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의 자유'가 '국가 존재 이유'까지 부정할 수 있나...




2004년 5월 21일 금요일은 법원이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함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존재이유'마저 훼손된 매우 슬픈 날이다.

모름지기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과 주권 그리고 영토를 수호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구성원의 자유와 행복을 보장, 증진시켜 주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국가는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를 두고 군대와 경찰을 통해 국가 권력을 행사한다. 만약 국가 권력의 집행을 뒷받침하는 군사력과 경찰력 등을 무력화시키려 한다면 이는 곧 국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이런 이유로 대법원은 1969년 이래 4차례의 엄중한 판결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더욱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상존하는 가운데 국방비의 대폭 증액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출산율마저 떨어져 매년 징집 자원이 급격히 감소, 현재의 군대를 유지하기 위한 징집 자원의 확보조차 어려운 점을 고려한 사려 깊은 판단이었다. 이는 개인의 이익보다 국가의 이익 즉, 공공이익이 우선한다는 '선언적 의미'도 담고 있다.

그러나 서울남부지법은 종래의 판례를 깨고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기피한 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더욱이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과 재배치 논의, 한미동맹의 재조정을 앞둔 안보적으로 민감한 시점에 나온 판결이란 점에서 우려하지 금할 수 없다.

또한 서울남부지법이 내놓은 판결을 보면 대한민국에서 이뤄진 판결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아니 분단 대치국이 아니라 안보 위협이 거의 없는 부유한 선진국의 법원에서 내놓은 판결로 착각할 정도다. 그 이유는 한국의 안보 현실과 국민들의 안보 의식을 전혀 감안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법의 양면성'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내려진, 잘못된 판결이기 때문이다.

첫째, 병역 기피자 3명은 '오직 양심상의 결정에 따라 병역소집을 거부한 것이므로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정신에 따라 보호대상이 될 수 있다'고 재판부는 판결했다.

게다가 판결문 말미에 양심에 따른 병역기피의 판단 기준으로서 병역 거부자 자신이 양심적 결정 과정을 분명히 밝힘은 물론, 병역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설득력있게 설명할 것과 병역거부 결정 전후에 이와 관련된 사회 활동 여부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오직 양심상의 결정'이란 것이 객관적 검증이 불가능하므로 재판관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또한 '병역거부 사정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을 판단 기준으로 제시, 개인적 설명 능력에 따라 병역면제 여부가 결정되는 등 형평성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즉, 같은 날 동일한 혐의로 법정에 선 3명중에서 유독 조모(23)씨만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이 그 대표적인 판결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사회 활동의 여부도 문제다. 즉, 활동 실적은 언제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특정 사회단체가 병역 면제부를 남발하여 공권력을 무력화시킬 개연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뿐만이 아니다. 병역거부자의 대부분이 특정 종교의 신도인 점을 고려할 때 재판부의 판결은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로 오해받을 수 있다. 우리 나라가 특정 종교 국가도 아닌데 특정 종교만 감싸는 결과를 초래하여 형평성 논란의 소지가 크며, 그 폐해도 만만치 않을 듯하다. 즉, 병역면제를 목적으로 특정 종교를 신봉하게 될 경우 특정 종교인의 자연적 수적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거기에다 재판부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받아들인 것은 장병들의 사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다. 만약 재판부가 옳다면 현재 군복무중인 장병들과 군복무를 마친 수많은 젊은이들은 모두 양심이 불량하고 국가로부터 속임을 당한 바보들이란 말인가? 또한 헌법에 명기된 의무 중에서 유독 병역의 의무만 양심의 잣대로 판단하여 행동해도 된다는 것인지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7살의 어린이가 초등학교를 건너 뛰어서 중학교에 진학하려는 것을 '교육의 의무' 즉 의무교육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기각시킨 법원의 판단을 보면 헌법상의 다른 의무에 대해 매우 엄격함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양심적 병역거부만 받아들인 점은 헌법상의 다른 의무와 견주어 볼 때 형평성을 잃은 판단이다. 모병제가 아닌 국민개병제 즉,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안보와 관련된 공공의 이익보다 소수의 개인적 이익을 우선 고려하여 판결한 것은 사회적 통념과도 배치된 재판부의 독단이며 오판(誤判)이다.

둘째, '양심의 자유는 개인의 윤리적 판단이므로 국가는 절대 개입할 수 없다'는 재판부의 설명도 현실을 외면한 판단이다. 즉, 내심적 자유는 절대적 자유로 보는 반면, 양심실현의 자유는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다른 헌법적 질서에 저촉되는 경우 헌법 제37조5항에 따라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 또 우리나라 헌법에서만 병역의 의무를 명시한 것이 아니다. 아직도 55개국이나 자국의 안보적 상황으로 인해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지난 50년 동안 징병제를 채택, 현존 군사력을 유지함으로써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 오늘과 같은 풍요를 이루었다. 만약 징병제를 위헌으로 규정, 모병제로 전환한다면 우리 나라의 경제력으로 엄청난 군사비를 감당해 낼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전쟁억제 목표를 포기하고 무작정 군축을 단행할 수도 없는 형편인데….

이런 상황에서 '소수의 이익'과 직결된 병역거부를 합리화시켜 준다면, 국가는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는 것인가? 이것이 곧 국가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되묻고 싶다.

혹자는 북한에 의한 안보 위협이 현저히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은 전쟁을 할 수 있는 능력도 없다고 주장하면서, 병력 감축 또는 군비 축소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군이 이라크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라크 군대를 해산, 오늘과 같은 혼란이 초래되었다는 분석 결과를 볼 때, 군대는 외환에만 대비하는 것이 아니다. 이점을 재판부는 간과한 듯하다.

