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 2장 '어떤 현실주의자의 꿈'(157페이지)에서 “남북이 대화의 공간을 마련하고 평화체제를 정착시켜야 북한이 핵에 의존할 명분을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줄의 문장이지만 그의 발언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 ‘평화체제’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마찬가지로 ‘주한미군철수’라는 전제 조건이 깔려있다. 安 씨의 북한문제 멘토로 알려진 김근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007년 2월26일 인터넷매체 <뷰스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뷰스앤뉴스: 한반도 평화체제를 규정 정의를 한다면?
김근식: 한국전쟁에서 비롯된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남북 간 분쟁과 대결을 해결할 수 있는 합의된 절차와 원칙, 제도를 조성하는 것이다. 아주 쉽게 말하면 남북한이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고 더불어 평화롭게 잘 살자는 것이다. 지난 50여 년 간 지속돼 온 적국으로서의 북한이란 개념이 깨지는 것이다. 이 점은 북한 측도 마찬가지다. 적화통일의 대상인 남한이란 개념이 무너지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한반도에 태풍처럼 몰아칠 것이다. 더불어 한반도 평화체제의 과정은 한반도 통일과정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한반도에 남아 있는 냉전질서가 해체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동북아 전체가 평화와 협력의 관계로 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되면 해상경계선을 포함한 군사분계선(MDL)을 명확히 하는 문제에서부터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유엔군사령부 존폐 여부, 한미연합사 문제, 한미동맹, 전시작전권 등 냉전구조 속에서 존재했던 여러 기구와 구조에 대대적 변화를 많을 수밖에 없다...(하략)》
■ 북한은 그동안 한반도 ‘공산화통일’ 과정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주한미군을 그대로 둔 채로는 어떤 협정을 맺더라도 안보 불안이 가시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왔다. 북한의 과학백과사전출판사가 1983년 1월 발행한 《백과전서》에 정의된 평화협정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평화협정은 쌍방이 서로 상대방을 침범하지 않고, 무력증강과 군비경쟁을 그만두며 미국은 조선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통일을 방해하지 않으며, 남조선을 강점(强占)하고 있는 미군을 철거(撤去)시키어 미군이 철거한 다음 조선은 그 어떤 다른 나라의 군사기지나 작전기지로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기본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05년 8월 평양 인민문화궁전에 모인 북한과 從北단체들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 조선통일의 가장 큰 장애물인 남조선 강점(强占) 미군을 철수시키자”고 했다. 같은 해 8월19일 북한의 對南선동기구인 <반제민전> 역시 “평화체제를 공고히 해 미군을 철거하고 올해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진입해야 한다”면서 남한 대중(大衆)을 선동했었다.
■ 利敵단체인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의 경우 2007년 7월27일자 성명에서 '주한미군 철수가 한반도 평화체제다'라는 제목과 함께 “미군철수 없는 종전선언은 공수표에 불과하며 미군 있는 평화체제는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필재 spooner1@hanmail.net
[관련자료] 정전협정 체결 54주년 기념 성명
<주한미군 철수가 한반도 평화체제다>
오늘은 정전협정 체결 54주년이 되는 날이다.
2년이 넘는 협상 과정에서 나온 정전협정은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였다. 그러나 미국은 정전협정의 서명이 채 마르기도 전에 정전협정을 파기하려 하였다. 협정의 발효 후 3개월 내에 한 급 높은 정치회의를 소집하여 모든 외국군대의 철거 및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의 문제를 협의하기로 한 정전협정 4조 60항에 따라 1954년 6월 15일 스위스 제네바에 열린 19개국 외무장관회담은 미국의 억지 주장으로 결렬되고 말았다.
이후 미국은 정전협정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주한미군을 50년 이상 한반도에 주둔시키며 핵무기와 첨단 무기를 대대적으로 반입하고 끊임없는 군사적 도발로 북한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미명하에 주한미군의 전면적인 전력증강을 추진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한국 정부도 미국의 침략적인 한반도 패권정책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한반도 주민들을 더 큰 전쟁의 위험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로 인하여 사실상 정전협정은 휴지조각이 된 지 오래다.
이제 더 이상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여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다행히도 북한과 미국은 9.19공동성명과 2.13 초기조치 합의를 통해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을 하기로 합의하였다. 또한 부시 미 대통령은 한국 전쟁의 공식 종료선언, 즉 종전선언에 서명할 용의가 있다고 거듭 밝히고 있으며 미국의 각계 전문가들도 평화체제 수립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9월 이후로 예정되어 있는 6자 외무장관급회담에서 종전선언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평화를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미국은 앞에서는 종전선언을 운운하면서도 평화체제의 핵심적인 문제인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종전선언의 핵심은 정전협정 60항의 이행, 즉 ‘모든 외국군대의 철수와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추진하는 것이다. 미국은 소위 북한의 남침을 억제한다는 구실로 한국의 군사적 주권을 장악하고 주한미군을 장기간 주둔시키고 있다. 한국 전쟁과 북한의 남침위협이 미군주둔의 이유라면 당연히 북미종전선언과 함께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은 미군철수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종전선언에 서명용의가 있다며 주변국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미군철수 없는 종전선언은 공수표에 불과하며 미군 있는 평화체제는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 양국 군대가 서로 총부리를 맞대고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이 무슨 실효성이 있으며 총을 든 평화체제란 가당치도 않은 소리인가. 미국이 진심으로 종전선언에 서명할 용의가 있다면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며 검증 가능한 실천적 조치를 통해 행동의 평화를 보여 주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의 알맹이 없는 종전선언이니 평화체제니 하는 말을 믿지 않는다. 평화체제는 말 몇 마디나 종이조각 몇 장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오직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그 순간 한반도 평화체제가 시작될 뿐이다.
우리는 미국이 기만적인 주한미군 영구주둔 정책을 폐기하고 주한미군을 철수하며 진심으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행동에 들어갈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3대 과업 실현의 해(2007년) 7월 27일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