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장에서 만나는 ‘보수’ 성향 인사들의 反박근혜 발언에 놀랄 때가 많다. 이들 중 얼마는 대선에서 “투표 포기”를 얘기하고 또 얼마는 “민주당을 찍을 수는 없지만 차라리 안철수를 찍겠다”고 말한다.
안철수 교수를 지지하는 ‘보수’ 성향 사람들 중에는 평범한 젊은층, 여성층이 많다. 이들은 대선이 대한민국 세력 대 反대한민국 세력이라는 거대한 陣營(진영)의 싸움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소위 진보·좌파진영에 호소하는 제스처가 늘어날수록 안철수 교수의 신비주의적 정치행보가 길어질수록, 박근혜 이탈 안철수 합류 보수층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2.
어제 만난 보수 성향 40대 남성은 “박근혜와 안철수의 차이를 모르겠다. 오히려 안철수가 신선해 보인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치에 대한 반감을 가진 그는 안철수의 ‘탈북자 강제북송 저지’ 촛불집회 참석이나 ‘통합진보당 종북주의 비판’ 발언을 예로 들었다.
▪ 실제 安교수는 5월30일 부산대학교에서 특강에서 통합진보당 從北논란에 대한 “진보정당이 북한에 대해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북한은 우리의 대화상대지만 인권적인 측면에서 심각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 3월4일에는 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탈북여성 1호 박사’ 이애란 박사를 찾아가 “많이 힘들겠지만 조그마한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방문했다”며 “전부터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편지를 받아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 40대 남성은 안철수도 애매하지만 박근혜도 마찬가지고 안철수가 노무현·김대중처럼 막 나가지는 않을 것이며 박근혜나 새누리당에 대한 386세대 특유의 정서적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3.
최근 만난 또 다른 보수인사도 박근혜 후보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朴후보가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주요 이슈에 철저한 침묵 내지 소위 진보·좌파에 호소하는 발언을 해왔던 사실을 들었다. 그가 예시한 朴후보의 과거 발언은 이랬다.
▪ 朴후보는 2008년 5월6일 MBC 등 언론의 왜곡·날조와 한국진보연대 등 從北세력이 배후에서 주도한 광우병 난동이 터지자 “문제가 확산되는 이유는 쇠고기 협상 전후에 정부의 자세와 태도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라며 비판의 화살을 정부에게만 돌렸다.
같은 달 10일 李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것(광우병 파동)은 국민의 소리를 잘 들어야 할 일이지, 理念(이념)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언론의 왜곡·날조나 從北세력 문제는 덮어버렸다.
▪ 朴후보는 7월19일 미디어法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참석과 관련, “참석하게 된다면 反對(반대)표를 행사하기 위해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法은 與野-左右 사이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좌경화된 방송의 철밥통 구조를 개혁하려는 것이었다.
▪ 2009년 1월 전철연이 주도한 용산放火사건이 터지자, 朴후보는 “왜 그렇게 빨리 진압에 들어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왜 그렇게 기다리지 못했는지 잘 모르겠다(1월22일 연합뉴스)”며 경찰의 진압을 비난했다.
朴후보 발언에는 사건 당시 화염병이 100개 이상 던져진 무정부 상태에 대한 義憤도 없었고 진압 당시 순직한 김남훈 경사에 대한 위로도 없었다.
▪ 朴후보는 6·15와 10·4선언에 대한 지지입장을 견지해왔다. 예컨대 북한의 3대 세습 이후인 3월1일에도 “지금까지 남북한 간에 합의한 기존의 약속들은 기본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며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및 10·4선언을 꿰뚫는 기본 정신은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함께 평화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상대방을 인정하자”는 발언은 북한의 3대 세습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했다.
4.
박근혜 후보의 脫보수·親좌파 행보에도 불구하고 이념적으로 확고한 보수단체 인사들은 12월 투표장에서 朴후보를 지지하게 될 것이다. 선거는 次善(차선)도 아닌 次惡(차악)의 선택인 탓이다.
그러나 대선이 박근혜 vs 안철수 구도로 굳어질 경우, 한반도 이념대결의 본질을 잘 모르는 또는 '속이 상해버린' 상당수 보수층과 20~40세대는 안철수 지지로 돌아설지 모른다. 朴후보가 보수지지층 균열을 막기 위해서는 安교수의 ‘뼛속 깊은’ 좌파성향을 비판하며 차별성을 부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安교수가 대선 직전 선거판에 뛰어들고 좌파언론에 몸을 사린 朴후보의 불분명한 스탠스가 계속되면 선거는 의외의 결과로 굳어질 수 있다. 선거의 승패는 한반도 이념대결의 본질을 깨닫는 여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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