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 남북 국방장관 회담이 열린 이래, 처음으로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이 5월 26일 열렸다.
남북간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특히 서해상의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열린 이번 회담은 기대와 환상보다는 경계와 주의를 要하는 남북간 군사접촉으로 판단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그동안의 북한이 보여준 행적(行跡)이 북한신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게 하기 때문이며, 그 두 번째는 지나친 기대와 과욕을 가지고 남북회담에서 너무 성과에만 집착하는 우리측의 태도 때문이다. 객관적인 태도로서 상대의 진의(眞意)를 파악하고, 이에 적절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성과에 대한 욕망에 집착하다보니, 상대가 조금만 誠意(위장일 수 있음에도)를 보이면, 감사하는 마음에 젖어 판단력을 상실하고,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환상을 갖게 되는 것이다.
현재 한반도상황은
(1)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기정사실화되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은 북핵저지를 위한 묘안(妙案)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고, 한국은 이른 바 '중재자'의 역할을 벗어나지 않고, 오히려, 미국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이킬 수 없는 북핵 폐기) 원칙의 표현을 완화해주도록 미국에 요청할 만큼, 북한 입장을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이런 와중에서,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되고 있고, 완전철수 가능성 마저 제기되고 있다. 비무장지대에서 北도발에 대한 결정적인 '억지' 역할을 담당하던 美지상군 1개 여단의 차출로, 그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하는 문제를 경제적, 전략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북한은 한반도 최대의 현안문제인 핵무기 개발 문제에 관하여 남북간 장관급회담 등의 주요 정치회담에서, 의제(議題)로서 상정하는 것 조차 거부해왔다. 중요한 문제는 남한과 논의조차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이번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여 남북 군사회담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북한의 행동기록으로 볼 때, 긴장완화, 군비감축 등에 북한이 동의할 생각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북한이 오늘 회담에서 이미 6·15공동선언 준수와 민족공조 주장, 그리고 회담 의제인 NLL(북방한계선)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회담의 한계를 이미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군사회담을 거부해 오던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돌변, 이번 회담에 응한 저의(底意)를 '역지사지(易地思之)' 입장에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저의는 (1)6·15공동선언을 토대로, '민족공조론'의 정치 선전화 (2)별도의 군사채널을 통한 한·미 양국간 이간 (3)위장평화로 대북 경계심 약화 등의 목적을 가진 것으로 추리된다. 이것이 바로 이번 회담의 함정이 아닌가 한다. 회담을 계속 여는 것이 성과가 아니다. 우리가 단순히 회담이 열리고 있다는 지엽적인 문제에 만족해 있는 동안, 그 회담이 대내외에 미치는 영향과 파장을 간과하기 쉽다.
특히, 한·미 동맹하에 있는 우리의 특수한 경우에, 미국과 긴밀한 상의를 거쳐야 하는 바, 한·미 양국간 긴밀한 상의가 실제로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이는 가뜩이나 주한미군 감축 등으로 양국관계가 민감한 시기에 한·미 동맹에 큰 손상을 가져오기 쉽고, 이것이 바로 북한의 노림수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회담을 무조건 회피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대비책을 갖고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故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과의 군사회담에 임할 때 한 말이 생각난다. 'Trust, but verify.' (일단 신뢰하되, 그러나 검증하라). 상대방의 말만으로 결정하지 말고, 행동으로 검증된 경우에만, 상대를 신뢰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洪官憙(통일연구원 평화안보실장)
석연치 않은 南北 장성급 군사회담
- 홍관희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04-05-26, 22: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