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결정 부정이 ‘히틀러식 발상’이다




열린우리당에서 수도이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무력화하기 위한 의도의 온갖 막말과 험담이 이어지더니, 이젠 그것도 모자란듯 아예 헌재결정의 논거 중 하나인 관습헌법론에 대해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대의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도구로 동원한 이론”이라는 주장까지 펴는 모양이다. 김종률 의원이 오늘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 앞서 배포한 원고에 그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히틀러나 무솔리니 당시 독재자와 의회와의 관계 등 시대상황, 헌법재판소 출현의 기원 등에 대해 법률가인 김 의원이 놀랍게도 무지한 것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김 의원이 이런 것들에 대해 몰랐을 리가 없다고 본다면, 그의 주장은 역사적 사실을 뒤집고 뒤틀어 시세(時勢)를 바꾸려는 곡학아세(曲學阿世)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굳이 설명을 시도하자면, 히틀러의 나치즘 헌법과 무솔리니의 파시즘 헌법은 김 의원의 주장과는 전혀 달리 형식논리상 ‘대의민주주의,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를 철저히 ‘법제조기’로 만들어, 의회가 만든 법에 따라 전체주의적 통치를 했던 것이다. 당시 독일·이탈리아의 지성들이 고뇌했던 것도 독재자들이 의회민주주의라는 거부하기 힘든 명분으로 전체주의를 ‘포장’했기 때문이다. 관습헌법론이 성문헌법을 유린했기 때문에 독재가 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독재자들이 의회를 유린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히틀러·무솔리니식 전체주의였다. 이같은 입법만능에 의한 독재, 의회의 입법권에 의한 헌법 침해를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반성에서 2차대전후 독일과 이탈리아에 설치된 것이 헌법재판소이다.

이런 헌재 역사에 비추어볼 때 김 의원이야말로 헌법, 법, 권력 등에 대해 지금 히틀러식 발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 재판관 물갈이론, 사법쿠데타론 등 열린우리당의 개혁파 또는 386 출신들의 입에서 나오는 얘기는 헌법조차 완전히 안중에도 없다. 단순히 권력을 손에 쥔 세력의 일시적인 오만에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전체주의적 사조(思潮)에 그 뿌리가 있다면 보통 큰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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