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개소문의 꿈에 나타난 김춘추
글번호 11606 IP 번호 210.103.0.33
글쓴이 최성재 날 짜 2004/04/22 (11:28)
나이/성별/직업 50,남,. 조 회 59
연개소문의 꿈에 나타난 김춘추(상)
개소문아,
대륙의 바람막이 일흔 星霜
사백 년 벼린 중원의 창칼
수의 창 바람, 당의 칼 바람
요동의 작은 방패, 평양의 성긴 숲
고구려의 기상 드높다만
칼날 위의 맨발 신세
신라의 머리 곤두섬 그 간 졸임
자네가 어이 헤아릴쏘냐
쇠칼과 쇠창에 쇠말로
가야가 신라의 단전을
베고 찌르고 들이치고
대오 정연한 백제
술수 능한 서동, 효심 깊은 의자
하루에 한 성 이틀에 두 성
초승달이 보름달로 떠오르고
보름달이 그믐달로 이우는 사이
신라의 마흔 성을 앗아갈 제
신라의 다리를 분지를 제
비담의 무리까지 꽃샘바람 불 듯
서라벌의 꽃밭에서 난장을 치니
우리 신라
칼날 위에서 춤추는 우리 신라
칠백 년 사직을 머리에 이고
칼날 위에서 춤추는 선덕 폐하
그 머리 곤두섬을 그 간 졸임을
근질근질한 팔, 심심한 쌍칼,
개소문아,
자넨 헤아릴 수 없나니,
한가로이 격구 대회에 나가듯
천하 제일 자존심 대회에
목숨거는 고구려가 어이 부경( 京)마다
십 년을 먹어도 이십 년을 마셔도
못다 먹고 못다 마실
기름진 알곡과 향기로운 술이 넘치는
고구려가 어이
석양에 연기 드문드문하고
이 집 저 집
대들보 내려앉고 기둥 쓰러진
우리 신라를 헤아릴쏘냐
근질근질한 팔, 심심한 쌍칼,
개소문아,
법흥대왕 가야 아우르고,
진흥대왕 죽령 한수 나아감은
고구려가 황하를 아우름에 비길 쾌거
개미떼가 강둑을 무너뜨린 장거
한수의 거친 들 신라의 기름진 新州됨에
격양가를 드높이니, 백성이 기꺼이
백제를 떠나고 고구려를 버린 지
어언 백여 성상
근질근질한 팔, 심심한 쌍칼,
개소문아,
땅 욕심 그리 나면
호태왕에 머리 조아리던 요서, 기주, 유주
윤기 자르르 흐르는 그 넓은 땅
세민의 아들에게 돌려 받게나
궁벽한 신라의 백 배는 될 터
쓸쓸한 한수 따헤 천 배는 될 터
따헤 주인 그리 분명하다면
부여, 옥저, 동예, 낙랑에 옛 왕을 세우렷다
근질근질한 팔, 심심한 쌍칼,
개소문아,
우리 신라 가야의 앙탈을 달래어
한 지붕에 맞아들이니,
하늘이 낳고 땅이 키운 人中龍
수로왕 십이대손 유신공
흘러가는 낙동강 물 무심히 바라보고
떠오르는 토함산 해 벅차게 바라보고
손짓하는 백두산 하늘 차분히 바라보며
묵묵히 때를 기다리니
사비성에서 한 번 평양성에서 한 번
뽑아들 신검을 흉중에 갈무리하니라
나라의 밤길을 지혜로 비추고
나라의 낮길을 용기로 닦으니
방자한 비담이 넘보던 용상을 굳게 지켜
선덕대왕께 바치고 진덕대왕께 바치더니
불민한 짐에게도 바치도다
우리 두 사람 서로 등을 맞대고 서니
임금과 신하 보이지 않은 데서도 읍하고
아비와 아들 들리지 않은 데서도 귀기울이고
지아비와 지어미 천 리 밖에서도 손 잡도다
