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왜 중요한가?

중립의 보장으로 정치적 압력이나 간섭으로부터 공무원의 지위와 신분이 보호되고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문제의 제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과 관련하여 논쟁이 뜨겁다. 교원노조와 공무원노조의 정치활동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규정한 실정법을 위반했느냐가 도마 위에 오르자, 정치권의 일각에서는 이런 논쟁의 불씨를 없애기 위해 국가공무원법, 정당법 등 관련법을 개정하려고 한다.

현행 관련법은 공무원은 정당,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하는 것, 그리고 선거운동도 금지하고 있는데 공무원도 그 같은 정치활동을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공무원도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치적 자유와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공무원은 일반시민들이 누리는 정치적 자유의 일부를 제한하는 것이 타당한가? 이 문제에 대한 찬반은 좌우로 갈라져 있다. 우파는 공무원의 정치활동과 정당활동은 일정한 제한을 가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좌파는 그런 제한을 풀어서 일반시민과 동등하게 정치적 자유를 누릴 것을 요구한다. 무엇이 옳은가?

이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현대 민주주의에서 공무원으로 구성된 관료시스템이 집단적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이로부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 범주도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료시스템과 공무원의 존재

공무원은 국가의 관료시스템을 구성한다. 공무원은 사익추구가 아니라 공익추구를 목적으로 한다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헌법 제7조 제1항에서는 관료를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말한다. 국가공무원법에서는 주어진 국가목표를 위한 성실한 직무수행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막스 베버(M. Weber)의 고전적인 관료이론의 전제이다. 그러나 뷰캐넌(J. M. Buchanan) 등의 공공선택론이 또렷이 보여주고 있듯이 그 전제는 낭만적이다. 누구나 행동동기는 이타심보다 이기심이다. 관료라고 이기심이 덜한 것이 아니다.

공무원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강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 이는 그 어떤 시민도 가질 수 없는 권리이다. 이 같은 강제는 음식점의 위생검열과 같은 사소한 일에서부터 관료적인 정책 결정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일들과 결부되어 있다.

더욱 더 흥미로운 것은 공무원들의 재화와 서비스 공급은 독점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것으로 바꾸거나 등을 돌린다는 허쉬만(A. Hirschman)이 말하는 탈출(exit) 가능성이 없다. 이에 반하여 시장의 공급은 대체재가 많고 매우 경쟁적이다. 이와 같이 공무원은 강제권과 독점적 공급에서 일반 시민이 가질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

공무원들은 계층적 조직의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일반 시민들 사이의 관계와 다르다. 이들의 관계는 수평적이고 자율적이고 자생적이다. 그래서 하이에크(F. A. Hayek)는 시장사회를 자생적 질서(spontaneous order)라고 말한다. 그들의 관계를 안내하는 것이 사법(private law)이고 그들의 관계는 사법관계이다.

그런데 관료시스템은 계층적 조직으로서 공무원의 신분관계는 공법적이다. 수직적 관계이기 때문에 관료시스템의 구성원들은 명령-복종관계이다. 그래서 관료시스템의 행동은 집단적이다.

관료시스템의 정치적 영향: 큰 정부 작은 시장

헌법 제7조와 국가공무원법이 전제하는 고전적인 관료이론은 현대사회에서 관료의 정치적 영향을 이해하기 매우 어렵다. 그것은 두 가지 전제에서 출발한다. 첫째로 국가관료는 국민의 봉사자라는 전제이다. 이는 관료는 사심을 버리고 국리민복을 위해 헌신하는 인간이라는 낭만적인 관료관(官僚觀)이다. 두 번째 전제는 관료는 주어진 국가목표를 성실히 수행하는 자로서 그 국가목표의 형성에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헌법 제7조는 그 두 가지 전제에서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 보장을 도출한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같은 관료이론은 직업공무원으로 구성된 관료시스템 자체가 가진 문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 필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기도 어렵다.

오늘날 공공정책에 대한 집단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정당, 이익단체, 관료집단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관료집단이다. 이 집단이 민주적 의사결정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공무원들은 국리민복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한다. 그들의 관심은 예산 감소가 아니라 그 증가이다. 큰 정부-작은 시장이 이익추구에 부합한다. 그들은 이 같은 선호를 가지고 정치적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현행 정당법이나 국가공무원법 등과 같이 공무원의 정당가입・선거운동 등, 정치활동이 제한되어 있다고 해도 공무원들의 정치적 영향은 대단히 크고 그래서 헌법이 말하는 정치적 중립이란 의미가 없다. 공무원들이 정치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첫째로 공무원들은 유권자인 시민으로서 직접 투표에 참가하여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그들의 정치적 선호는 큰 정부이다. 다른 유권자 그룹과 비교할 때 관료가 선거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각별하다. 공무원들의 투표참여 비율이 다른 유권자 그룹보다 높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관료는 자신에 유리한 방향으로 의회의 의사결정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료는 의회의 감시 통제로부터 독립된 매우 폭넓은 의사결정영역이 있다. 더구나 관료가 공급하는 재화와 서비스는 독점공급이다. 시장에서와 같은 경쟁이 없다. 그래서 시민들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이 매우 크다. 이 같은 독점영역에서 공무원들은 공공이익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개별적인 관심을 추구한다.

