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총선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법개혁과 언론개혁을 개혁과제 1순위에 올려놓고 국회 개원만을 기다리고 있는 눈치다. 필자와 같은 법률 비전문가가 보기에도 사법부에는 고시제도와 법대 교육제도 등에서 상당 부분 개혁해야 할 과제가 있다. 그러나 사법제도와 달리 언론, 특히 신문산업에는 개혁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언론개혁에 포함된 내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여당은 무엇을 노리고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알려진 언론개혁 내용은 대주주 소유권 제한, 주요 신문 시장점유율 제한, 편집권 독립, 공동배달제 등이다. 이 네 가지는 형태는 제각각 다르지만 목적은 동일한 규제들일 뿐이다. 규제는 그 도입 목적을 공익설과 사익설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규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된다는 것이 공익설이고 사익 즉, 이익집단의 이익을 위해 도입된다는 것이 사익설이다.
언론개혁을 소리 높이 외치는 여당의 일부 인사들은 신문시장에 상기의 규제들을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당한 이유 즉, 공익적 목적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껏해야 여당이 국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했으니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수가 그들의 정책을 지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을 지지한 국민도 그에 못지않게 다수라는 점은 여당의 언론개혁 정책이 공익과 무관함을 보여준다.
신문시장에 도입 예정인 규제들은 이익집단의 이익을 위함은 명백한 것처럼 보인다. 첫째, 소유권은 사주가 신문사를 경영할 수 있는 핵심 장치다. 대주주의 소유권 제한은 신문사에서 대주주의 영향력을 차단하거나 억제함으로써 소유권을 통한 대주주의 경영권을 훼손하고자 한다. 이러한 규제가 영향력을 미치는 경우는 대주주가 명백히 존재하는 메이저 신문사들이다. 소유권 제한을 통해 대주주의 경영권 행사를 방해하거나 왜곡함으로써 주요 신문사가 집권층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희석하거나 제거하고자 하는 것이다.
둘째, 메이저 신문사들의 시장점유율 제한은 시장점유율이 낮은 그래서 경영이 영세한 중소 신문사들의 시장점유율을 올리기 위한 규제이다. 이러한 규제는 중소 규모의 신문사들의 경영을 돕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그들의 영향력이 집권 세력에게 유리하게 발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친여(親與)이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신문사들의 이익을 위해 시장점유율 규제가 만들어짐을 알 수 있다.
셋째, 편집권 독립은 신문 제작에 있어서 사주의 영향력을 배제한다는 차원에서 일부 평등지향적 기자들이 오래 전부터 주장해온 것이다. 소유권을 통해 사주가 신문의 제작에 강력히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편집권 독립은 주요 신문사들에게는 영향력이 크다. 그러나 우리 사주나 주식이 전 국민에게 분산되어 있는 중소 신문사들은 편집권 독립이라는 규제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편집권 독립은 신문의 편집에 있어서 사주의 영향력을 차단함과 함께 사주를 대신하여 기자의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주요 신문사들을 억제하고자 하는 규제이다.
넷째, 신문지국은 신문 유통의 마지막 단계로서 인체에서 실핏줄에 해당한다. 메이저 신문사들에 비해 중소 신문사들은 자원이 부족하여 충분한 신문지국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동배달제를 통해 문예진흥기금이나 언론창달기금 등을 신문배달 유통망 확보에 쓰도록 함으로써 중소 신문사들의 신문 유통을 돕는다. 한 마디로, 공동배달제도 중소 규모 신문사들의 이익을 위하여 만들어지는 규제이다.
언론개혁은 이름뿐이다. 실제로는 언론개혁이 메이저 신문사들을 희생하여 여당의 편이라 여겨지는 일부 신문사들과 기자의 이익을 돌보기 위한 것이다. 더 나쁜 것은 언론개혁에는 말 잘 안 듣는 신문사들을 통제하고 길들이고자 하는 음험한 의도가 숨겨져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언론개혁은 ‘언론개악’으로서 이익집단의 이익을 위한 규제일 뿐이다.
전용덕 (대구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ydjeon@taegu.ac.kr)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