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파 챔프 노무현





요즘은 격투기가 다양해진 탓에 프로레슬링과 복싱이 한물 간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구름이 어릴 때는 격투기는 레슬링과 복싱이 전부였다. 그 중에서도 역도산과 김일 선수가 활약하는 프로레슬링은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했던 경기였다.

그런데 프로레슬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선수가 있다. 즉 룰과 매너를 지키는 정통파 레슬러가 있고, 반칙을 밥먹듯이 하는 반칙파 레슬러가 있다. 뜯어말리는 심판까지 집어던지는 만행?을 서슴치 않는 이 반칙파 선수들은, 그러나 난폭하고 거친 폭력성으로 해서 관객의 흥분을 끌어내고,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갖가지 반칙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여서 프로레슬링의 흥행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하나의 요소였다. 특히 이런 반칙파의 잔인한 반칙에 고통스러워하는 정통파 선수들에게 관객의 동정과 성원이 배가되게 함으로서 경기가 끝나고 승자가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두를 때 그것이 더욱 값지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담당한다.

여기서 프로레슬링의 하나의 합의는 최후의 승리는 정통파 선수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합에서 초반과 중반까지는 기세가 등등하던 반칙파 선수는 마지막에 가서는 통쾌하고 후련한 정통 기술에 걸려 패배당하고 만다. 만약 그렇지 않고 반칙파 선수들이 자주 이긴다면 프로레슬링이라는 흥행스포츠는 존립이 불가능해진다.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기기 위한 반칙이 허용된다면 누구나 다투어 반칙을 할 것이고, 결국 프로레슬링의 반칙은 갈수록 위험하고 살벌한 것이 될 것이다. 그것은 선수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도덕적으로 지탄받는 경기가 되어 프로레슬링의 존립자체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즉 프로레슬링에서의 반칙파 선수는 관객에게 재미를 선사한다는 흥행의 요소로서 허용되는 것이지, 결코 이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언제나 최후의 승리는 정통파 선수에게 돌아간다는 묵시적인 합의하에 즐기는 것이 프로레슬링의 반칙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반칙파 선수가 쑈가 아닌 진짜 반칙을 구사해서 챔피언이 되어버린 사건이 벌어졌다. 그것이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이다. 작금에 벌어진 탄핵소추는 상습적이고 누적적인 반칙에 견디다 못한 협회측이 이 선수를 퇴장시킨 것이라 볼 수 있다.

노무현 선수는 링에 올라올 때 입고 있는 빤쓰부터 신은 운동화까지 전부 규정에 위배되는 지맘대로 규격품이었다. 심판이 지적을 해도 소용이 없었고, 관중이 야유를 해도 마이동풍이었다. 할 수없이 경기를 진행시키자 노무현 선수는 복장뿐만 아니라 실제 경기에서도 룰과 규정, 그리고 전통과 관례를 모두 무시해버렸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두 가지 견해가 있는데, 하나는 고의적인 작전이라는 것이고, 다른 한가지 견해는 노무현 선수가 무식해서 룰과 규정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었다.

애당초 선수의 자격부터가 조금 파격적이었다. 정규 도장 출신이 아니라 뒷골목 양아치 출신의 선수여서 어디서 누구한테 배웠는지도 확실치 않은 선수였다. 문제는 이 선수의 엉터리, 반칙, 무대뽀 기술에 쟁쟁한 프로들이 나가떨어졌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관객들 중에는 노무현 선수가 알고 하는 것이던 몰라서 하는 것이든 간에 룰과 규정을 안중에 두지 않고 좌충우돌하는 지멋대로 경기 방식에 신선한 충격을 받고 그의 스타일에 매료된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분명히 바람직스럽지 못한 바람이었고, 결국 이 반칙왕이 챔프가 되어버리는 불상사가 빚어지고야 말았다.

이제까지 경기를 주관해 오던 협회는 고민에 빠져버렸다. 이 선수가 보여준 반칙과 변칙 기술들을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할 경우 앞으로는 이 경기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었다. 때문에 챔프 노무현은 경기 자체에 하나의 재앙이었다. 결국 협회는 노무현 선수에게서 챔피언 벨트를 박탈하기로 결심하게 되는 것이다. 챔프 노무현을 인정하게 되면 이 격투기는 더 이상 존립할 수가 없게 된다.

