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논란에 귀 닫는 국민들


정가(政家)에서는 국가정체성논란이 한창입니다. 친일과 독재청산을 주장하는 열린우리당에 대해 한나라당은 헌법과 국가정통성을 파괴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이 친일과 독재청산을 주장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략적 그리고 이념적 목적입니다. 정적인 한나라당을 친일파집단으로 규정하면 향후 모든 쟁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손해 볼 것이 없습니다.




역사상 친일논쟁은 해방 직후 박헌영이 장안파를 공격할 때 사용된 이래 좌익들의 대한민국 건국세력을 공격하는 주요한 도구였습니다. 건국당시 이승만 박사를 비롯해 12부4처장 중 친일파는 단 한 명도 없었고, 친일파들이라곤 중하급의 테크노크라트들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국가가 사라진 일제 치하 테크노크라트들과 충성할 국가가 남아 있었던 히틀러 치하 프랑스 어용정권 연루자들을 동일시하는 것은 어이없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친일파논쟁은 좌익진영 ‘전가의 보도’였습니다.




친일과 독재청산을 주장하는 더 큰 목적은 이념적인 데 있습니다. 친일청산을 주도해 온 민족문제연구소를 살펴봅시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이하 범남본)’관련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죠.




민족문제연구소의 이사진 중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 이창복 전 의원, 이해학 씨(성남주민교회 목사)는 범남본에 지난 91년 창립준비 단계부터 참여해 온 인물들입니다. 김희선 의원은 91년 범남본 창립준비위원을 거쳐 92년‘전국연합’통일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이창복 전 의원은 84년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 사무처장, 89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상임의장을 거쳐 93년부터 98년까지 ‘전국연합’상임의장을 역임했습니다. 연구소 이사진 중 이관복 씨(박정희기념관반대국민연대 대표)는 범남본 사무국장을 거쳐 현재 범남본 산하 여중생범대위 고문으로 있으며, 장두석 씨(민족의학연구회장)는 현재 범남본의 고문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범남본, 전국연합은 어떤 단체입니까? 범남본은 북한의 대남적화통일노선을 추종한다는 이유로 결성단계인 지난 91년 11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이적단체판정을 받았고, 97년 5월 16일 다시 대법원에서 이적단체 판정을 받은 단체입니다.



전국연합 역시 범남본과 함께 1민족, 1국가 2정부의 북한식 연방제통일방안을 공개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단체로서 지난 한 해 동안 500여 건 이상의 친북반미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좀 더 쉽게 말하겠습니다. 이들 단체들은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는 단체입니다. 온오프라인 상에서 김일성, 김정일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떠받들고 있습니다. 범남본은 올 초 결의에서 김정일의 선군정치를 지지하는 결의를 채택했고, 범남본 산하 범청학련 남측본부의 각종 문건에서는 김정일을 “구국의 영웅”“한반도를 해방시킬 자”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에는 강만길(상지대 총장), 리영희(한양대 명예교수), 김남식(인터넷매체 통일뉴스 고문) 등 친북지식인들도 지도위원이라는 직함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통일운동가로 알려진 김남식 씨는 온오프라인 상에서‘김일성 영생론(永生論)’을 옹호하 는 등 김정일 체제를 미화해온 인물입니다.




김씨는 지난 9일 인터넷매체 통일뉴스에 게재한 ‘북한의‘영생 10년’의 이해를 위하여’라는 글을 보죠.

“김일성 수령은 인민대중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인민대중의 뇌수의 역할을 하는 중심이다” “오늘의 북한사회는 선군(先軍)정치에 의해‘주체혁명(主體革命)’의 위업(偉業)을 이끌어 왔다” “김일성 수령을 영원한 수령으로 모시는 조건에서 선군(先軍)정치는 영원히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그리고‘사실(事實)’입니다.




친일청산, 독재청산 하는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생각입니다. 대한민국 우익세력을 말살한 뒤 민족해방을 성취하기 위한 마스터플랜 가운데서 이뤄지는 것이 친일청산, 독재청산입니다.




한나라당이 정체성논란을 제기한 것은 늦었지만 적절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민들은 이런 주장에 귀 기울이기엔 지쳐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국민들의 가장 큰 요구를 두 가지로 생각합니다. ‘먹고 사는 문제’와 ‘먹고 사는 문제’가 원활하지 못한 데 대한 ‘분노, 미움, 증오심’등입니다. 이 ‘분노, 미움, 증오심’이 가득 차서 아무리 위기를 경고해도‘색깔론’‘극우세력’‘수구꼴통’운운하며 귀를 닫습니다.




‘분노, 미움, 증오심’을 풀어줘야 합니다. 그리고 이‘분노, 미움, 증오심’은 지도자로들의 솔선, 희생, 헌신 없이는 풀릴 수 없습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없인 ‘분노, 미움, 증오심’이 풀리지 않고 어떠한 경고도 귀 기울이지 않을 것입니다.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은 ‘현실(現實)’입니다.




나라 지키겠다고 육사를 나와 10년 넘게 국회의원을 하는 지도층이면서도 FTA체결은 결사반대하고 아들 세 명 모두 군대를 빼 버린 인물의 국가보안법존치주장은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민주화라는 명분도 아니고, 혈색 좋고 건장한 얼굴을 하고서도 자녀들의 군역기피가 압도적인 정당의 헌법수호주장은 힘을 갖기 어렵습니다. 국민들의 높아가는 분노와 미움, 증오심은 ‘노블리스 오블리제’‘지도자들의 도덕성’‘부정과 부패의 척결’없이는 결코 가라앉지 않는 것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어려워지는 만큼 내가 이 나라 십자가를 먼저 짊어지겠다는 희생과 헌신의 결단 없이 주장하는 ‘정체성논란’은 결국 유야무야 끝을 맺게 될 것입니다.




특권이 없었던 아니 상대적으로 적었던 공산주의자들의 주장에 더 큰 매력을 느끼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민노당의 극단적 대한민국해체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를 고민해봐야 합니다.




국가정체성은 분명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김정일과 김정일에 연계된 세력들의 대한민국해체작업의 일환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고가 힘을 가지려면, 그래서 나라가 지켜지려면 희생과 헌신을 각오한 새로운 지도층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서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의 아픔에 귀 기울이는 새로운 지도층이 형성돼야 합니다. 이승만의 건국, 박정희의 근대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백성들의 아픔을 알았고 그들의 아픔에 공명했던 데 있었습니다. 정체성 운운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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