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무엇보다도 여야(與野). 친이(親李)-친박(親朴)을 가리지 않고 불똥이 어디로 튈 지 모른다는 점이 이번 저축은행 사태의 묘미(?)다.
 
야당은 이번 사태를 이명박 정권의 권력형 게이트로 몰고 가고 싶겠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저축은행 사태는 김대중 정권 이래 10여년 간 쌓여온 모순이 이명박 정권에 들어와서 불거져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부실한 저축은행이 살아남기 위해 현 정권 인사들에게 줄을 대고 로비를 하고 부정한 돈을 줬다면,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에도 똑같은 짓을 하고 다녔으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인사들이 국회에서 걸핏하면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감사원이나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호남죽이기’로 몰고 가는 데서 그런 냄새가 풀풀 난다. 부산저축은행의 캄보디아 투자 의혹과 관련해서는 김진표 현 민주당 원내대표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런 부분에 대해 명백히 해명해야 한다.
 
물론 이명박 정부나 한나라당도 저축은행 사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등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그 이전에 저축은행에 대한 부실한 감독, 부실한 사후 처리 등 정책상의 실패에 대한 이 정권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거기에 박지만씨와 삼화저축은행 오너의 친분이 보도되면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저축은행 사태를 피해갈 수 없게 되어 버렸다.
 
한 마디로 저축은행 사태는 여야, 친이-친박 모두를 끌고 들어가는 정치적 블랙홀이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저축은행 사태의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수록,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과 환멸은 더욱 커져 갈 것이다.
 
저축은행 연루자를 숙청하라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역설적으로 저축은행 사태는 여야, 친이-친박, 혹은 차세대 주자들에게는 커다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단, 여기에는 조건이 하나 있다. 저축은행 사태와 연관된 끈을 빠르고 단호하게 끊어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박지원씨나 김진표씨가 저축은행 사태에 연루되어 있다면, 손학규 대표는, 민주당은, 그 둘을 과감하게 잘라버려야 한다. 당의 원훈(元勳)과 핵심을 쳐낸 민주당과 손 대표에게 국민들은 박수를 보낼 것이다. 민주당이 그렇게 해서 ‘뉴 민주당’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은 정권 탈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역시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전-현직 측근들 가운데 비리가 드러나는 사람이 있다면 과감하게 감옥으로 보내야 한다.
레임덕이 우려된다고? 천만에! 그렇게 함으로써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년 반 동안 그를 따라다녔던 ‘비겁한 대통령’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면서, 일찍이 그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도덕적 권위를 누리게 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박지만씨에 대한 야당이나 언론의 의혹 제기는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생에게 물어보았더니 아니라더라. 그러면 된 거 아니냐”는 식의 태도는 박 전 대표 본인에게도, 박지만씨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저는 자기 아내의 행실이 남의 입에 오르내린다는 이유만으로 아내와 이혼했다. 박 전 대표는 주변에서 잡음이 나올 경우, 가혹할 정도로 추궁하고 단호하게 경고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은 친척에게 추상같았던 박정희 대통령을 떠올리며 “역시 박정희의 딸”이라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4-27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아노미상태에 빠져든 한나라당에게 이건 큰 기회다. 친이건, 친박이건 저축은행 비리 관련자들을 단호하게 숙청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한나라당은 국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다시 살아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동을 주는 정치' 보여줄 기회
 
사람들은 틈만 나면 ‘개혁’을 이야기 한다. ‘개혁’이라는 게 다른 게 아니다. 부정한 돈을 먹고 서민들 피눈물 흘리게 만든 정상배들을 숙청하고, 더러운 돈이 유령처럼 횡행하는 정치판을 뜯어고치는 게 개혁이다.
흔히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정치’를 말한다. 그런 ‘감동의 정치’는 먼 데 있지 않다. 자기 당의 원훈과 핵심, 자신의 손발을 잘라내는 처절한 몸부림보다 더 큰 ‘감동의 드라마’가 어디 있겠는가?
 
지금 한나라당과 민주당, 이명박 대통령, 손학규 대표, 박근혜 전 대표 등은 저축은행 연루자들을 누가 먼저, 얼마나 신속하고 철저하게 잘라내느냐 하는 경기의 출발선상에 서 있다. 이 경기에서 이기는 자가 내년 총선과 대선의 승자가 될 것이다.
 
만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이명박 대통령, 손학규 대표, 박근혜 전 대표 등이 각자 자기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면서 적당한 선에서 야합한다면 어떻게 될까?
저축은행 사태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부산의 서민들을 비롯해 국민 모두가 정치권의 부패와 부정에 대해 분노할 것이다. 분노는 저축은행 사태로부터 자유로운 새로운 정치인,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갈망으로 바뀔 것이다.  그 새로운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그 분노는 거대한 쓰나미가 되어 정치권 전체를 덮칠 것이다. 그리고  어설프게 저축은행 사태에 연루된 자기 사람을 감싸려 드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누구든 그 쓰나미에 휩쓸려 정치판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