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축가가 겪은, 필립公과 박원순 시장의 사람 대하는 방식

영국여왕 부군, 외국장학생에게 날짜 3일 주면서 '하루 고르라', 박 시장측 건축가들과 만남 두번 일방적 취소.
유명 건축가 柳春秀씨는 2000년 3월부터 석달 간, 영국 여왕의 부군인 에딘버러公(필립公) 장학생으로 캠브리지 대학에 머물면서 강연도 하고 여행도 했다. 1년 전 그는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을 찾은 필립公에게 자신이 설계한 경기장에 대하여 설명한 적이 있었다.

런던에 도착한 직후 류춘수씨에게 버킹검궁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필립공이 귀하를 만나고싶어하는데 오는 5월16, 18일, 24일중 하루를 골라주세요"라고 했다. 그는 5월16일을 골랐다. 유럽여행을 하고 돌아오니 버킹검궁 시종무관이 보낸 편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5월16일 오전 11시 궁전으로 오라면서 옷차림에 대하여 설명을 덧붙인 편지였다.

그날 柳春秀씨는 필립公을 도서실에서 15분 동안 만났다. 柳씨는 자신의 작품집과 유럽여행중 그린 그림을 선물로 건넸다.

柳씨는 영국 여왕의 부군이 외국 장학생을 만나기 위하여 두 달 전에 통보를 하면서 날짜도 세 개를 주어 선택을 하도록 배려하는 데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런 柳씨는 박원순 서울시장으로부터 이런 대접을 받았다고 최근에 수필로 소개하였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서울시의 ‘경관건축가’를 20명 가까이 선정할 때 나도 뽑혀 좋아했었으나 단 한 건도 수주에 도움이 되지 않더니, 그 분이 그만 두기 직전 보다 적극적이고 광범위하게 70~80명이나 되는 ‘서울시 공공건축가’ 제도를 만들었다. 박원순 시장이 이 제도를 혹 폐기하지 않을까 염려했더니, 지난 1월초 위촉장을 주겠다고 연락이 와서 아주 고맙고 반가웠다. 그러나 그 위촉식은 1월 말로 연기 되었고, 더구나 두 번째의 위촉일은 시장의 ‘다른 일정’이 생겨 예정일조차 없이 다시 연기된다는 담당자의 통보가 있었다.

‘지공도사’인 나는 아직도 덜 늙었는지 점잖게 참지 못하고, “이런 무지하고 무례한 관리들과 같이 일 할 수 없다”며 “변호사나 의사들과의 공식약속을 이렇게 두 번이나 깬다면, 감히 그러지도 못하겠지만, 우선 언론이 가만있겠느냐”고 메일을 보냈다. 우선 놀라운 것은 한 분 건축사를 빼곤 아무도 내 말에 동조하거나 서울시에 불평의 글을 보낸 ‘공공 건축가’는 없었다는 사실이다.

市의 담당과장이 “시장이 간단한 위촉식만 하려면 시간을 낼 수도 있었으나 건축가들과 보다 많은 대화의 시간을 가지려다 보니, 방송 일정의 피치 못할 사정으로 그리 되었다”고 나름대로 간곡한 편지 끝에 ‘건축과 서울시민을 위하여’ 위촉식에 참석해 달라는 메일을 보내왔다. 내일 아침(2월10일 금요일)까진 2월13일 월요일 9시에 갖는 위촉식에 참여 여부를 통보해 줘야 한다.

친구 하나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남자가 한 번 안 한다면 안 하는 거지, 가면 쪽 팔리잖아!” 또 다른 고위 공무원은 내게 이렇게 권한다. “서울시 공무원 보고 가는 게 아닙니다. 건축이 토목에 밀리는 걸 조금이라도 막아주고, 또한 서울시민에게 건축적으로 도움 될 인인데 ‘원로’가 안 가시면 안 되지요.”

물론 나는 월요일 아침 아홉시 전에 누구보다 먼저 갈 것이다. ‘지공도사’가 혈기 있게 떠들다가 아픈 심장 관상동맥에 무리가 올까 걱정이며, 혹 위촉을 거부했다가 수십 년 쌓아온 서울시와의 관계에 금이 가면 어려운 시대에 손해 볼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장의 이야기처럼 ‘건축과 시민을 위한다’는 명분도 그럴듯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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