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惡法(악법)이 法일 수는 없습니다”
“法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法이 지켜져야 한다면 시대착오적인 法律이 언제까지나 우리를 속박할 것입니다. 惡法(악법)이 法일 수는 없습니다.”
박원순 씨는 2000년 1월 낙천·낙선 운동이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같은 해 1월18일 <주간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사법처리될 가능성도 높다’는 질문에 “이미 각오한 것”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구속되면 면회 오라. 변론단을 구성하고 선거법 97조 개정을 위한 서명운동 등 여러 가지 대응책을 가지고 있다. 참가단체들이 모두 법위반을 불사하겠다는 전제 하에 참가했다. 15대 국회 들어 시민단체들이 의정감시활동을 활발하게 해왔는데, 이런 것은 모두 선거와 결부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행법은 이를 금지하고 있다.”
서울지검은 2000년 2월16일 박원순 씨와 최열 現 환경재단 대표를 선거법 위반혐의로 소환했다. 당시 총선연대 집행위원장이었던 박원순 씨는 ‘검찰소환에 응하는 소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희들은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 합법적 공간에서 유권자 운동을 펼 것이지만 불가피한 경우에는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선거법 조항은 지킬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그 조항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을 유린하는 것입니다. 법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법이 지켜져야 한다면 시대착오적인 법률이 언제까지나 우리를 속박할 것입니다. 악법이 법일 수는 없습니다>(<오마이뉴스> 2000년 2월16일자)
박원순 씨는 또 2009년 10월7일 경남 외국인노동자상담소가 주최한 ‘제5회 경남시민인권대학’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이명박 정부는 ‘법치주의’를 말하면서 정작 자기들은 법을 지키지 않는다. 법치주의는 법 앞의 만인의 평등이고, 위장전입 다 해도 장관이 되는데, 어떻게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하겠는가. 그런 총리와 장관 밑에서 어떻게 살아가나.”
박원순 씨는 촛불시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국민들이, 주부까지 나서서 이야기하면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런데 끝나고 나서 잡아갔다. ‘명박산성’이 이 정부를 상징한다. 국민이 주인이다. 설사 국민이 부족하더라도 정부의 좋은 제도로 사용해야 한다. 촛불시위는 직접 민주주의의 가능성과 효용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민이 모여서 함께 외칠 수 있어야 그 정부의 잘못이 시정될 수 있다. 그러나 직접 민주주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단체가 많은 역할을 해 왔지만 한계도 있다. 촛불은 무조직, 비정형 시민의 위상 변화”라며 촛불시위를 옹호했다. 박원순 씨는 법의 잣대가 자신들에게 향하면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법 조항은 지킬 수 없다’는 식의 논리를 들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할 때는 정작 ‘법치주의’를 내세웠다.
민노당 도우려 한 운동?
박원순 씨는 16대 총선 직후인 2000년 4월1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주도한 낙천·낙선 운동의 목표 가운데 하나로 ‘진보정당의 원내진입’을 들기도 했다.
