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30년 전, 기자가 국민학교 3학년 때의 일로 기억한다. 그때 기자는 충북 제천에 살고 있었다.
어느날 우리들은 입영장정환송 행사에 동원됐다. 요즘과는 달리 그때는 개별입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지역에서 입영 대상 장정들이 집단입영을 했는데, 그들을 환송하기 위해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고적댄지, 군악댄지가 앞장서고, 그 뒤를 따라 아직은 민간인 신분인, 그러나 곧 푸른 군복을 입게 될 젊은이들이 행진해 왔다.
우리들을 포함해 시민들은 도로에 늘어서 태극기를 흔들고 박수를 치면서 그들을 격려했다.
그때 한창 많이 불리던 '맹호는 간다' 같은 군가도 불렀던 것 같다 (물론 그들이 파월국군은 아니었지만....).
한 젊은이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야, 그 태극기, 나 줘.'
그는 한 아이가 내준 태극기를 아래 위로 힘차게 흔들면서 행진을 계속했다.
연도의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에게 뭐라고 소리치는 젊은이들도 있었다. 아마도 짖궂은 농담이었으리라.
중년의 남성들이 행진대열로 들어가 젊은이들의 등을 두드려 주기도 했다. 아마 군에 갔다 온 선배의 입장에서 후배들을 격려해 준 것이었으리라.
모두들 한껏 들떠 있는 것 같았다.
해외 파병도 아니고, 지역 젊은이들이 입영하는 것일 뿐이었는데도, 擧市的인 환송 행사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인도차이나 반도가 공산화되고, 국가안보를 강조하던 시대 분위기와 관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입영장정 환송행사가 다른 곳에서도 있었는지, 그 후에도 계속됐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날의 일은 희미하기는 하지만, 하나의 '축제'와 같은 이미지로 기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이라크에 파병되는 국군 자이툰 부대가 2일 경기도 광주의 특전사 교육관에서 비공개로 환송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날 행사에 파병 장병의 가족과 유재건 국회 국방위원장, 열린우리당 의원 등 일부 정치인만을 초대했을 뿐 언론의 현장 취재는 일체 허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왜 장도에 오르는 우리 장병들이 국민들의 공개적인 축복과 격려는 커녕, 언론에까지 감추면서 떠나야 하는가?
반면에 3600명의 병력을 파견하는 주한 美2사단은 같은날 경기도 동두천시 보산동 캠프 케이시에서 존 우드 사단장과 천명수 경기도 제2행정부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적으로 출병식 및 환송식을 가졌다고 한다. 왜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가?
그렇게 떠난 장병들이 과연 얼마나 소명의식을 갖고 임무에 충실할 수 있을까? 열사의 사막에서, 테러리스트들의 위협 속에서 그들이 사기를 유지할 수 있을까?
도대체 누가 왜 우리 국군으로 하여금 도망치듯 소리소문 없이 이라크 땅으로 떠나게 만들었을까?
청와대인가,NSC인가,국방부인가?
설사 외부에서 파병행사를 조용히 해 달라는 주문이 있었다 해도, 軍지휘부는 그런 주문에 응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군대에서 흔히 얘기하듯 '내 새끼'들이 이역만리 땅으로 보내는데,한껏 사기를 북돋아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
30년 전 훈련소에 입소하는 장정들이 받았던 정도의 환송도 못 받고,초라한 모습으로 이라크로 떠난 자이툰 부대 장병들을 생각하면, 미안하고,화가 나고, 답답하기만 하다.
자이툰 부대 장병들에게 변변한 환송식조차 해 주지 못한 못난 조국이지만, 생각 있는 국민들의 마음은 그들과 함께 하리라 믿는다. 그들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귀국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도망치듯 이라크로 떠난 자이툰 부대
- 배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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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8-04, 00: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