셋째, 재판부는 우리 나라가 1990년에 가입한 국제인권규약(B) 제18조 2항과 1993년에 가입한 유엔 인권위원회 제60차 총회에서 채택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결의안'을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국가마다 처한 안보 상황이 각기 상이하다는 점에서 모든 국가에 강제할 수 없다. 국제규약이나 결의안이 해당 국가의 국내법보다 우선한다는 법리적 근거도 없다. 따라서 우리의 상황을 무시, 권고문에 불과한 국제인권규약과 유엔의 결의안을 무조건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우리 나라가 국제인권협약에 가입한 1990년 이후 북한의 위협과 우리의 안보 여건은 거의 변화된 것이 없다. 그럼에도 법원이 병역거부를 받아들인 점을 이해할 수 없다. 이미 13년이나 경과되었고, 안보적으로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법원의 판결이란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넷째, 재판부는 '한해 600여명 안팎의 병역거부자는 연간 징병인원 30만여명의 0.2%에 불과하여 방위력에 미치는 정도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군인이 될 필요가 없으며, 대체복무 기준을 명확하게 마련한다면 고의적 병역 기피자를 충분히 가려낼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재판부의 판단은 속단이다. 즉, 한 인터넷 여론조사 결과, 1만327명중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반대가 60.2%, 찬성이 13.3%, 기타가 26.4%로 나타났다. 특히, 군복무 경험이 없는 응답자 중에서 병역 거부 찬성이 13.3%이었다.

또한 모대학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찬성 응답자가 44.5%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4개 인터넷 사이트와 공동으로 <한국대학신문>이 고교생 1022명(남자 401명, 여학생 6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반드시 군대에 가겠다는 응답자는 34.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능력에 따라 군대에 안 갈 수 있다”거나 “도움 받아 면제 받겠다”고 응답했다.

이를 다시 정리해 보면, 현재는 병역거부로 인해 처벌받은 인원이 한해 600여명에 불과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 대체복무를 허용할 경우 징집 대상인원 중에서 최소 13.3%, 최대 44.5%가 병역거부 또는 대체복무를 선택할 것으로 예측되며, 분위기가 확산될 경우 그 이상의 인원이 병역을 거부할 것이다. 따라서 병역거부자가 징집인원의 0.2%에 불과하기 때문에 우리의 방위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예측은 너무 안일한 판단이다.

한편 사회 일부에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대안으로 대체복무를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상 병역면제를 인정하는 것과 동일하다. 또한 대체복무를 인정할 경우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모든 남자들이 군에 가는 것이 아니며 일정 조건에 맞는 인원만 선발, 징집하고 있다. 그럼에도 과거 운동권에서나 회자되었음직한 말 즉, “모든 국민이 군인이 될 필요가 없다”는 억지논리가 신성한 재판장에서 언급되었다는 것은 사법부의 불행이라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대체복무 기준을 명확하게 마련하면 고의적 병역 기피자를 가려낼 수 있다는 설명도 현실성이 없다. 계속 처벌해도 ‘병역 기피용 문신’이 근절되지 않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다섯째, 재판부가 한국군의 낙후된 전력 구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현대전은 첨단 과학 무기가 주도하는 전쟁 양상”이라고 단정하며, 자의적으로 해석, 병역거부와 연계하여 판결한 것은 전문성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다. 경제는 경제전문가가, 환자는 의사가 진료하듯이 군사 영역은 군사전문가가 판단함이 옳다. 따라서 군사전문가도 아닌 재판관이 현대전의 양상이나 무기체계 등을 자의적으로 해석, 그 결과에 따라 판결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이상과 같은 사법부의 잘못된 판결이 혹시 최근 사회의 편향된 이념구조를 반영한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특히, 금년 고교생들이 사용할 검정 국사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을 어느 월간지와 국방부에서 지적했다. 제기된 문제점을 보면, “대한민국은 때리고 김정일 부자는 감싸기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즉, 북한의 인권유린과 핵무장 추진, 경제실패와 대기근, 탈북자 문제 등은 언급하지 않고 한국의 역대 정부만 비판적으로 기술했으며, 이미 법적 심판을 통해 유죄가 인정된 송두율식의 “내재적 접근법”에 의해 쓰인 듯한 대목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었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최근 군 입대를 앞둔 장정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결과를 보면, 예전에 비해 북한을 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오히려 미국을 위험한 국가로 지목하는 등 적성국(집단)과 우방국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인원의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런 현상이 학교교육의 책임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편향된 시각으로 기술된 국사교과서에 의해 교육받은 장정들로 군대가 채워질 경우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지난해 군입대 약속을 저버린 가수 유승준에 대해 '영원히 국내 연예활동을 금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66.2%, 입국을 불허한 병무청의 조치가 '옳다'는 응답이 89.75%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 대다수가 안보의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이런 정서를 가진 국민들이 절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물론 대부분의 법관들도 이번 판결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사법부에서 먼저 이번 판결을 면밀히 검토하여 그 결과를 2차 재판에 반영해 주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번 판결로 인해 우리사회가 평상심을 잃고 흔들리지 않도록 정치사회 지도층과 양심 있는 학자들이 나서 주기를 바란다. '전쟁을 막고 태평성대를 원한다면 튼튼한 안보태세부터 챙기라'는 옛 성현들의 말씀을 다시 되새겨 봐야 할 절박한 시점이다.

* 이 글은 디펜스코리아www.defence.co.kr에서 전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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