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평화체제 정착’론 역시 비현실적 虛構(허구)이다. 그는 ‘안철수의 생각’에서 “남북이 대화의 공간을 마련하고 평화체제를 정착시켜야 북한이 핵에 의존할 명분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한 뒤 소위 “이명박 정부의 봉쇄정책”을 남북 경색 원인인 양 비난한다. 9월 출마선언에서 “평화체제는 역시 안보와 균형을 맞출 때 실현가능합니다”라고 한 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여전히 평화체제의 함의는 모르고 말하는 것 같다.
평화체제는 통상 북한정권과 남한 종북세력이 강력히 주장해 온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평화체제는 곧 주한미군 철수이다.
“평화체제 수립에 조응해 주한미군을 철거시키고 자주통일로 매진하자(2006년 4월4일 평통사 성명)” “오직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그 순간 한반도 평화체제가 시작될 뿐이다(2007년 7월27일 6·15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성명)는 등 남한 내 종북세력 주장은 명료하다. 6·25사변 이후 전쟁을 억지해 온 停戰協定(정전협정)을 平和協定(평화협정)으로 바꿔서 소위 평화체제로 가자는 것이다.
2012년 8월11일 소위 ‘광복 67주년 한일군사협정 저지, 6·15남북공동선언 이행 자주통일결의대회’에서도 한국진보연대 등 참가단체들은 “평화체제 구축과 주한미군의 철수, 동북아 안보협력체제 구축과 패권적 한미동맹 해체의 길을 힘차게 열어 나가자.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약속에 따라 6.15통일의 길로 폭풍처럼 전진해 나가자”고 결의했다.
북한은 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정전상태의 평화상태 전환”이라고 합의한 이래, 1994년 “조선반도 평화보장 체계” “조선반도 평화보장 조치” 등을 주장해왔다. 2005년 9월19일 6자회담 9·19공동선언에서는 “직접적인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개의 연단에서 조선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할 것이다”라는 문구에 합의했다.
북한은 다양한 어휘로 “평화체제론”을 떠들었고 이것을 한국 또는 주변국은 일정부분 수용해왔다. 그러나 평화체제가 실현되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북한 탓이었다. 종북세력과 마찬가지로 주한미군 철수 등 한미동맹 해체가 선결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고...통일에 가장 큰 장애물로 되고 있는 남조선 강점 美軍(미군)을 지체 없이 撤收(철수)해야 한다(2005년 8월13~14, 평양 인민문화궁전 결의서한)”
“평화체제를 공고히 하고, 美軍(미군)을 撤去(철거)하여 민족의 자주와 통일을 성취하자(2005년 8월19일 반제민전)”
“조선전쟁을 법적으로 종결짓고 조선에서 공고한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협정(···)평화협정은 쌍방이 서로 상대방을 침범하지 않고, 무력증강과 군비경쟁을 그만두며 미국은 조선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통일을 방해하지 않으며, 남조선을 강점하고 있는 美軍(미군)을 撤去(철거)시키어 미군이 撤去(철거)한 다음 조선은 그 어떤 다른 나라의 군사기지나 작전기지로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기본내용으로 하고 있다. : 북한 백과전서(평양 과학백과사전출판사 刊)의 평화협정에 대한 정의”
안철수 후보의 소박하고 나이브한 바람과 다르게 현재 상황에서 “대화 공간을 마련”하는 일도, “평화체제를 정착”시키는 일도 책임은 대한민국의 몫이 아니라 북한의 몫이다. 안 후보는 이런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만일 안 후보가 당선돼서 ‘6자회담’ ‘평화체제’ 운운하며 북한에 돈을 주기 시작하면, 북한은 이미 만든 핵무기를 改良(개량)할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다. 북한이 小型化(소형화)된 핵무기를 미사일 장착해 實戰配置(실전배치)하고 서해안과 DMZ 일대를 紛爭地域(분쟁지역)으로 만들어 간다면 겁먹은 한국의 여론은 보복을 피한 채 북한에 끌려갈 것이다. 2015년 12월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북한의 도발이 있어도 미군의 自動介入(자동개입)이 불가능해진다. 북한은 남한이 연방제 赤化(적화)를 받아들이는 순간까지 도발의 빈도와 강도를 더욱 늘려갈 지 모른다. 惡(악)에 대한 무감각이 나라 전체를 무질서 상태로 내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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