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사회의 반미`친중국 정서는 비단 대중적 유행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이런 대중적 수요에 부응하려는 많은 지식인이나 정치인들 사이에도 ‘탈미(脫美)와 근중(近中)’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주제다.
하지만 이런 주제가 학술적 연구라는 차원을 넘어 대중적 감정과 어울려 대한민국의 권위와 시스템을 파괴하는데 동조하고 있다면 국가의 미래에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불러올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무모한 시도로 우리의 미래가 불투명해 진다면 누가 그 책임을 질 것인가.
더욱 불안한 것은 이런 시도가 국가발전에 긍정적이라기보다 부정적이라는 것이 과거의 역사나 오늘날의 국제정치적 흐름이 말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일보 4월 22일자 이수훈(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의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라는 시론의 주장도 이런 아류에 속해 너무나도 아쉽다. 그는 우리의 외교의 축을 미국으로부터 중국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사회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반미감정과 맥을 같이 하는 주장이기도 하고 패권국인 미국의 우산에서 벗어나 자주국방을 하자는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이런 류의 주장들의 공통된 문제점은 그것이 국민정서를 자극해 대중적 지지를 얻을 수는 있으나 그 실현성은 고사하고 라도 이런 주장이 결코 국가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우리가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을 경계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우선 탈미`근중의 옹호론자들이 기대하는 것과 같이 국제사회가 이런 우리의 입장을 이해하고 지지해 주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어떤 나라였나. 5백년 조선사를 농락하고 외교권을 박탈했을 뿐 아니라 조공을 강요한 이 지역의 패권국의 역사를 가진 나라가 아닌가. 이제 미국을 떠나 중국에 다가서면 중국이 우리를 대등하게 대해주고 반겨줄 것이라는 것이 이들 옹호론자들의 기대라면 이는 커다란 오류다. 최근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이 무엇인가. 우리의 고구려사를 왜곡해 한반도의 일부를 중국에 편입시키려는 패권국의 몰염치한 영토침해가 아닌가.
우리가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판하지만 그래도 미국은 남의 나라 영토를 넘보는 그런 나라는 아님을 과거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또한 중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같은 대등한 안보조약을 우리와 같은 소국과 맺을 리 없다. 반미주의자들은 한미동맹을 비웃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위대성을 폄하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지만 대한민국의 경제적 기적은 이런 한미동맹에 기초했음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제 냉전도 끝나고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여건도 많은 변화가 있으니 한미관계를 재검토하고 보다 발전된 한미관계를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이제 우리의 외교축이 중국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참으로 어이없고 무책임하다.
이제 이런 식의 주장을 지속적으로 되풀이 하는 학자나 지식인들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당신은 외교의 축을 중국으로 옮겼음에도 중국이 우리를 푸대접하고 오히려 북한을 속국화하고 한국마저 넘보려 할 때 어떻게 그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그 때 당신들은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다시 한미동맹으로 복귀하자”라며 발뺌을 할 것인가. 아니면 당신의 중국접근론의 요지는 중국의 지배하에서 평화를 구가하는 것인가.
박상봉 (미래한국신문 편집위원, psb108@hanmail.net)
* 이 글은 자유기업원www.cfe.org에서 전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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