“기존의 보수, 부패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을 표출하는 새로운 정치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분위기를 따라서 진보정당이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러나 비례대표제를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한 문제도 있었다. 또한 다른 면으로는 진보정당에서도 포부를 크게 갖고 선거에 임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정당을 하겠다는 것은 권력을 쟁취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민주노동당이 정당을 하겠다면서 한 두 명만 당선시키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박원순 씨의 위와 같은 주장은 낡은 정치를 깨고 새로운 정치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의 낙천·낙선 운동이, 실은 민노당을 위한 분위기 조성이었다는 고백처럼 들린다. <趙成豪 기자>
[全文] 총선연대 박원순 공동대표의 ‘검찰소환에 응하는 소감’
<검찰 소환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많은 분들이 걱정의 전화를 해 왔습니다. ‘혹시 잘못되는 것이 아니냐’는 주변의 이러한 우려에 “소환조사를 받고 그대로 구속되어 선거 끝나고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농담처럼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은 진심이었습니다. 낙천자 명단발표를 중심으로 일었던 폭풍의 한 가운데 서 있었던 저희들은 그야말로 지난 한 달이 ‘창살없는 감옥’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한 없는 기대, 명단에 포함된 정치인들의 끝없는 불만과 항변, 음모론과 유착說(설) 등 정치권의 근거없는 비난 속에 저희들은 괴로웠습니다. 정치의 밖에서 정치를 감시하고 비판하고 개혁하려던 입장이 어느샌가 우리도 흙탕물과 같은 정치의 한복판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내일이 4·13 총선일이라면…’하는 생각을 해 왔습니다. 당장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곤 했습니다. 그리하여 저희들에게 지난 1월과 2월은 고뇌의 겨울, 다가오는 3월과 4월은 잔인한 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미 숨을 수도, 도망칠 수도, 물러설 수도 없습니다. 썩고 병든 우리의 정치, 모든 사회개혁과 발전의 병목지점이 된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이 이 운동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대와 열망과 지지가 저희들을 포발하고 있습니다. 개인적 고민과 부족한 정치적 감각, 유약한 심성을 탓하고 있을 수만도 없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거대한 장애물로 다가선 지역감정, 지난 半세기 동안 지속된 정치권의 권모술수와 타성화된 부패정치구조 등 결코 승산없는 싸움, 그 거대한 장벽에 맨몸으로 부닥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단지 국민의 지지만이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언덕이며 유권자의 높은 수준과 의식만이 이 거대한 벽에 작은 구멍이라도 낼 원천입니다. 저희는 국민의 힘을 믿습니다.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정치인들의 심정을 저희들은 이해합니다. 저희들의 공천반대자 명단발표로 커다란 정치적 상처를 입었을 것입니다. 저희들은 엄정한 기준을 세우고 추호의 타협이나 사적인 감정없이 엄격하게 적용했음에도 그 형평성에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계적으로 적용하다보니 이들의 過(과) 외에 功(공)을 참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명단에 들어있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청렴한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크게 보면 명단에 든 정치인들조차 부패정치를 청산하고자 하는 이 시대의 도도한 강물의 희생양일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저희들의 행위는 공익적이고 진실에 부합하는 것이어서 법률상 면책되는 것이 명백하므로 이 분들의 고발에 기꺼이 응하고 성실히 조사를 받을 생각입니다.
“불합리한 법을 그대로 지키라는 말은 통용될 수 없습니다”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고발 부분은 애시당초 예정된 일이기도 하였습니다. 국민의 열화같은 힘으로 낙천 낙선대상자 발표는 합법화되었지만, 여전히 선거법은 국민의 참정권을 가로막고 의사표현의 자유를 옥죄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 합법적 공간에서 유권자 운동을 펼 것이지만 불가피한 경우에는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선거법 조항은 지킬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그 조항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을 유린하는 것입니다. 법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법이 지켜져야 한다면 시대착오적인 법률이 언제까지나 우리를 속박할 것입니다. 악법이 법일 수는 없습니다. 모든 법률은 투쟁의 산물이라는 독일의 법철학자 예링의 말을 들지 않더라도 민주주의를 확대하려는 시민운동가에게 불합리한 법을 그대로 지키라는 말은 통용될 수 없습니다. 올바른 법을 향한 투쟁은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운동가에게 뿐만 아니라 시민에게 있어서도 그것은 의무입니다.
개인적으로 검찰청사 문을 들어서면서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변호사로서 피의자들을 변론하기 위하여 수없이 드나드는 문을 이제 피고소인, 피고발인, 피의자의 신분으로 들어서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우리의 일이 공명정대하고 시대의 대의를 위한 것이라 할 지라도 피의자의 신분으로 검찰청사에 들어서는 것은 즐거운 일이 될 수 없습니다. 시민운동가들이 자신의 활동으로 말미암아 검찰에 소환되는 일은 없어지는 시대가 하루 빨리 오기만을 간절히 바랍니다. (2000년 2월16일 서울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전 발표한 성명서)>
박원순과 안철수, 그리고 참여연대 연구 ③-4 “惡法은 지킬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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