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회에는 반지성적 분위기가 팽배하다. 소위 ‘막말’을 무기로 비하와 조롱을 즐기는 나꼼수식 스타일이 젊은이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언어파괴현상은 주류 문화로 인정되는 분위기이고 일방적인 기준에 따라 ‘개념’을 정의하기도 한다. 이러한 反지성적 분위기 속에서 ‘정신적 귀족’을 자부하며 진리탐구를 위해 모인 이들이 있다. ‘교양 있는 국민이 좋은 나라를 만든다’는 모토로 시작된 모임 ‘지식나눔’은 ‘교양, 인문학, 대한민국 그리고 세계’라는 주제로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21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지식나눔 Tea Party'를 개최해 젊은이들과의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 |
||
“교양 있는 국민이 좋은 나라를 만든다”
4월 14일 토요일 오전 10시. 여의도에 위치한 전통찻집 시원재에는 20대의 대학생부터 중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가득했다. 이번이 세 번째 모임이어서 그런지 서로 안면을 트고 격의 없는 대화가 오가는 분위기였다.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옛 선비들의 사랑방 같기도 하고 귀족들의 프랑스 살롱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유쾌한 사회자, 장원재 전 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의 소개로 시종 웃음이 끊이지 않는 분위기에서 강의가 시작됐다. 첫째 주 박효종 교수의 강의로 진행된 ‘교양이란 무엇인가?’와 둘째 주에 열린 이원복 교수의 ‘왜 인문학인가?’ 강의에 이어 세 번째 시간은 강훈 변호사의 ‘왜 대한민국인가’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강훈 변호사는 강사라는 말 대신 ‘나누미’라는 호칭으로 소개됐다. 소통과 교류를 중요시하는 모임의 성격과 잘 어울리는 어감이었다. 강훈 변호사는 법조인으로서 바라본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나누며 “예전에는 우리가 일본에 가서 판례를 참조했지만 요즘에는 일본이 와서 우리의 판례를 참조한다”며 비약적으로 발전한 대한민국 사법체계에 대해 설명했다. “피와 눈물로 지킨 우리 대한민국은 어떠한 이유로도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가치”라며 대한민국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강의 후에도 토론은 계속 됐고 그동안 꾸준히 참여해 온 한 학생이 다음과 같은 소감을 밝혔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를 너무 모르고 있고 시각도 많이 부족합니다. 요새 대학생들은 정봉주, 김어준의 책이 쓴 책을 즐겨 있지만 젊은 친구들이 과연 기본적인 정치학 책을 읽고 접하는 것인지 염려스럽습니다. 저는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고 그것을 먼저 공부해야 비전을 세우고 인생에 있어서도 틀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발적으로 공부하면서 우리 국민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국민인지 알게 됐습니다.”
![]() |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모임을 마친 후 지식나눔의 운영자인 신경수 사무국장에게 몇 가지 질문을 건넸다.
- 지식나눔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는 급격히 발전하면서 전통과 교양이 무시됐습니다. 기득권층이라는 사람들도 전통적인 바탕이 없습니다. 일제시대를 통해 전통적인 기득권층이 무너지고 기업들도 급격히 성장했기 때문에 심하게 말하면 ‘졸부’만 있지 진정한 권위자, 즉 어른이 없는 사회가 됐습니다. 지식나눔이 두 번째 만남을 가지게 될 육사당이라는 곳도 과거 부마나 왕비 후보들이 궁궐에 들어가기 전에 예절교육 받던 문화재인데 현재 창고로 쓰이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의 문화적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모습이죠.
개발 위주의 사회 속에서 교양과 인문이 많이 무너진 것입니다. 또한 정보량은 많지만 무엇을 어떻게 습득할 것인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정치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대한민국이 처한 교양과 문명의 위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문제에 공감하는 지식인들이 모여 시작하게 됐습니다. 거창한 모임이 아니라 차 한잔 마시면서 강의를 듣고 토론하는 시간입니다. 앞으로는 프로그램에 다도도 넣고 역사기행도 조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며 사회 각계 인사들의 강의도 개최할 생각입니다.
- 문명의 위기라고 말씀하셨는데 대표적인 모습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하수도 문화가 상수도로 흐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포르노를 공중파 9시 뉴스에 틀어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나꼼수의 전파는 포르노를 공중파에 틀어 놓는 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 잡놈인데 어쩔래?’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지나치게 가볍게 나가고 있는 거죠. 이것이 대학사회의 문화 상대주의와 맞물리며 파급 효과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현재 대학사회에서는 모든 가치를 부정하고 조롱합니다. 선과 악의 기준이 없어져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 이유까지 불분명해지고 있죠.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좋고 싫음이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세계화를 통해 문화적인 포용성을 갖는 것은 좋지만 선과 악이 없다는 것은 문제이죠. 예전에는 종교와 전통이 선과 악의 문제를 해결해줬지만 현재는 전통은 무너지고 종교인들은 모범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 자리를 부족하지만 저희가 채우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겁니다. 저희는 나꼼수의 지나친 가벼움에 반해 클래식, 즉 기본으로 돌아가 진지하게 인문학적 교양과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 ‘지식나눔’이라는 이름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혹자는 ‘지혜나눔’이라고 하지 왜 ‘지식나눔’이라고 했냐고 묻더군요. 지혜라는 말은 우리가 옳다는 전제를 깔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지식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물론 궁극적인 목적은 지혜를 추구하는 것이고 한쪽으로 편향된 지식이 아니라 올바른 지식을 추구하는 것이죠. 현재 사회에는 지나치게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시각이 팽배합니다. 옳은 면은 보지 않고 지나치게 어두운 면만 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어두운 면도 있지만 성공한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인문학적 교양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에 저희의 이름도 나누미로 붙였습니다.
글 / 조진명 기자
사진 / 은재필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