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文洙 경기도지사가 뭐 그리 죽을 罪를 지었나

缺禮를 사과한 소방대원이 돋보였다
우리나라 전화 예절에는 문제가 있다. 특히 받는 쪽의 缺禮(결례)가 더 심한 편이다.
필자는 12월초(화요일), ‘나꼼수’에 대한 MBC의 100분 토론에서 모 일간지 K논설위원이 孤軍奮鬪(고군분투)하면서도 굳센 자세와 정연한 논리로 다른 참석자들을 압도하는 실력에 감탄했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려고 다음날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논설위원실 여직원은 K논설위원이 자리에 없다며 필자에게 용건을 물었다. 필자는 이름과 연락처를 대고 『혹시라도 돌아오면 통화하고 싶단다고 전해 달라』고 했다. 연락이 없었다.

금요일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다른 여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이름을 대고, K모 위원과 통화하고 싶다고 했다. 여직원의 말이 K위원은 이번 주 쉬고 월요일부터 출근한다며 필자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다. 연락처를 이미 알려줬노라고 했더니, 쪽지가 없어졌으니 다시 알려달라고 했다. 그래서 통화를 포기했다.

이 정도는 약과다. 관공서나 국영기업체의 長과 통화하려면 더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교환양에게 전화를 걸어 최고 책임자를 대달라고 하면 『무슨 용건이냐』고 묻는다. 비서실에 연결해주면 비서에게 용건을 말하겠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용건을 말하기 전에는 연결해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통화를 포기한 경우가 필자에게도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민원인의 전화를 최고 책임자가 어떻게 일일이 받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민원인은 자기에게 연봉을 주는 사람이다. 자신이 직접 받지는 못해도 비서가 받는 일까지 차단해야 할까?

어떤 전화가 걸려오든 받는 쪽, 특히 민원부서의 공무원, 또는 공공기업의 직원은 『네 ○○○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해야 맞다. 남양주소방서의 소방대원은 전화를 건 사람이 『도지사 김문수입니다』라고 했으면, 최소한 『안녕하십니까, 도지사님. 저는 ○○○입니다. 무슨 일로 전화하셨습니까』라고 했어야 한다. 아무리 비상전화라고 해도, 설사 장난전화라고 생각했어도, 상대가 도지사라고 한 이상 이 정도의 예의는 갖춰야 했다. 하지만 그 소방대원은 자신이 누구라는 것을 끝내 밝히지 않았다.

이 문제를 놓고 金文洙 경기도지사를 비난하는 글들이 폭주했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권위주의적 행태를 취하느냐는 것이다. 實名(실명)을 밝히지 않는 인터넷은 물론이고 인쇄매체까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예를 들며 金지사를 헐뜯고 나섰다. 아프칸 전쟁영웅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그는 근무시간에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며 전화 받기를 거절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점심시간까지 기다려 통화했다는 것이다.

이런 예를 드는 건 일종의 詐欺(사기)행위라고 생각한다. 金지사는 公的(공적)인 일로 公的 전화를 사용하여 행정조직상 부하인 소방대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바마는 公的인 일이지만 私的(사적) 전화로 행정조직상 부하가 아닌 일반시민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어떻게 비교대상이 되나. 마치 m와 g을 비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글쓰기 전문가가 이런 간단한 이치를 (모르는 게 아니라) 외면하고, 金지사를 비난하기 위해 독자들이 감정에 휘둘리기 쉬운 예(미국 대통령도 그렇게 겸손한데, 한국의 도지사 정도가…)를 든 것은 詐欺라는 말이다.

다만 해당 소방대원에 대해 인사 조치까지 취한 것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도 金지사의 뜻이 아니었다고 했으며, 원상회복됐다. 더욱이 해당 소방대원이 자신이 缺禮를 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金지사에게 사과했다는 대목은 아직은 우리 사회에 常識(상식)이 살아있다는 좋은 예인 것 같아서 흐뭇하게 생각한다. 그 소방대원은 인터넷 매체를 활용하는 인사들이나 유명한 인쇄매체의 글쓰기 전문가보다 훨씬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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