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상이군경회, 전몰군경미망인회,전몰군경유족회,재일학도의용군 동지회 회원 1만여 명은 오늘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반대 집회를 가졌다.
연사로 나선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연단에 서자 참석자들을 향해 경의의 뜻으로 큰 절을 했다. 그리고는 특유의 구수한 언변으로 세태를 비판했다.
'여기 눈 하나 잃으신 분들, 팔, 다리를 하나 잃으신 분들은 누구를 위해 자신의 몸 한부분을 바쳤나? 오로지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서였다.
대한민국에서 아무리 높은 사람도 이 분들 앞에서는 한없이 낮아져야 한다.
이 분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노아무개,이아무개가 대통령,국무총리를 할 수 있었겠나?'
'그들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조국을 어디로 끌고 가고 있나? 얼렁뚱땅 보안법을 폐지하고 적화통일로 가려는 것인가?
좌경세력,좌경세력 하는데 조국을 인민공화국에 팔아먹으려는 자들이 어째서 좌경세력인가? 매국노지...'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5000년 민족사상 가장 큰 번영을 이룩한 이들이 어째서 보수인가? 김정일에게 굽신거리면서 적화통일을 획책하는 자들이야말로 수구반동이다'
전몰군경미망인회장은 '이 정부는 각종 유공자를 양산해서, 국가유공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회참석자들은 '북이 대남 적화통일 전략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안법의 폐지는 국론분열과 사상적 무장해제를 가져올 뿐'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의 각성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집회에 참석한 신상희씨는 '빨치산을 민주인사로 만들면,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몸바쳤던 우리는 역적이란 말이냐'면서 '우리가 역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안법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바 민주화운동유공자들이 전몰군경유가족이나 상이군경들보다 훨씬 많은 보상금을 받는데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아들이 군대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아버지는 전쟁에서 부상을 당해 몇 십년 동안 밤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데, 국가에서는 해 준게 뭐냐?
나도 군대갔다가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하느냐?'는데, 할 말이 없더라.'
행사가 끝나자 참석자들 가운데 일부는 '공산당 옹호하는 KBS 각성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KBS방송국으로 진출을 시도했다.
휠체어를 탄 상이군인들, 팔다리가 없는 상이군인들, 소복 차림의 미망인과 유가족들이 앞장을 섰다.
하지만 이들을 가로막은 전경들은 모질었다. 시내에서 좌익세력들이 집회할 때에는 너무 쉽게 차도까지 내주던 그들이 상이군인들 앞에서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경찰은 연막탄까지 발사했다.
휠체어에서 굴러떨어진 한 상이군인은 전경들의 저지선을 뚫으려다가 전경의 군화발에 채였다면서 몸부림쳤다. 그는 앳된 얼굴의 한 전경을 가리키며 '저 놈이야! 기자들, 저 놈 사진 좀 찍어줘요!'라고 호소했다. 그에게 지목된 전경도 겁에 질려 울먹울먹했다.
상이군경들이 지팡이를 휘두르며 경찰들에게 '공산당 세상이 되면 너희들도 죽는거야. 그걸 알리자는 건데, 어서 비키라'고 호통을 쳤다. 전경들에게 분말소화기와 소독약을 뿌리고, 물병을 던지지도 했다.
대열 맨 앞에 선 한 전경도 울먹이며 '아저씨들은 아들도 없으세요? 제발 그만하세요'라고 호소했다.
맨 앞 대열이 흐트러질 기미가 보이자 도로를 차단한 전경버스 지붕 위에 있던 경찰간부들이 '대열 흐트러뜨리지 말라'고 호통을 쳤다.
참석자들은 '전경애들이 무슨 죄가 있냐? 저기 저 경찰간부 놈들이 나쁜 놈들이다'라며 버스 위를 향해 각목과 의자, 물병을 던졌다. 버스 지붕 위에 있던 경찰간부들을 황급히 달아났다.
가슴에 훈장을 단 6-25참전용사는 '작년까지만 해도 경찰들은 애국집회 때 참석자들이 행사장을 벗어나는 것을 막으면서도 미안해 하는 기색이라도 있었는데, 이제는 대놓고 정권의 개 노릇을 하고 있다'면서 '자기들이 사는게 누구 덕인데....'라며 펄펄 뛰었다.
도로를 차단한 전경버스 위로 뛰어 오르려다가 떨어져 다리를 다친 사람, 분에 못이겨 돌로 자신의 손가락을 찍는 사람, 전경들에게 비켜설 것을 요구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신의 배를 칼로 그은 사람 등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한 참석자는 '빨치산 남파공작도 유공자, 이들을 토벌한 전상자도 유공자냐'면서 '위정자여 각성하라! 반공!'이라고 외치더니, 칼로 배를 그었다. 순식간에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됐다.구급차가 와서 그를 실어갔다.
참석자들은 결국 도로진출을 포기했다. 무엇보다도 도로변에 지하철 공사를 위한 가건물들로 도로와 차단되어 도로진출이 어려웠다. 참석자들이 모질지게 못해 좌익들처럼 전경버스를 흔들어 쓰러뜨리거나, 장대로 전경들을 가격하는 일은 생각지도 못했다.
두 시부터 시작된 집회는 오후 네 시 반이 돼서 끝났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일부 참석자들이 처절하게 싸웠지만, 결국은 애국세력의 한계를 느끼게 한, 그리고 경찰이 이제는 완전히 '정권 편으로 돌아섰다'는 것을 확인케 한 행사였다.
상이군경회 등 보안법 폐지반대 집회
- 배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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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9-17, 18: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