부소산의 이리가 무서리를 내리든
백두산의 호랑이가 천둥을 치든
태산의 황룡이 번개를 뿌리든
한 손에 칼 들고 한 손에 낫 들고
한 손에 창 들고 한 손에 괭이 들고
한 손에 활 들고 한 손에 호미 들도다
근질근질한 팔, 무심한 쌍칼,
개소문아,
짐의 사위 품석
저녁노을처럼 사라진 대야성 성주
짐의 딸 꽃분이(古陀炤娘)
아침이슬처럼 스러진 꽃분이
사흘 낮 사흘 밤
품석만 어른거리고 꽃분이만 아른거리던
사흘 낮 사흘 밤
그 날의 실성을 깨우고자
그 날의 치욕을 씻고자
근질근질한 팔, 무심한 쌍칼,
개소문아,
자네 팔 하나 자네 칼 하나 빌고자
큰 도박 벌이던 짐이 아니니라
용궁을 찾아가던 토끼가 아니니라
우리 신라 그 날의 신라가 아니니
부소산의 이리가 무서리를 내리든
백두산의 호랑이가 천둥을 치든
태산의 황룡이 번개를 뿌리든
일당백의 아홉 서당(誓幢)이
하늘이 낳고 땅이 키운 人中龍
대각간 유신공의 깃발을 바라보니,
마흔 성의 우두망찰은 옛 얘기
즈믄 성의 환호 소리 드높도다
근질근질한 팔, 심심한 쌍칼,
개소문아,
이제 어이 자네를 두려워하랴
대야성주 두 눈 부릅뜬 채
마지막 큰 숨을 들이쉰 해
봄바람을 사모하던 영류왕
용 같고 범 같은 대소 관료 백여 명
자네가 근질근질한 팔을 뻗쳐들고
심심한 쌍칼로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니
하늘이 눈시울을 붉히고 땅이 숨을 죽였도다
자네는 스스로 막리지의 관복을 지어 입고
대막리지의 관복을 지어 입고
태대대로의 관복을 지어 입고
곤룡포를 허수아비에 걸쳐 주고
태대대로의 관복 위에 겹겹이
쌍칼을 차고 부리부리 내려다보았것다
짐은 자네에 맞서 눈을 부릅뜨지 않았나니
짐은 자네를 비껴 눈을 내리깔지도 않았나니
오로지 자네 한 팔 잡아 끌고자 하였으니,
자네 한 칼 빌리고자 하였으니
힘없는 자의 설움 아니 겪고는
가벼운 입으로 도덕을 용훼(容喙)할 수 없는 법
입으로 손가락으로 옳고 그름을 따짐은
엉덩이에 뿔난 송아지에게 날개 달아 주는 꼴
근질근질한 팔, 무심한 쌍칼,
개소문아,
자네 팔은 못 빌지언정
손가락 하나라도 빌어
자네 쌍칼은 못 빌지언정
칼집이라도 잠시 빌어
대야성을 되찾으러 했으나 되려
죽령 한수 다 내놓으라니
자네 무쇠팔이 자네 눈을 가리고
자네 무쌍칼이 자네 머리를 스쳤더라
빛나던 자네 눈에 핏발이 서고
날카롭던 자네 머리에 마가 끼었더라
어이 천하를 굽어보며
어이 인재를 올려볼까
어이 짐이 어리석은 자와 말다툼하랴
죽령 이북 신라의 간을
한수 이남 신라의 심장을
기꺼이 바치겠노라고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약정할 제
근질근질한 팔, 무심한 쌍칼,
개소문아,
짐을 용궁에서 놓아 주었지
짐의 꾀에 자네 넘어 간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더고야
하늘이 낳고 땅이 키운 人中龍
