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객관적으로는 도저히 전쟁이 일어날 상황이 아님에도 지도자의 오판(誤判)에 의해 전쟁이 종종 발발하는 역사적 사실에 주목한 것이다.
6·25 전쟁 때 김일성은 미국의 불개입과 한국 내부의 ‘반역봉기’를 가정해 승리를 낙관하고 전쟁을 일으켰다. 태평양전쟁의 도화선이 된 일본의 진주만 공격도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세계를 천황 중심의 위계질서로 재편·정복하려던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야망과 오판이 개전(開戰)의 동기였다.
김정은이 3대 세습을 완결한 후 장거리 미사일 도발과 3차 핵실험에 이어 거칠 것 없는 대남·대미 군사도발·협박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수십 년 한반도 안보 구조의 근간이 돼 온 정전협정, 한반도 비핵화, 남북기본합의서의 폐기를 선언한 데 이어, 핵 선제공격과 ‘전쟁 임박’을 공언하면서, 자신들에게 연간 1억 달러의 현금 조달 루트인 개성공단마저 폐쇄하려 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또한 영변 핵시설의 재가동을 선언하고, 가공할 장거리 미사일인 ‘KN-08’로 추정되는 물체를 동해 연안으로 이동시키는 등 끝없는 도발 책동을 구사하고 있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는 대로 어떤 형태로든 국지도발을 노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단순히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속설만을 믿고 방심해선 안 되는 이유다. 김정은의 ‘오판’에 의한 한반도 위기 가설은 국제적으로도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는 듯하다.
미국도 전례 없이 B-52, B-2 전략폭격기와 F-22 스텔스 전폭기를 한반도 상공에 산개시키며 핵잠수함까지 한·미 훈련에 포함시켰다. 북한에는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한국에는 안보우산을 펼쳐 민심을 안정시키려는 조치다.
김정은의 무모한 전쟁놀음 배경에는 내부통제의 목적도 있을 것이다. 그보다 우려되는 것은 젊고 경험 없는 무소불위 권력자의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심리상태다. 그는 아버지 김정일보다 훨씬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고, 최근 한반도 상황에 비정상적일 만큼 민감하게 반응해 국제적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전문가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기초한 대북 제재로부터 미 전술핵무기의 재반입, 미사일방어(MD) 가입, 대북 심리전 재개, 북한의 체제변혁, 그리고 자체 핵무장과 같은 구체적 정책 대안들까지 제시한 바 있다.
더 이상 과거 정권 때처럼 대학원 연구 수준에 해당하는 이상주의적 대북 접근 태도를 벗어나 한반도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는 정책 방안을 수립할 때다.
한반도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재삼 확인되면서, 한미연합사 곧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문제가 키 이슈로 떠올랐다. 현재 한미동맹의 핵심은 한미연합사 체제다.
연합사를 통해 한·미 양국군은 전시에 단일 지휘체계를 가동시켜 작전통제의 효율화를 기하고 미군의 자동 개입을 담보하며 특히 최대 69만 명에 이르는 미 증원 전력과 대규모 미 함정 및 전투기의 지원을 확보하게 된다.
국방부는 한미연합사를 해체해 전작권을 전환한다는 전제 아래 새로운 ‘미래연합지휘구조’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전해진다. 국민은 새 연합지휘구조가 과연 기존의 연합사 체제를 대신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양국군 간 단일지휘체계 성격을 견고히 유지하는 것이다.
어느 나라가 작전통제 사령관을 맡을 것인지의 자존심에 얽매여 사태를 그르쳐서는 안 된다. 지금은 위기의 국가를 구하고 한반도·한민족의 자유민주통일 대업을 달성하기 위한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konas)*이 글은 4월 5일자 <문화일보>에도 게재된 것임.(편집자 주)
홍관희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