이 모든 것은 공공선택에 미치는 관료의 정치적 영향력이 일반 유권자들에 비교할 때 매우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치적 영향의 결과는 시민들의 자유와 재산을 침해하는 법과 제도의 왜곡이다. 이 왜곡의 전형이 복지국가의 등장・규제의 증가・정부지출의 증대이다.

공공선택론이 보여주고 있듯이 현대 민주주의의 고질적인 것은 두 가지이다. 유권자의 선호와는 전적으로 상이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에서 대리인 문제(agency-problem)와 큰 정부라는 의미의 리바이어던 문제(leviathan-problem)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야기하는 주범 가운데 하나가 관료의 정치적 영향이라는 것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의 정치적 활동 허용론의 허와 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옳고 그름을 따져보자. 우선 정치적 중립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하자. 공무원법, 정당법 등 관계법에서 공무원의 정치 활동의 제한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즉, 정당 등 기타 정치 단체의 결성에 관여 또는 가입 금지・선거운동 금지・특정 정당이나 정치단체를 위한 기부금 모집 금지 등이다. 정치적 중립성이란 이와 같은 금지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그 금지된 활동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그들의 논거는 무엇인가? 중요한 것 두 가지만 설명하자.

첫째는 공무원의 정치참여 제한은 공무원의 이익을 경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주장인데, 이는 관료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 데에서 생겨난 것이다. 관료들의 이익 추구는 관료시스템 내부의 정치적 영향을 통해서 관철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관료시스템의 비대화가 이를 입증한다. 복지국가・간섭주의・지출증대・부채증가 등은 관료의 이익추구의 결과이다.

흥미로운 것은 시민으로서 관료는 한편으로는 자신이 공급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다른 시민과 함께 향유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관료는 관료로서 사무실에서 독자적인 편익을 누릴 수 있다. 그래서 관료는 직업공무원로서 신분을 보장받아, 일반 시민이 결코 누릴 수 없는 편익(이중적인 편익)을 누리며 산다.

둘째는 공무원에게 참정권을 제한하는 것은 정치적 평등원리・민주적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인데, 이것도 설득력이 없기는 매한가지이다. 공무원은 일반 시민이 누릴 수 없는 이중적인 편익을 얻기 때문에 정치참여의 제한을 불평등이라고 말할 수 없다. 정치적 참여로 관료시스템이 더욱 더 커져서 관료의 이익이 증가면 그것은 시민들의 희생의 결과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론: 작은 정부를 위해서

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필요한가? 대부분의 헌법학자들은 헌법 제7조 제2항에서 규정한 정치적 중립을 준거로 하여 공무원의 정치활동과 정당활동을 허용하는 입법을 반대한다. 그 허용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헌법의 정치적 중립이 왜 중요한가이다.

그들에 의하면 중립의 보장으로 정치적 압력이나 간섭으로부터 공무원의 지위와 신분이 보호되고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만약 공무원에게 정치적 활동을 허용하면 그 순간부터 공무원은 더 이상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되어 관권선거에 동원되고 직업공무원으로서의 공무원의 신분도 불안정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론을 반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불충분하다. 현대적 관료의 성격을 설명하지 못하는 고전적 관료이론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문제는 관료시스템의 정치적 영향이다. 전공노나 전교조가 정치활동을 하려는 것, 그리고 좌파 정치가들이 이를 허용하는 입법을 추진하는 것도 그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여 자신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사회질서를 변동시키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복지국가 이념의 큰 정부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 중립은 우리는 관료의 비대화를 억제할 필요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관료는 언제나 강제와 그리고 독점적 공급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정치활동을 허용하는 입법은 강제와 독점을 키운다. 그래서 그런 입법은 나쁘다.

작은 정부의 실현을 위해서는 현행 실정법보다 더 많이 공무원의 정치적 활동과 그 영향력을 제한해야 한다. 털록(G. Tullock)이 주장하듯이 관료의 선거권 박탈도 가능하다. 관료는 직업공무원로서 신분을 보장받아 일반 시민이 결코 누릴 수 없는 이중적인 편익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의 자유와 번영을 위해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관료의 비대화를 막아서 시민의 자유를 보호하고 번영을 증대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시민들의 자유와 재산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관료의 정치적 영향을 효과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분석하여 어디까지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인가의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 답이 번영을 위한 헌법적 조건이다. ▌

민경국 / 강원대학교 교수ㆍ경제학
위 글의 출처는 <자유기업원> 입니다. 201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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