유신공 일 만 명의 정병을 거느리고
국경에서 날 맞아 주더고야
하늘이 낳고 땅이 키운 人中龍
유신공,
호랑이 굴로 뛰어드는 내게 말한 바
비로소 생각나 우린 뜨겁게 부둥켜안았노라
춘추공이 혹 불귀의 객이 되면
두 달이 지나 상기 아니 돌아오면
단숨에 말을 달려 폭풍을 휘몰아쳐
적의 도성 한가운데 벼락을 들이꽂아
왕과 비빈이 희희낙락하는 왕궁에
말울음 소리 가득하고 먼지 자옥하게
왕과 비빈의 비명 소리 하늘을 찢게 만들겠소
근질근질한 팔, 무심한 쌍칼,
개소문아,
진시황의 냉혹(冷酷)과 한고조의 대덕(大德)을
한 몸에 갖춘 이세민 당태종
높하늬 바람 타고 창칼 구름 뭉게뭉게
하늘이 낳고 땅이 키운 人中龍
일흔 평생 상승장군 유신공
마파람에 말발굽 소리 두두두두
근질근질한 팔, 무심한 쌍칼,
개소문아,
사람 보는 눈이
세상 굽어보는 눈이 아주 멀지는 않았고야
토끼 한 마리 잡으려다
용궁이 짓밟히게 되었으니
짐짓 껄껄 웃으며 토끼 한 마리 풀어 놓았것다
허허! 괘씸한! 옹졸한!
하늘이 낳고 땅이 키운 人中龍
유신공의 의분에 앙심을 품고
백제, 말갈 긁어 모아 악귀처럼 달겨들어
우리 신라의 목줄 당항성을 깨뜨리다니!
세민과 건곤일척의 큰 싸움을 앞두고
그 짜릿짜릿함에 몸을 떨던 자네가
유신공에 혹 급소 차일까 미리 손 쓴 거겠지라
자네 머리도 아주 맛이 가진 않았고야
근질근질한 팔, 심심한 쌍칼,
개소문아,
잠깐, 짐을 아즉도 간사타 하느냐
동천왕을 살리고 고구려 사직 이어 준
유유도 간사타 하겠고야
을지문덕공도 간사타 하겠고야
자네는 위 나라 후손이냐, 수 나라 후손이냐
근질근질한 팔, 무심한 쌍칼,
개소문아,
기름기 자르르 흐르는 사슴 요리
큰 쟁반에 담아
유유가 계집의 소리로 귀를 간지럽혔지
어서 드사와요, 왕기 장군 각하
관구검 대인의 호랑이 장군 각하
이 고기 드시옵고 무도한 고구려왕
심장을 깊숙이 찌르옵소서
입이 찢어지는 중원의 오랑캐, 순간
사슴 고기 서리서리 숨겨졌던 비수에
가슴 깊숙이 찔려 두 눈을 부릅뜰 때
유유, 태산같이 버티고 서서
호랑이 목소리로 오랑캐를 꾸짖었나니
내 심장을 찔러 보라,
피 한 방울 아니 날 터
내 심장은 이미
우리 대왕 폐하께 바치고 왔느니
근질근질한 팔, 심심한 쌍칼,
개소문아,
을지문덕공 친히 하얀 천 높이 들고
양광의 진중에 들어갔나니,
양광이 어리둥절하는 사이
을지문덕공 당당히 항복의 변 늘어놓으며
새 식구로서 진중을 샅샅이 살피우고
물러나며 공손히 이르길
신이 하늘 한 귀퉁이도 능히 무너뜨릴
폐하의 창칼을 직접 보오니
고구려왕이란 자 수레 앞의 버마재비임을
새삼 깨달았나이다
신이 한달음에 달려가 그 어리석은 자 일깨워
섬돌 아래 머리 조아리게 하겠나이다
근질근질한 팔, 심심한 쌍칼,
개소문아,
을지문덕공 호랑이 굴을 벗어나며
양광을 비웃는 오언절구를 크게 읊으며
하얀 천을 북, 찢어 가슴에 갈무리하고
기어코 양광의 붉은 야욕을 둘둘 말아
흰 천을 붉게 물들이리라
하늘을 우러러 맹세했느니라
근질근질한 팔, 심심한 쌍칼,
