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만 65세가 되니 공식적인 노인으로, 지하철이 공짜라는 ‘지공도사’가 되었다. 대학을 졸업한 1970년 이래 건축설계란 외길을 걸어 온지도 어언 마흔두 해가 지났다. 화살 같은 세월의 열차가 급행으로 달린다.
그림이든 건축이든 남들 전시회를 국내외에서 구경만 했지 이 나이가 되도록 한 번도 내 작품을 전시한 적이 없었는데, 작년이 이공건축 창립 25주년이라 기념행사로 건축·드로잉 展을 계획하였다. 그러나 마땅한 전시장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아 결국 해를 걸러 오는 사월 초부터 보름 동안 예술의 전당에서 ‘建築師(건축사) 류춘수의 閑談(한담)과 드로잉展’을 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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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유행하는 ‘콘서트’를 염두에 두고 나도 무슨 건축 ‘노가리’ 모임을 전시와 겸할까 구상 했는데, 그 담론에 참여하기로 한 건축가 승효상(承孝相)이 이 모임을 한가로운 건축 잡담이나 하자며 ‘閑談(한담)’으로 이름 지었다. 평소에 가까이 지내는 건축, 문화계의 지인들을 모신다기보다는 불러서, 거의 매일 한 시간씩 나와 관객들과 함께 건축을 소위 ‘소통’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관객과 건축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누구는 ‘建서트’라 이름 짓기도 했는데, 이런 ‘콘서트’ 비슷한 것을 하다 보면 경북 봉화가 주소지인 나는 ‘시골 건축사’로 뜨게 되지는 않을까 은근한 기대도 없지 않다. 그래서 혹 누구의 멘토가 되면 어떨까?
글을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콘서트’, ‘소통’, ‘멘토’ 등 요즘 유행하는 단어를 많이 쓰게 되었으니, 바로 지금 당면한 이야기 하나를 써야겠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서울시의 ‘경관건축가’를 20명 가까이 선정할 때 나도 뽑혀 좋아했었으나 단 한 건도 수주에 도움이 되지 않더니, 그 분이 그만 두기 직전 보다 적극적이고 광범위하게 70~80명이나 되는 ‘서울시 공공건축가’ 제도를 만들었다. 박원순 시장이 이 제도를 혹 폐기하지 않을까 염려했더니, 지난 1월초 위촉장을 주겠다고 연락이 와서 아주 고맙고 반가웠다. 그러나 그 위촉식은 1월 말로 연기 되었고, 더구나 두 번째의 위촉일은 시장의 ‘다른 일정’이 생겨 예정일조차 없이 다시 연기된다는 담당자의 통보가 있었다.
‘지공도사’인 나는 아직도 덜 늙었는지 점잖게 참지 못하고, “이런 무지하고 무례한 관리들과 같이 일 할 수 없다”며 “변호사나 의사들과의 공식약속을 이렇게 두 번이나 깬다면, 감히 그러지도 못하겠지만, 우선 언론이 가만있겠느냐”고 메일을 보냈다. 우선 놀라운 것은 한 분 건축사를 빼곤 아무도 내 말에 동조하거나 서울시에 불평의 글을 보낸 ‘공공 건축가’는 없었다는 사실이다.
 시의 담당과장이 “시장이 간단한 위촉식만 하려면 시간을 낼 수도 있었으나 건축가들과 보다 많은 대화의 시간을 가지려다 보니, 방송 일정의 피치 못할 사정으로 그리 되었다”고 나름대로 간곡한 편지 끝에 ‘건축과 서울시민을 위하여’ 위촉식에 참석해 달라는 메일을 보내왔다. 내일 아침(2월10일 금요일)까진 2월13일 월요일 9시에 갖는 위촉식에 참여 여부를 통보해 줘야 한다.
 친구 하나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남자가 한 번 안 한다면 안 하는 거지, 가면 쪽 팔리잖아!” 또 다른 고위 공무원은 내게 이렇게 권한다. “서울시 공무원 보고 가는 게 아닙니다. 건축이 토목에 밀리는 걸 조금이라도 막아주고, 또한 서울시민에게 건축적으로 도움 될 인인데 ‘원로’가 안 가시면 안 되지요.”
 물론 나는 월요일 아침 아홉시 전에 누구보다 먼저 갈 것이다. ‘지공도사’가 혈기 있게 떠들다가 아픈 심장 관상동맥에 무리가 올까 걱정이며, 혹 위촉을 거부 했다가 수십 년 쌓아온 서울시와의 관계에 금이 가면 어려운 시대에 손해 볼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장의 이야기처럼 ‘건축과 시민을 위한다’는 명분도 그럴듯하지 않은가?
 
전시회 이야기를 마저 해야겠다. 지난 며칠 동안 40년 이상 모아둔 건축 드로잉을 꺼내보고 내 스스로 놀란 것은 입면도 그림이 상대적으로 거의 드물다는 것이다. 평면과 단면, 그리고 디테일 스케치가 대부분이고, 건축 아닌 것은 여인이나 풍경, 그리고 여러 곳의 여행 스케치들이었다.
 입면도보다는 구조 스케치가 더 많다는 것은 외형의 ‘껍데기 건축’에는 별 관심이 적었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지공도사’의 자격이 없는 미완의 건축가인가보다!
 
■ 건축가 류춘수 씨는…
1974~1986년까지 김수근 선생의 ‘공간’에서 있다가 1986년 ‘이공건축’을 설립해 오늘에 이르렀다. 한계령휴게소, 서울월드컵경기장, 경복궁 역사, 박경리 기념관 등 많은 건축물을 지었다. 1988년 올림픽체조경기장으로 Quaternario88 국제건축상 금상, 2002년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서울시 건축상 금상과 IOC/IAKS 건축상을 수상했다.
■ 建築師 류춘수의 閑談과 드로잉展   
 
기간 2012.04.03(화) - 2012.04.17(화) 
시간 11:00~20:00 
장소 예술의 전당 디자인 미술관
한담guest (류춘수+초청작가와 관객) : 매일 17시부터 (1~2시간)
4월 4일(수): 이종호 (메타 건축/한예종 교수)
               구본준 (한겨레신문)
4월  5일(목): 류춘수 (이공 건축)
4월  6일(금): 민현식 (기오헌 건축/한예종 교수)
4월  7일(토): 방철린 (칸 건축)
4월  8일(일): 김효수 (전 서울시 주택본부장)
4월  9일(월): 유홍준 (명지대 교수)
4월 10일(화): 이문열 (소설가)
4월 11일(수): 김인철 (아르키움 건축/중앙대 교수)
4월 12일(목): 우경국 (예공 건축)
4월 13일(금):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건축)
4월 14일(토): 승효상 (이로재 건축)
4월 15일(일): 김봉렬 (한예종 교수)
4월 16일(월): Zhao Qing (Earth Space 건축, 天津)
4월 17일(화): 김광현 (서울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