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末이 전도된 脫北者 정책

지난 7월 27일과 28일 468명의 탈북자들이 대거 입국된 이후, 탈북자 문제가 남북관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는 분위기이다.

우선 북한이 유례없이 강경하게 반발하고 있고, 탈북지원 NGO에 대한 위협이 가중되고 있으며, 국내 親北단체, 親北인사들의 탈북 억제 言動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우리의 탈북자 수용을 “6ㆍ15공동선언의 위반이고 도전이며,” 그들 체제에 대한 “적대행위”라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탈북자입국 조치를 “유인납치”라고 비난하고, “반민족적 범죄”라는 가히 적반하장식 억지주장을 펴고 있다. 소위 “6·15 정신”이란 것이 이런 곳에도 활용되고 있다.

불교 인권위원회라는 단체는 김정일당국이 발한 <돌아오라는 호소문>이라는 제하의 성명서를 직접 인용·뒷받침하며(8월 21일), 이번 탈북민 입국조치가 미국의 사주라는 등, 탈북자 대규모 입국 결과 “남북대화가 중단되고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는 등, “조선민족의 단합”을 위해 탈북을 억제시켜야 한다는 등 망언을 늘어놓고 있다. 이 정도면 이런 단체들이 김정일정권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반국가적 친북단체라고 해서 지나침이 없을 듯하다.

그럼에도,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많은 자유·애국세력, 義人들의 노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CNKR)」와 「무한전진」 등 탈북인권단체들이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아테네에서 중국정부의 탈북민 강제송환을 비판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북한민주화네트웤」 같은 단체에서 며칠 전 정부의 잘못된 탈북민정책을 비판하여 눈길을 끌었다,

미국이 북한인권법을 하원에서 통과시켜, 북한인권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데 이어,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중국에서 “북한人民의 생활은 최악에 달했지만, (김정일정권은) 세습통치를 유지하기 위해 정치박해를 대대적으로 저지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물론 중국 연구기관의 이런 목소리는 수많은 탈북자 북송을 자행해 온 그동안의 중국당국의 태도와는 거리가 있고, 최근 중국에 가해지고 있는 미국의 압력에 못이겨 나온 조치로 이해되긴 하지만, 북한주민의 人權문제를 최초로 거론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사회 일각에서 남북대화를 위해, 한반도평화를 위해서, 탈북민 돕기를 자제해야 한다거나, 김정일체제를 안정화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북한주민의 인권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의 주장이 나오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남북대화란 對北정책의 한 정책적, 전술적 도구에 불과한 것이고,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이 하기에 따라서 강경과 온건정책의 효율적인 배합이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 남북관계는 개선될 수도 있고 경색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대북정책은 북한체제 전반에 대한 옳고 그름의 도덕적 판단과 원칙에 입각해서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의 정당한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이 불만을 나타내고 긴장을 조성한다면, 우리는 강력한 安保태세로 대처하면 되는 것이다.

김정일체제의 안정과 김정일정권의 발전이 한반도 평화를 촉진한다는 논거는 그들의 변하지 않는 對南전략과 행태를 고려할 때,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친북적 발상이다. 한반도 평화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해 온 세력과 요인들을 억지함으로써 얻어질 수 있는 것이지, 그 위협세력을 달래고 지원하는 것은 일시적 ‘조용함’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나, 한국의 장래 입장에서 볼 때, 큰 재앙의 씨를 뿌리는 매우 위험한 모험일 수 있다.

남북대화를 위해 북한주민의 인권을 억제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本末이 전도된 대북정책이다.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적 평화통일을 지향함을 명시하고 있는 바, 이는 한국정부와 국민이 북한동포의 인권과 자유를 위해 노력해야 함을 나타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원칙과 대한민국의 핵심적 국가안보 이익을 희생하면서 추진되는 김정일정권 지원정책과 맹목적인 남북대화 의지는 과연 김정일에 대한 공포로부터인가? 김정일독재정권에 대한 연민과 동정으로부터인가?

북한인권에 대한 외면은 ‘보편적 인권’을 저버리는 反인권적, 反인륜적 범죄행위인 동시에, 우리 동포의 정당한 자유와 권리를 외면한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反민족적인 처사이다.


洪官憙(통일연구원 평화안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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