개소문아,
유유와 을지문덕공이 어이 간사한 자뇨
의(義)의 화신이니라
지혜의 화신이니라
용기의 화신이니라
자네는 의(義)와 사(邪)를 아즉도 못 가리는
강보에 싸인 아해로구나
짐은 신라를 위해서라면
신라 백성을 위해서라면
삼한 일통을 위해서라면
대의를 위해서라면
짐의 체면 아니 돌아보니라
--계속--
연개소문의 꿈에 나타난 김춘추(하)
개소문아,
때로는 말로 깨우치고
때로는 행동으로 이끌고
때로는 채찍으로 다그쳐
요동천리 장성을 쌓더니,
태풍의 눈 한가운데서
대문을 활짝 열어제치고
고구려의 큰 잔치 동맹에 흥이 겹던
고구려의 왕과 비빈, 문무백관
태풍은 중원의 서풍, 자애로운 이세민이 아니라
태풍은 요동의 삭풍, 무지막지한 연개소문이라
산해진미의 잔치에 은밀히 초대하더니
자네는 태연히 초대에 응하여
검산도검 속으로 태연히 들어가
순식간에 잔칫상을 뒤엎었지
회오리바람을 일으켰었지
근질근질한 팔, 심심한 쌍칼,
개소문아,
봄바람을 사모하던 영류왕
용 같고 범 같은 대소 관료 백여 명
자네가 근질근질한 팔을 뻗쳐들고
심심한 쌍칼로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니
하늘이 눈시울을 붉히고 땅이 숨을 죽였도다
자네는 스스로 막리지의 관복을 지어 입고
대막리지의 관복을 지어 입고
태대대로의 관복을 지어 입고
곤룡포를 허수아비에 걸쳐 주고
태대대로의 관복 위에 겹겹이
쌍칼을 차고 부리부리 내려다보았것다
근질근질한 팔, 심심한 쌍칼,
개소문아,
과연 자네 팔은 무쇠팔
과연 자네 칼은 무쌍칼
천하를 호령하던 고구려에
기침 소리 조심스럽고
천하를 주름잡던 당에
흰소리 잦아들더구나
진시황의 냉혹(冷酷)과 한고조의 대덕(大德)을
한 몸에 갖춘 이세민 당태종
수양제도 발을 동동 구르던
천하제일요새 요동성을 걷어차고
바다와 절벽을 날아올라 비사성의 뺨을 후려치고
요동성의 사천왕 건안성의 목을 조르고
작은 요동성 백암성마저 멱살을 잡으니
손대음이란 자 지레 꼬리를 말았도다
진시황의 냉혹(冷酷)과 한고조의 대덕(大德)을
한 몸에 갖춘 이세민 당태종 청사에 길이,
북극성도 옷을 여민 聖君 요순에 버금가고
태양도 고개 떨군 神將 치우에 어금갈 이세민
그 이름 석자 새겨지려는가
근질근질한 팔, 심심한 쌍칼,
개소문아,
천하 으뜸 장수 을지문덕공의 수제자
어디 갔나 했더니,
안시성에 숨어 있었고야
자네, 사람 보는 눈이 아주 없진 않았더라
양만춘공 심지 깊어
허수아비에 곤룡포 입히고
쌍칼을 차고 부리부리 내려다보는 인간을
못 본 척, 멀리서 미증유의 전쟁을 대비하니
양만춘공 안시성 굳게 지켰도다
신병, 신기, 신책
동서 오만 리 남북 십만 리
집마다 둘러 엎고 판마다 만방으로 몰아붙인
신병, 신기, 신책
삼십만 대군을 겹겹이 둘러 세우고
큰 인공 산 위에서 안시성 굽어보며
세민이 껄껄 웃는 사이
구름 타고 왔는가 바람 타고 왔는가
고구려의 기치 산 위에서 나부끼니
거대한 산이 또 다른 고구려 성이 되었더라
