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방탄’으로 이용하며 총력을 다해 검찰소환을 피했던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대통령은 내곡동사저 특검법에 따라 민주당 추천 후보 2명 중 한분을 내일까지 지명해야 한다”면서 “만약 지명하지 않으면 대통령 스스로 실정법을 위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 상태인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사령탑에 앉아 진두지휘하며 이 대통령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혹은 기다렸다는 듯 비난했다.
거절할 수도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특검법을 절차적, 법리적 문제가 많음에도 담대히 받아들였었다. 그런데 왜 특별검사 임명은 거부 했을까.
이 대통령은 특검을 받아들이며 특별검사 추천권까지 민주당이 가져갔기 때문에 공정한 인물을 추천해줄 것을 부탁한 바 있다.
하지만 이미 민주당으로서는 노림수가 있는 정치적 특검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판. 이 대통령의 그런 순진한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2명의 후보 중 2명을 모두 추천한 민주당이 어떤 이를 특별검사 후보로 올렸는지 보자. 이 대통령은 그 둘 중 하나를 임명해야 하는 참으로 기가 막힌 상황이다.
먼저 김형태 변호사는 과거 “이명박 정부와 구여권이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에 맞서 싸우겠다”는 선언을 한 바 있다. 그는 민변 창립회원으로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변호사 중 하나다.
또 한 명은 이광범 변호사다. ‘반체제 단체’로 인식된다는 우리법연구회의 주축이다. 진보성향이 짙은 인물이라는 얘기다.
참으로 공정한 추천이라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정치 특검을 욕하던 민주당의 정치 특검 행태는 진정 구태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번 재추천 요구는 이 대통령이 아닌 청와대 참모진이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왜 재추천을 요구할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이중적 행태도 지적해야 겠다. 과거 노무현 정권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그는 노 전 대통령의 특검이 있을 때 자신과 친분이 있는 이들을 후보로 추천 받아 임명했다.
추천기관은 변협이었고 같은 민변 출신인 박재승 변협 회장은 문 후보와 절친한 관계로 유명하다. 그 절친한 이가 특별검사로 추천한 송두환 변호사는 또 문 후보와 사법연수원 동기였다.
문 후보는 말했다. “대한변협은 기대했던 대로 훌륭한 분을 특별검사로 추천해 줬다”고. 그가 말하는 공정함과 공명성은 이런 것이었을까. 성향이 같은 친한 사람이 자신들을 조사하는 일?
그때와 지금의 문 후보의 태도는 얼마나 다른가. 그가 말하는 중립성은 다 어디로 갔나?
과거 “염치와 예의를 아는 정부라는 걸 보여주겠다. 그래야만 복수에 사로잡혀 사회를 분열시켜 갈등의 늪으로 몰아가는 정권이 더 이상 들어서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국민이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한 문 후보다.
고도의 정치성이 개입될 수 있는 사건인만큼 여야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정치색이 없는 법조인을 선택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문재인, 나아가 민주당의 이번 특별검사 추천이 공정하다고 그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대선을 위한 정치 특검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민주당의 특검 추천에 새누리당도 반발했다. 여야가 원만한 합의를 이뤄야 함에도 이번에 임명을 요청한 특검은 새누리당으로서는 원만한 합의를 해준 바가 없다는 주장이다.
청와대에서 특검은 수용하되 공정성과 중립성이 담보되지 않을 때는 곤란하다는 헌법정신에 따라 야당추천 특검에 거부권까지 신중히 검토했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이번 특검 요청은 협의가 불충분할 뿐 아니라 그분들의 성향을 봐서도 공정성에 일말의 의심이 없다고 담보하기 어렵다는 입장도 밝혔다.
새누리당도 사실 정치적 잇속에 따라 특검을 합의해 준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일 거다.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어찌 현 정부에 여론의 질타를 함께 떠안고 갈 수 있겠는가.
하지만 보다 신중했어야 했다. 민주당에 추천권을 준 것 마저 복잡한 정치적 계산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어떤 정치적 이유로 대통령을 사지에 내 몬 것은 두고두고 비난 받을 일이다.
시선을 조금 돌려보자. 민주당이 과거 노 전 대통령에겐 얼마나 관대했는가를 떠올려 보자. 노 전 대통령의 퇴임후 거처인 봉하 마을에 투입키로 했던 국고 수백억원을 왜 모른 척 하는가.
봉하마을 일대 개발에 투입된 국고보조금 211억원과 지방비 284억원 등 총 495억원의 예산 투입과 관련해서는 왜 따지지 않나. 현재 어디까지 추진됐고 어떤 변경점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을 통해 관광사업을 하겠다는 주장이 어딘지 석연찮은 건 사실이다.
노 전 대통령 사저(대지 4290㎡ 1,297평)는 역대 대통령 사저 가운데 가장 넓다. 국민의 혈세를 사저와 봉하마을 만들기에 쏟아 부었다고도 볼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 “퇴임 후 임대주택에서 살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역대 어느 대통령도 퇴임후 거소를 이처럼 요란하게 마련한 이는 없었다. 일명 ‘노무현 타운’은 그 규모와 비용 면에서 유례가 없는, 그래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길 게 틀림없어 보인다.
노 대통령의 생가 뒷산인 하산 관광자원 개발에 75억원, 웰빙숲 조성에 30억원, 노 대통령이 어릴 적 놀았다는 개천을 생태하천으로 꾸미는 데 60억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었다. ‘노 대통령 생가복원’ 및 ‘노사모 박물관 건립’ 등도 검토 됐었다.
당시 여론에서는 인구 3만의 진영읍에는 배보다 배꼽이 큰 270억원짜리 문화센터까지 건립하고 국민 세금과 지자체 돈 490억원을 쏟아부어 개인의 집을 풍수지리학적으로 배산임수의 명당으로 만드는 황당한 계획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었다.
또 새로 짓는 사저 근처에는 측근들이 내려와 살 빌라 14채를 짓기로 했었으니, ‘현대판 아방궁’ ‘노사모 순례지’라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다른 건 몰라도 민주당이 지금 편향적이고 정치적인 대선 공세를 펼치고 있음은 확실하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들의 과거를 깨끗이 잊는 집단 기억상실증을 겪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민주당은 과거 일기장을 꺼내서 스스로 외쳤던 공정성과 중립성이 보장된 특별검사 추천, 그리고 봉하마을에 투입된 국고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잘 따져보라. 그리고 잊고 있던 것들이 다시 생각났다면 이번 이 대통령 특검추진이 과거 자신들의 주장들에 한 치의 어긋남이 없는 행동인지 잘 판단하길 바란다.
김승근 기자 hemo@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