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武鉉의 新경제학설

<경제가 위기’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고 정확해야 합니다. 위기일 때 위기가 아니라는 것도 위험하지만, 위기가 아닐 때 위기라고 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과장된 위기론이야말로 시장을 위축시키고 왜곡시킬 뿐 아니라 진짜 위기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는 과장된 위기론을 잠재우는 것입니다.

지난 ’89년, 재계와 언론은 ‘총체적 위기론’을 들고 나왔고 집권여당도 여기에 한 몫을 거들고 나섰습니다. 빗발치는 여론에 떠밀려 정부는 증시 부양과 건설투자 확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그 결과 땅값은 폭등했고, 물가는 치솟았습니다.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서 경제는 그야말로 심각한 위기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 당시, 위기는 아니었습니다. 투신사의 부실이 있고 증권시장이 침체된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경기는 바닥을 치고 올라오던 시기였습니다.

일부에서는 그 당시 추진되던 토지공개념과 금융실명제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총체적 위기론이 제기됐다는 의혹을 가지고 있습니다.

2000년에도 우리 경제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제2의 IMF 위기설’이 대두되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었고, 그것이 실제로 경기하강을 가속화시켰습니다.

견디다 못한 정부는 개혁의 고삐를 늦추고 주택경기 활성화와 내수 진작책을 내놓았습니다. 결국 시장개혁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부동산 폭등과 신용불량자 양산을 낳았습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의 원인이라는 것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입니다.

결코 과거를 탓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책임을 과거로 돌리자는 것도 아닙니다. 과거에서 교훈을 얻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경제 위기설이 무리한 대책을 낳고, 그것이 진짜 위기를 불러오는 악순환을 반복해선 안 됩니다.

정치인도, 기업인도, 언론도 책임있게 말해야 합니다. 불안해서 위기를 얘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또는 필요한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서 불안을 증폭시키고 위기를 부추겨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해서는 우리 경제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어제 17대 국회개원 연설에서 盧武鉉대통령은 경제가 위기가 아닌데도 위기라고 말하면 진짜 위기가 온다는 신학설을 내어놓으면서 지금은 위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 연설 내용이 보도된 오늘 신문에는 통계청의 자료가 실렸다. 소매업 매출이 15개월째 감소하고 있고 이는 IMF 사태 때보다도 두 달이 더 길다고 한다. 家計 빚은 450兆로서 이 또한 사상최고이며 家口당 2945만원에 해당한다고 한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고 있을 때 金泳三 정부는 '우리 경제는 펀드멘털이 좋기 때문에 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위기를 위기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는 사이에 그해 11월 '어느날 갑자기'식으로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하게 되었다. 경제정책 책임자들은 '왜 위기를 숨겼느냐'는 추궁을 받고 구속되어 재판에 넘겨지기까지 했다.

경제위기를 과장하는 것이 경제에 부정적인 요인이 되는 것처럼 위기를 덮으려는 시도는 국민들에게 불신을 준다. 변명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언론은 경제위기를 과장하는 속성이 있다. 반면에 정부는 경제위기를 덮는 습성이 있다. 이 양쪽의 균형속에서 국민들은 보다 가까이 진실에 접근한다. 언론이 정부처럼 경제위기를 덮거나 축소한다면 진실의 균형이 무너진다.

더구나 지금 정부는 전체 언론의 半 이상의 영향력을 가진 방송을 통제하는 입장에 있다. 그런 정부가 언론이 경제위기를 과장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은 일부러 자신을 弱者로 만들어 동정을 사려는 비겁한 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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