聖君의 꿈 神將의 꿈
허망히 깨는 화살 하나
태산에 당 있다면 백두산에 고구려 있음을
양만춘공이 그렇게 일깨우니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든 이세민
하늘 위에 하늘 있음을 비로소 알고
바리바리 비단 실어 보내
양만춘공에 감사하고
금은보화 산처럼 쌓아
양만춘공에 아부하니
양만춘공 비로소 모습 드러내어
성문에 높이 서서 크게 손 한 번 흔드니
패잔병은 쫓지 않겠다는 뜻이라
성문 열면 화려하게 뒤집기를 하려던
세민의 최후의 전술 어이
을지문덕공의 수제자 양만춘공을 속이랴
근질근질한 팔, 심심한 쌍칼,
개소문아,
불철주야 성을 쌓더니 헛되지 않았고야
을지문덕공의 수제자
양만춘공 알아보는 자네 눈도
과히 눈여겨볼 만은 하다만
하늘이 낳고 땅이 키운 人中龍
유신공을 미처 알아 보지 못했고야
짐이 비록 어두우나 자네보담 밝으니,
진덕대왕 수를 놓고
짐이 꾀꼬리를 키워 바치니
세민의 심약한 아들 이치 당고종
아름다운 신라 꽃에 눈멀고
아름다운 신라 새에 귀멀어
허풍선이 소정방을 기벌포로 보냈도다
십삼만 대군을 기벌포로 보냈도다
근질근질한 팔, 심심한 쌍칼,
개소문이 두 눈 부릅뜨고 있는 한
맞겨룰 수는 없는 법, 짐의 말 따라
지연 작전에 우회 작전으로
근질근질한 팔, 심심한 쌍칼,
개소문아,
전전긍긍 고구려 백성 하늘을 원망하고
조마조마 말갈족 철새를 부러워하는구나
하늘이 낳고 땅이 키운 人中龍
유신공이 정방을 먼저 손아귀에 넣고
의자왕을 나중에 손아귀에 넣을 줄
자네가 어이 알았으랴, 짐도 몰랐거늘
짐은 그만 평생 소원 성취에
온 몸에 힘이 빠지더니
하늘이 낳고 땅이 키운 人中龍
유신공에 법민을 맡기고 하얀 구름 탔고야
웅진도독부라,
음흉한 정방이 슬그머니 백제의 왕관에 손을 뻗침에
짐이 한편으로 고맙고 한편으로 두려워 윤허하렸더니
하늘이 낳고 땅이 키운 人中龍
유신공,
하늘의 정기 서린 보검을 서늘하게 빼어들고
하늘을 가리키고 땅을 가리키며 이르되
주인에게 꼬리를 흔드는 개도
꼬리 잡채이면 주인을 무는 법
하물며 나라 일이랴
어이 이리를 몰아낸 자리에 범을 맞이하랴
잠시 혼미해진 짐의 머리에 찬물을 끼얹음에
당과 일전을 겨루기로 의기투합하였더라
이미 사비성을 눈앞에 두고
허풍선이 정방에게 칼을 겨누어 신라의 뜻이
당을 잠시 이용하고자 할 따름임을 밝혔던 바
하늘이 낳고 땅이 키운 人中龍
유신공,
은근히 정방의 호승심 자극하여
당신은 능히 연개소문에게 이기리라 하얐더니
정방이 백제의 포로와 금은보화 싣고
허겁지겁 장안으로 돌아가 개선행진곡 울리고
동으로 말을 휘몰아 갔더라, 군선 타고 갔더라
근질근질한 팔, 심심한 쌍칼,
개소문아,
과연 자네 팔뚝은 태산을 분지르고
과연 자네 쌍칼은 구름을 가르더라
허풍선이 정방이 쏜 화살 가다가 뚝 가다가 뚝
허풍선이 정방이 던진 창 가다가 픽 가다가 픽
남으로 박차를 가해 곰나루에서 주지육림할까
서로 돛을 달아 태산에서 기도를 올릴까
평양성 가물가물 바라보며