노무현 선수가 저질렀던 반칙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노사모라는 신종 가드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원래 링 사이드에는 규정상 허가된 코치와 스태프가 있어서 그들만이 링 위에서 선수를 도와주게 되어 있다. 그리고 태그매치인 경우에는 정해진 동료 선수들만이 교대로 링 안에 들어오게 되어 있는 것이다. 원래 반칙파들은 태그도 하지 않고 멋대로 링안에 뛰어 들어와서 상대선수를 집단 폭행하기도 한다. 그 정도는 애교로 봐주기로 한 경기기 때문에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광경이다. 그런데 노무현 선수의 시합에는 코칭스탭도 아니고, 동료선수도 아닌 생전 처음 보는 이상한 패거리들이 시도 때도 없이 링 위에 난입해서 노무현 선수하고 힘을 합해 상대선수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이들의 이름은 노사모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개나리라고도 부르고 병아리라 하는 사람도 있는데 전부 노랑색 유니폼을 입고 링 위에 올라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워낙 떼거지로 올라오기 때문에 심판도 막지를 못하고, 주최측도 손쓸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더욱 고약한 것은 이 노랑 병아리들이 링 위에 등장하는 것을 보고 박수를 치고 좋아하는 관객도 있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정당정치가 그 토대이기 때문에 어떤 정치인이나 정당을 지지하고, 그 강령과 이념을 위해서 활동을 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정당에 가입하여 정당원의 신분으로 하게 되어 있다. 이것이 룰인 것이다. 지지는 하지만 구태여 자신의 시간과 비용과 노력까지 바칠 정도의 열의는 없는 사람이라면 생업에 종사하면서 그 정당의 공천을 받은 입후보자에게 투표를 하거나 조금 더 적극적이어도 그 정당의 집회에 참석해주는 정도로 그치는 것이 역시 룰이고 사회적인 합의인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 선수가 동원한 이 노랑병아리들은 정당에 가입한 정당인이 아니고, 정당의 집회나 행사에 참가하는 것도 아니다. 민주주의라는 시합의 규정과 룰에 전혀 명시되어 있지 않고 다른 전례도 찾아볼 수 없는 전혀 새로운 반칙의 유형이 나온 것이다. 민주주의는 이런 성격의 단체가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중대한 반칙으로 본다. 굳이 찾아본다면 비슷한 사례가 완전히 없지는 않아서 왕년의 챔프 김영삼의 민주산악회가 있었고, 또 한 명의 스타 김대중 선수의 연청 같은 것이 있기는 했다. 이런 것을 전문용어로 사조직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노무현 선수의 노랑병아리들과 다른 점은 이들은 그래도 각자 자기가 지지하는 선수가 소속된 정당에 가입된 정당원들이 대부분이어서 확실하게 반칙이라 말하기는 어려웠다. 정치라는 제도권 속의 조직이고 단체였던 것이다.

그런데 노사모는 다르다. 이들은 정당원도 아니고, 정치인들도 아니고, 시민단체도 아니고, 한마디로 노무현 선수의 개인적인 팬들이다. 문제는 이런 팬들이 지지활동을 정당이라는 허용된 제도를 통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 멋대로 해버린다는 점이다. 오히려 노무현 선수의 소속구단의 공식행사나 집회에는 나타나지도 않는다. 그 구단을 후원하는 당비도 내지 않고, 강령과 이념에 대한 교육도 받지 않으며, 뚜렷한 행동강령도 조직규범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조직원이 지켜야 할 어떤 내부적 책임과 의무도 없다.

이런 조직을 정치에 끌어들이는 대단히 심각한 반칙을 노무현 선수는 저질렀다. 만약에 협회가 이것을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경우 앞으로는 모든 선수들이 다 이와 같은 병아리들을 기르고 양성해서 써먹자고 들 것이다. 그리되면 한국 정치는 정당정치가 아니라 사모정치가 되어 버린다. 김싸모, 박싸모, 권싸모, 이싸모가 정당들을 대신해서 나라를 끌고 가려 할 것이다. 한 사람이 반칙을 하기 시작해서 그것이 허용되었을 때의 부작용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생각한다면 노무현 챔프의 타이틀 박탈 결정은 지극히 타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노무현 선수의 반칙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원래 이 시합은 자격과 능력을 갖추고 법적으로 등록된 언론이 중계방송을 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노무현 선수의 시합에는 이런 공인된 언론이 아닌 자칭 논객이라는 떼거지들과 인터넷언론이라는 등록되지 않은 무자격 언론들이 제멋대로 난입해서 중계석을 차지하고는 했다. 이들이 악악거리는 통에 정규언론들의 중계는 들리지도 않았다. 이것도 아주 심각한 후유증을 야기시키는 반칙이었다. 그밖에도 노무현 선수는 개런티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시합을 하는 선수에게는 협회가 지급하는 개런티가 있고 선수 연금이 있고, 각종 공식 후원금이 지급된다. 그런데 노무현 선수는 자기가 만든 돼지저금통을 관객들에게 돌려서 돈을 거두었다. 물론 핑계는 다른 선수들은 공식적인 개런티 외에 음성적인 불법개런티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나중에 드러난 바로는 노무현 선수 역시 열심히 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고도 돼지 저금통을 돌렸다는 점에서 협회측을 아연하게 만들었다.

노무현 선수는 노랑병아리들 말고도 김대업 같은 범죄자까지 링 위에 불러 올려 상대 선수를 공격하는데 합세하게 했다. 그 외에도 노무현 선수는 지금까지 누구도 쓰지 않았던 기발하고 참신한 반칙을 닥치는 대로 구사했다. 그리고 챔프에 등극했다. 등극한 후에도 챔프로서의 품위와 자질을 보여주지 못하고 역시 양아치 표를 있는 대로 내고 다녔다. 협회의 타이틀 박탈 결정은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었다. 반칙파 선수가 실제로 이기는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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