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안철수法 만들어야 한다!

문재인-안철수 TV토론, 기대할 게 없다
문재인-안철수 TV토론, 기대할 게 없다.

대선이 29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박근혜 후보에게 맞설 야권후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 국민은 검증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대선 때마다 선진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이런 '단일화 야합 쇼'는 우리 정치를 구태정치로 내몰고 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의 '검증 회피'를 위한 단일화 쇼는 여러 부작용을 초래한다. 가장 우려되는 건 유권자의 혼란이다. 문-안 단일화가 되면 두 후보의 현재 정책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지금도 두 후보는 정치쇄신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데 단일화 후에는 서로에게 명분을 주고자 '제3의 공약'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97년 DJP단일화가 내각제 개헌이라는 '깜짝 공약'을 내놓았던 게 그 증거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유권자는 아무런 준비없이 그야말로 벼락을 맞는 처지가 된다. 유권자에게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재조정할 기간이나 여유를 주지 않는 문-안의 단일화가 바람직하지 못한 이유다.

문-안의 벼랑끝 단일화 쇼 때문에 정책 선거는 당연히 실종됐다. 美 대선의 최대 이슈는 '일자리·성장·복지'였지만 우리 대선은 오직 문-안이 단일화를 하느냐, 마느냐, 한다면 문재인이냐, 안철수냐에만 매몰돼 있다. 이런 정치공학에만 도가 튼 사람들이 정권을 잡는다면 '안보-경제-외교'등은 난장판이 될 게 자명하다.

야권의 최종후보가 정해지지 않아 TV토론이나 관훈토론처럼 언론 등이 후보를 검증하고, 유권자가 후보를 파악할 장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 21일 문-안 TV 토론이 있다지만 이는 잘짜여진 단일화 쇼의 일환이기에 기대할 가치조차 없다. 저들이 국민을 위한 단일화를 하려고 했다면 적어도 두달 전에 이미 단일후보를 내고 박근혜 후보와 치열한 정책대결을 펼쳤을 것이다.

대선이 임박할 때까지 시간을 최대한 끌어 검증을 회피하고 '권력나눠먹기'를 위해 같은 편끼리의 짜고 덤비는 TV토론에서 국민이 뭘 질문할 수 있단 말인가!

후보등록 마감일인 오는 26일까지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기대는 있지만 그렇다고 된다는 보장도 없다. 여론조사 하나만을 놓고도 설문 문항을 어떻게 작성할지에서부터 마찰을 일으킬 소지는 충분하다.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손을 맞잡고 새정치 선언이라는 것을 한 모양이지만 문-안의 새정치가 결국은 시간끌기, 검증회피, 권력나눠먹기였으니 26일까지 못박은 단일화 약속이 깨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박근혜 후보는 '국민, 새누리당, 민주당, 안철수 진영, 통합진보당, 시민단체, 편파적인 언론' 등의 신랄하고도 혹독한 검증을 분명히 거쳤다. 반면, 검증도 거치지 않고, 정치 경험도 거의 없는 문-안 두 후보가 TV토론에 불쑥나와 같은 편끼리 립서비스만 주고 받겠다는 것은 공중파 낭비요, 국민 우롱이다.

대한민국은 교역량에서 세계 7위, 군사력에서 세계 10위권, '완전한 민주주의'로 평가받는 세계 26개국 중 하나다. 이런 강력한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 선거가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쇼 때문에 이토록 파행으로 가야 한단 말인가!

미국 대선에서 야당인 공화당은 선거 5개월 전에 이미 후보를 확정해 오바마와 치열한 정책대결을 펼쳤었다. 중국의 새로운 리더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는 10년 전부터 차기 지도자 수업을 받으며 자격 검증을 거쳤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야권은 선거 30일 전까지 대통령 후보도 확정하지 않고 이슈만 선점하고자 야합 쇼만 해댄다.

유권자들은 5년간 나라를 맡길 사람에게 '당신은 이런 문제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고 제대로 물어보고 싶어한다. 문-안은 늦어도 26일 전까지 후보를 내는 게 국민에 대한 마지막 예의임을 명심하고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 누가 이기든 대선 후에는 단일화法(일명 안철수法-대선 몇개월 전에 후보 확정짓는 法)을 만들어 대선이 야합 쇼가 아니라 정책대결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단일화라는 권력나누기의 구태정치를 극복할 수 있다.

2012년 11월 20일
칼럼니스트 차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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