동장군(冬將軍)에 수십만 대군이 발을 끌어안고
걸신(乞神)에 수십만 대군이 배를 움켜잡을 때
근질근질한 팔, 심심한 쌍칼,
개소문아,
하늘이 낳고 땅이 기른 人中龍
유신공이 군량을 아니 실어 주었으면
수십만 대군이 얼음산을 이루었을 터
수십만 대군이 유신공의 수레를 보고
일제히 고함을 지르니
허공에 쌍칼을 휘두르며
당장 요망한 유신을 잡아 오라,
허허 자네, 발을 둥둥 굴렸지만
어깨를 걷어붙이고 수레를 밀던 일흔 노장군
남녘으로 달리던 삼천 군사 앞에 우뚝 서서
북녘을 향해 신령한 칼 높이 치켜드니
한순간에 삼천 군사가 삼만 군사로 불어남에
고구려 일만 정병 눈꽃처럼 분분히 떨어지더라
근질근질한 팔, 심심한 쌍칼,
개소문아,
음흉한 허풍선이 정방이 어이
하늘이 낳고 땅이 기른 人中龍
유신공을 당하리
이제 곧 중원으로 쫓겨가리
이제 짐이 구름에서 내려 하늘 나라 들기 직전
짐이 한 마디만 해 두노라
짐이 이제 몸을 벗고 보니
미래가 조금 보이는고야
자네 명이 다하는 대로
짐의 아들 법민과 유신공이 고구려도 아우르고
당 나라 도적도 내쫓고 삼한 일통하리라
중원과 청구에 영영세세 평화를 가져오리라
자네로 인해 고구려는 국력이 고갈됐느니
가무와 웃음 끊어지니
고구려의 드높던 기상이 설산처럼 외롭도다
을지문덕공의 부드러운 지혜는 버리고
을지문덕공의 딱딱한 용맹만 앞세우니
고구려의 드높던 기상이 삭풍처럼 차갑도다
자네 쓰러지기만 하면
자네 아들 남생과 남건 종주먹 내지를 터
짐의 아들 법민과 유신공이 고구려도 아우르고
당 나라 도적도 내쫓고 삼한 일통하리라
근질근질한 팔, 심심한 쌍칼,
개소문아,
전전긍긍 고구려 백성 하늘을 원망하고
조마조마 말갈족 철새를 부러워하는구나
참람한 신하의 권력은 자진(自盡)하게 마련이니
짐의 아들 법민과 유신공
백제 유민의 등을 두드려 한 마음으로
당군과 손잡고 평양성에 뛰쳐들어
한 달음에 신라 깃발을 꽂을 것이로다
짐이 비록 자네 먼저 떠나나
신라에 유신공 있고 화랑이 있고
전장에서 나고 전장에서 자란 짐의 아들 버티니
짐은 안심하고 훌쩍 하늘 나라로 가노라
우리 신라 그 날의 신라가 아니니
부소산의 이리가 무서리를 내리든
백두산의 호랑이가 천둥을 치든
태산의 황룡이 번개를 뿌리든
일당백의 아홉 서당(誓幢)이
하늘이 낳고 땅이 키운 人中龍
대각간 유신공의 깃발을 바라보니,
마흔 성의 우두망찰은 옛 얘기
즈믄 성의 환호 소리 드높도다
근질근질한 팔, 심심한 쌍칼,
개소문아,
안타깝도다, 심히 안타깝도다
자네의 눈이 밝아, 짐을 알아보고
짐의 손 잡았더면 단군의 자손
치우의 자손 우리끼리 힘을 합쳐
천하를 크게 둘로 갈라
양자강 북녘 대국과 양자강 남녘 대국이
팽팽히 맞서는 천하의 태평 누리련만
중원 통일과 삼한 일통으로
기우뚱 불안한 천하의 태평이 아니라
두 대국이 팽팽한 천하의 태평을 누리련만
이제 머잖아 당이 쫓겨나면
우리 후손 다시는
서로 칼 겨누지는 않을 것이나
중원과 맞서기는 쉽지 않겠고야
쉽지 않겠고야
