국회의원들이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 아래서 국회가 사정(司正)의 중추 기관인 대검 중수부 폐지를 서둘러 결정한 것은 누가 봐도 적절치 않다.
 
설사 그동안 검찰권 행사에 문제가 있었고, 그 권한과 기능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해도, 국회의원들의 비리 의혹이 불거져 나오고 있을 때 그런 결정이 나온 것은 '국회가 대검 중수부의 칼날을 피해가기 위해 장난을 친 것'이라는 의심을 받기 십상이다.
 
국회는 대검 중수부 기능을 일선 지검 특수부에서 수행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양자의 수사역량이나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다. 대검 중수부 기능을 일선 지검 특수부로 넘기자는 것은 말만 그럴듯하지, 사실상 검찰의 거악(巨惡) 척결기능을 없애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들 눈에는 국회의 이런 작태가 절도범, 조폭들이 '파출소, 경찰서 없애자'고 나서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이런 지적에 대해 국회는 “입법권 침해”운운하며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가 중수부 폐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남경필·김성식 의원 등 한나라당 소장파들은 중수부 폐지를 거듭 주장하면서 “청와대가 국회의 결정 과정에 끼어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도 “청와대가 검찰 개혁의 의지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들의 비리를 치는 검찰의 칼날을 피해가기 위한 중수부 폐지 획책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改惡)’이다. 지들의 비리를 가리기 위해 중수부 폐지를 꾀하면서 ‘개혁’ 운운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뻔뻔스러운 일이다. 여당 소장파나 야당의 반발은 그들이 평소 주장해 오던 ‘개혁’이 얼마나 위선적인 것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 ‘하늘 아래 둘도 없는 국회’의 국회의원들은 제 머리를 참 잘도 깎는다.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
 
사법부 개혁에는 왜 소극적인가?
 
이른바 '검찰개혁'은 이렇게 서두르는 사개추위가 사법부 개혁이나 변호사들의 전관예우 근절 등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개혁방안을 내 놓지 않고 있는 것도 의아스러운 대목이다.
 
그동안 이용훈 사법부는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하는 엿가락 판결, 좌(左)편향적 판결, 판사들의 오만과 독선으로 지탄을 받아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개추위는 이와 관련해 의미 있는 개혁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들리는 바로는 대법관 증원 등 사법부 개혁의 핵심적인 조항들은 사법부의 반발로 빠질 것이라고 한다.
변호사들의 전관예우 관행 근절 등과 관련해서도 눈에 띄는 개혁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들의 비리를 파헤치는 대검 중수부는 폐지하되, 선거법 위반 등 유사시에 지들의 명줄을 쥐고 있는 법원과는 척을 지지 않겠다는 얄팍한 속셈이 아니고 무엇인가?
 
거부권 행사는 헌법의 명령
 
국회는 6월 중 대검 중수부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관련 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킬 것이라고 한다.
국회가 북한인권법을 4년째 질질 끌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 아닐 수 없다. 이놈의 국회는 꼭 세비 인상, 보좌관 증원 등 지들에게 유리한 입법은 여야 합의로 신속하게 처리하는 희한한 전통이 있다.
늘 쌈박질이나 하던 여야가 이처럼 한통속이 되어 중수부 폐지를 서두르는 것은 그들이 얼마나 다급한 입장인지, 그들이 얼마나 썩어 있는지, 그리고 중수부가 왜 필요한 지를 웅변해 준다.
 
이제 방법은 하나다. 국회가 중수부 폐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국회의 입법권 남용을 막기 위한 합헌적(合憲的)인 대응방안이다. 입법이 국회의 권한이라면,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다.
 
물론 위험부담은 있다. 여야가 다시 재적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3분의2의 찬성으로 재의결하면 국회 입법은 확정되고 대통령은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
하지만 적어도 대통령은 ‘국회의 입법권 남용에 항거한 용기 있는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다. 대통령은 이를 통해 서민들의 피눈물을 흘리게 만든 거악과 맞서는 것이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그동안 그를  따라다녔던 '가진 자의 편' ‘비겁한 대통령’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거듭 날 기회이기도 하다. 이는 이 대통령이 내세우는 '공정사회'라는 캐치프레이즈와도 부합하는 일이다.
그 이전에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만으로도 국회의 입법권 낭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반면에 자신들의 비리를 옹호하기 위한 입법을 강행한 여야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공적(公敵)이 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거듭 촉구한다. 대검 중수부 폐지를 통해 자신들의 비리를 감추려 드는 국회의 음모에 맞서 결연하게 거부권을 행사하라! 이건 헌법의 명령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