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대비 방위력개선비 증가율은 2007년 15.0%에서 2013년 2.3%로, 6년 동안 12.7%포인트 줄었다. 국방예산은 한때 정부예산의 20~30%를 차지했지만 차츰 줄어 10%대를 유지하더니 금년엔 10% 수준으로 낮아졌다.
반면 복지예산은 대폭 증액돼 처음으로 100조원 시대를 맞게 됐다. 정부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 수준으로 높아졌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2013년도 예산안에서 무상보육과 대학 반값 등록금 예산을 크게 확대했다는 점을 제1의 성과로 꼽았다고 한다.
일각에선 국방비도 성역이 아니므로 삭감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에 삭감된 내용을 살펴보면 군의 우려가 엄살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김관진 국방장관과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직접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김관진 장관은 지난 2일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안보 예산을 깎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방위력개선비 삭감으로) 앞으로 몇년내 전력지연 등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에 사업 관리를 잘해야 할 것”이라면서 “우리 환경에서 안보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복지예산 지출은 대폭 올리고 안보예산은 경쟁적으로 깎았다”면서 “국가안보에 대한 도전이 예사롭지 않은 시기를 안이하게 보고 투자를 소홀히한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삭감된 예산은 군의 핵심전력이 될 대형 무기구매 사업들이 많다. 공군 차기 주력전투기를 도입하는 차기전투기(F-X) 도입 사업에서 1300억원, 육군 대형공격헬기(AH-X) 사업에서 500억원, 해군 해상작전헬기 도입 사업에서 200억원이 각각 삭감됐다.
육군 차기전차 K-2 ‘흑표’ 사업은 수입산 파워팩(엔진+변속기)의 검증 문제로 인한 지연 등을 이유로 567억원이 깎였다. 장거리대잠어뢰 ‘홍상어’ 구매사업은 시험발사 실패의 원인규명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100억원이 줄었다.
유사시 북핵 시설 등 전략목표물을 먼거리에서 정밀타격할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도입 사업은 판매 측인 미국의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로 564억4000만원에서 564억원으로 거의 전액 삭감됐다. 상부구조 개편을 위한 C4I(지휘통제)시스템 성능 개량 사업도 260억원 전액이 깎였다.
여야 의원들은 이들 예산이 삭감되더라도 사업추진에 당장 지장이 없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단견이라는 지적이다. 언젠가는 들어가야할 돈을 깎은 것이기 때문에 차후 예산편성에 부담이 되고 인플레를 감안하면 결국은 더 많은 돈이 든다는 것이다. 예컨대 8조3000억원 규모의 F-X사업을 10년간 똑같은 예산을 투입해 추진한다면 매년 8300억원의 예산이 반영돼야 한다. 만약 금년에 5000억원만 반영됐다면 내년엔 평균예산 8300억원에 3300억원을 더한 1조1600억원이 배정돼야 정상적인 사업추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더구나 매년 인플레가 있기 때문에 시기가 늦춰질수록 사업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공군 F-X 1ㆍ2차 사업이나 조기경보통제기 사업 때 예산이 삭감되면서 후속 사업추진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군 차기전투기 사업의 경우 F-4ㆍ5 등 노후 전투기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더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방위사업청도 올 상반기중 기종선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육군 대형공격 헬기 사업도 노후한 육군 공격헬기 실태를 감안하면 더이상 늦춰서는 안된다는 것이 군의 입장이다.
군 관계자들은 특히 이번과 같은 예산삭감 행위가 되풀이되면 이미 진행중인 사업 추진에 돈이 모두 들어가게 돼 각종 신형 무기를 도입하는 신규사업 착수는 엄두도 못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방위력개선비가 전체 국방비의 30% 이하 수준으로 떨어지면 신규 무기사업 착수가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예산삭감 조치로 국방비 중 방위력개선비 비중은 지난해 31.8%에서 올해 29.5%로 낮아졌다.
더구나 우리 군은 이제 3년도 남지 않은 전작권(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을 앞두고 C4ISR, 전략타격 능력 확보 등에 많은 국방비를 투자해야 할 처지다. 국방부 관계자도 “삭감된 예산중엔 전작권 전환 대비와 관련된 것도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예비역 장성 등 사회 일각에선 우리 군의 전작권 전환 준비가 아직도 크게 미흡하다며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국방비 증액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보수정권이 다시 집권했지만 복지중시 정책에 따라 국방예산이 경시될 우려가 제기된다. 금년도 국방예산 삭감은 그 전조라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는 10년만의 보수정권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었다. 하지만 주요 무기도입 사업들을 연기하고 국방비 증가율이 노무현 정부 때보다 낮아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엔 CEO 출신인 이 대통령의 마인드가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다.
세계 주요국가들과의 국방비를 비교하면 우리의 현실은 더욱 답답하다.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국방비는 529달러였다. 이는 미국(2250달러)은 물론 이스라엘(1910달러), 호주(1098달러), 사우디아라비아(1755달러), 싱가포르(1575달러), 캐나다(600달러), 영국(927달러), 프랑스(803달러)보다 적은 것이다. 이들 국가중 우리처럼 남북이 대치하는 분단국가는 없다.
GDP 대비 국방비(2010년 기준)도 우리나라는 2.5%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4.7%, 러시아는 2.8%, 이스라엘은 6.5%, 싱가포르는 3.6%로 우리보다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안팎의 안보여건을 감안하면 국방비를 크게 늘려도 시원치 않을 판에 삭감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남북관계를 보면 2011년12월 김정일의 갑작스런 사망 이후 등장한 김정은 체제가 아직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수년 내에 이른바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이런 불안정성 속에서 약 3년 뒤인 2015년12월엔 전작권이 한국군에 전환되고 연합사가 해체된다.
반면 북한은 지난해 12월 은하 3호 장거리 로켓의 시험발사에 성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보유에 한걸음 성큼 다가섰다. 북한이 발사한 은하 3호는 500㎏의 탄두를 탑재하고 미 서부지역에 도달할 수 있는 1만㎞의 사정거리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그동안 두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했고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어 우라늄탄을 사용한 3차 핵실험이 예상되고 있다. 북한은 이처럼 핵·미사일·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면에서 우리보다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중국·일본 등 주변국의 정세도 심상치 않다. 중국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시진핑 체제는 ’해양굴기’를 주장하면서 태평양 진출과 지역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중국은 첫 항모 ‘랴오닝호’를 예상보다 빨리 취역시킨 뒤 전력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J-20, J-31 등 신형 스텔스전투기를 개발중이다. 2종의 신형 스텔스 전투기를 한꺼번에 개발하는 것은 미국을 제외하곤 중국이 유일하다. 미 항모전단을 위협할 대함 탄도미사일도 실전배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국방비는 최근 6년간 매년 11% 이상 증가했고, 2015년에는 동아시아 주요 12개국 국방비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함께 2010년부터 격해지고 있는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으로 일ㆍ중 간 군비경쟁도 가속화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중국위협론’을 내세우면서 헌법개정을 추진하고 군사력 증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헬기 탑재 경항모와 잠수함 능력을 확충하고 자위대 역할 확대, 미ㆍ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통합방위전략 수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 안팎의 안보정세는 소용돌이치고 있는데 우리나라 국회에선 복지를 위해 안보를 희생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고 걱정스럽다.(Konas)출처:월간자유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