근질근질한 팔, 심심한 쌍칼,
개소문아,
전전긍긍 고구려 백성 하늘을 원망하고
조마조마 말갈족 철새를 부러워하는구나
이제는 늦었노니, 그랴 늦었도다
천지사방 들리노나, 신라 노래 백제 노래
당 노래 말갈 노래, 시나위되었고야
근질근질한 팔, 심심한 쌍칼,
개소문아, 개소문아
어이 자네는 무쇠팔만 믿고
어이 자네는 무쌍칼만 믿고
천하를 혼자 메치러 드느뇨
어린지고 참으로 어린지고
어이 당만으로도 버거운데,
신라와 백제, 말갈까지 원수로 삼느뇨
자네 백성까지 원수로 삼느뇨
어린지고 참으로 어린지고
군대만 아니, 정치도 모르고 외교도 모르고
민심도 모르고 민생도 모르고, 군대만 아니
어린지고 참으로 어린지고, 먼 훗날
자네 같은 자 또 나올까 심히 걱정되도다
이제 짐의 명복이나 빌어 다오
잘 자게나,
자네 꿈을 사납게나 아니하였는지
쉴 새 없이 몸을 뒤채는 걸 보니
미안한 마음 드는고야, 그럼 잘 자게나
(2000. 6. 3.) (2003. 5. 23.)
연표
AD642 의자왕 신라 40성 공략; 백제 윤충 대야성 공략, 성주인 품석(김춘추의 사위) 살해; 연개소문 쿠데타; 김춘추 연개소문에게 머리를 조아렸으나 도리어 옥에 갇혔다가 기사회생함.
AD643 백제와 고구려, 신라의 당항성 침. 신라의 한 외교관, 당태종에게 청병(請兵)했다가 욕을 바가지로 얻어 먹음.
AD644~645 당태종 고구려 정벌에 나섬. 초전 승리, 안시성에서 대패
AD647 비담의 난
AD648 천하제일고수 연개소문에게 각기 한번씩 죽을 뻔한 두 영웅 김춘추와 당태종이 만나 굳게 손을 잡음. 당태종은 김춘추의 청병을 오히려 기꺼워 함.
AD649 당태종 사망
AD660 백제 멸망
AD661 태종 무열왕 붕어
AD661~662 소정방 평양성에서 대패, 일흔이 다 된 김유신이 한겨울에 맨 어깨를 드러내어 신라군을 독려, 식량을 전하여 소정방 구출하고 뒤따라오는 고구려군 1만여 명의 목을 벰.
AD666 연개소문 사망
AD668 고구려 멸망
AD673 김유신 사망
AD676 당군, 신라에서 몽땅 쫓겨남.
*연개소문이 여포라면 김유신은 관우, 당태종이 조조라면 태종무열왕은 유비. 누구도 일대일로는 연개소문을 당할 수 없었음. 중국과 달리 우리 나라는 한미한 신라가 삼국을 통일함. 신라에는 촉의 용렬한 후주(後主) 유선 대신 영명한 문무대왕 김법민이 있었기 때문일 듯. 김유신과 김춘추는 군사(軍師) 제갈량이 없었으나 각기 제갈량의 머리와 혀를 반반씩 나눠 가짐.
연개소문의 꿈에 나타난 김춘추
- 최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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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4-22, 1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