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계속되는 친인척 비리에 대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고개를 숙인 채 “주변에서 불미스런 일들이 일어나 국민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렸다”면서 사과했다.
그동안 안타까운 심정으로 일을 지켜보며 하루하루 고심을 거듭해 왔다는 이 대통령은 “내 자신이 처음부터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갖고 출발해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월급을 기고하면서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부해 온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을 맡은 후 청렴하고자 했던 자신의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내 가까이서 이런 참으로 실망을 금치 못할 일들이 일어났으니 생각할수록 생각할 수로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고 심정을 고백했다.
결정적으로 이 대통령은 “모두가 내 불찰이다. 어떤 질책도 달게 받아 들이겠다”고 말했다. 전적으로 자신의 측근 관리 잘못으로 비리가 발생했다고 시인한 것이다.
이 대목이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차이를 보여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친인척 비리에 목숨을 끊었다. 그는 청렴을 내세웠지만 가장 가까운 가족들까지 단속하지 못한 것에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는 사실대로 사과하고 인정해야 했다. 그의 자살로 검찰 수사를 사실상 중단하며 일단의 의혹들을 모두 덮어뒀지만 그것은 나라의 아버지인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었다.
이 대통령은 사실상 가장 강도 높은 사과의 표현을 사용해 모든 과실을 자신에게로 돌렸다. 이후 대선후보들은 앞선 대통령들의 친인척비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보다 청렴하고 투명한 정치를 펼쳐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고 힘을 뭉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개탄과 자책만 하고 있기에는 오늘 나라 안팎의 상황이 너무나 긴박하고 현안 과제들이 너무나 엄중하고 막중하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잠시도 소홀히 할 수 없다”면서 “생각할수록 가슴 아픈 일이지만, 심기일전해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국정을 다잡아 일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것이고, 내게 맡겨진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또 “오직 겸허한 마음가짐과 ‘사이후이(죽는 날까지 일을 내려놓지 않는다)’의 각오로 더욱 성심을 다해 일하겠다. 다시 한 번 국민여러분께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참으로 다행스럽다. 나라 안팎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이때 대통령이 흔들려선 안 되는 일이다. 안그래도 레임덕이니 뭐니해서 정책의 추진력이 바닥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이 대통령이 주저 앉으면 정치, 사회, 경제적 혼란이 불을 보듯 뻔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결단과 또 한번 비교되는 대목이다. 노 전 대통령의 결단은 물론 자신의 임기 이후이긴 하지만 국민들에게 닥친 그 충격과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이는 사회적 혼란과 분노를 만들어 내 대한민국은 긴 시간 분열의 시간을 보냈다.
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이후 새누리당에서는 즉각 논평을 냈다. “친인척, 측근 비리혐의라고 하는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에 있어 예외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심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대통령은 남은 임기동안만이라도 도덕적 해이와 비리를 예방하는데 강력한 의지를 갖고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정치권도 이처럼 우리사회에서 반복되는 대통령 측근비리를 예방하기 위해서 제도적, 법적 시스템을 반드시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은 즉각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실망스런 사과였다”고 반발했다.
민주통합당은 “사과는 너무 늦고 알맹이가 없는 말로만 하는 사과에 그쳤다”고 평하며 비리에 대한 자기고백이 없었다고 지적했고 통합진보당도 “사과는 실체적인 과오가 어디에 있는지 명확해야 진심이 느껴진다”면서 각종 비리에 대한 진실을 요구했다.
이들의 말도 다 맞다. 측근비리가 예측가능한 상황임에도 이를 단속하지 못한 이 대통령의 잘못이 크다. 자기 사람일수록 더 크게 야단치고 혼을 냈어야 옳다.
아울러 대통령에 선출된 이후 투명했더라도 이전의 과오가 혹시라도 있다면 모두 털어버리는 게 좋다. 그것이 제2, 제3의 문제로 번져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현명함인 동시에 국민들에게 용서 받을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어찌됐든 남은 기간 동안 이명박 대통령은 최선을 다해 국정을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다. 해외에서 불어오는 경제위기에 대응하고 시시각각 기회를 엿보며 변화를 겪고 있는 북한을 견제해야 한다.
감정적으로 얽매어 위축돼 소극적으로 대처하다가는 풍랑을 만난 대한민국호가 좌초될 수도 있다. 선장의 발빠른 지시와 조율만이 배를 산으로 가지 않고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다.
향후 이 대통령이 누구처럼 친인척비리를 다 덮어버린 게 아닌, 친인척비리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마무리를 지은, 유종의 미를 거둔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기대해 본다.
김승근 기자 hemo@hanmail.net
이명박 대통령, 노무현이 하지 못한 '사과'를 하다
- 독립신문(김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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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7-25, 09: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