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체니의 고백, '부시는 北에 이렇게 당했다'

부시 행정부의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의 회고록 ‘나의 시대’ 15장은 제목이 ‘좌절(Setback)'이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정권을 ‘惡의 軸’으로 규정, ‘레짐 체인지'(정권교체)까지 추진하다가 임기 말엔 핵시설 검증 약속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北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해줌으로써 ‘부시 독트린’을 스스로 부정해버린 것을 한탄하는 내용이다. 체니는 이 굴욕적 사건의 책임을 콘돌리자 라이스와 대통령에게 돌렸다.

2008년 6월26일(미국 시간) 북한은 6자 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검증용 핵시설 목록을 전달하였는데, 우라늄 농축과 핵확산에 대한 기록이 빠졌고, 플루토늄 재처리 활동에 대한 기록도 충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부시 대통령은 즉각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할 뜻을 의회에 통보하였다. 체니는 검증절차에 대한 합의가 부실하다고 따졌고, 라이스 장관은 6자 회담 미국측 대표인 크리스 힐이 북한측과 구두로 우라늄 농축에 대한 별도의 검증 방식에 대하여 합의하였다고 설명하였다. 체니가 더 추궁하니 ‘합의’가 아니라 힐 대사의 비망록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라이스는 의문을 제기한 부시 대통령에게 “외교에선 반드시 문서합의만 있는 것이 아니다”고 변명하였다. 일본 정부도 美北(미북)이 합의한 검증방식에 반대하였다. 그럼에도 부시 대통령은 2008년 10월10일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주기로 결정하였고 다음 날 라이스는 그 문서에 서명하였다. 체니는 회고록에서 <참담한 순간이었다>고 썼다.
<이것은 부시 독트린을 부정하는 것이고, 클린턴 시절의 실패한 접근방법을 답습하는 꼴이었다>
북한정권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자 말자 “검증은 영변의 플루토늄 원자로에 한한다”고 선언하였다. 12월11일엔 어떤 ‘구두 약속’도 무시하겠다고 했다. ‘구두 약속’을 믿고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빼준 부시 행정부는 임기를 對北(대북)굴욕으로 마감하였다.
그 뒤 북한은 2009년 5월에 두 번째 핵실험을 하였고, 작년 10월엔 미국 전문가에게 영변 단지 내 농축우라늄 시설을 보여주었다. 2011년 2월 미국의 국가안보부 짐 클레퍼 국장은 상원에서 증언하기를, “북한은 영변에 농축우라늄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바 시설의 규모 등으로 미뤄 상당기간에 걸쳐서 농축을 시도하였다”고 했다. 그는 또 “농축시설이 다른 곳에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부시 행정부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對北강경론자였던 체니는 부시의 실패 교훈을 정리하였다. 한국의 對北정책을 맡은 이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소개한다.
<첫째, 정책의 목표를 잃어선 안 된다. 국무부는 교섭과정에서 北核(북핵)폐기가 아니라 북한과 합의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말았다.
둘째, 강한 입장에서 협상을 해야 한다. 원칙을 지켜야 하고 필요하다면 회담을 깨고, 군사력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셋째, 금지선을 지켜야 한다. 북한이 시리아에 영변급의 핵무기용 원자로를 수출한 사실을 알고도 응징하지 않은 것은 실수였다.
넷째, 전략적으로 思考(사고)해야 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였을 때와 그들이 시리아에 원자로를 지어주고 있음을 알았을 때 우리는 중국을 앞세워 강한 압박을 넣었어야 했는데, 기회를 놓쳤다.
다섯째, 미국은 동맹국과 함께 해야 하는데 일본과 한국을 소홀히 하였다.
여섯째,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북한은 제네바 非核化(비핵화) 협정을 맺은 뒤에도 우라늄 농축과 對시리아 원자로 수출을 했다. 이런 수법을 우리한테도 적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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