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입 연기]
노무현 대통령은 어딜 가든지 단옷날에 과년한 처녀가 널뛰기하듯 극과 극을 오가는 발언으로 뜨거운 화젯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기업 그 중에서도 대기업을 향한 말은 오늘은 낯간지러운 사탕발림으로, 내일은 낯뜨거운 엿먹이기로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갈피를 못 잡게 한다. 과연 어느 게 진심인가?
'바깥에 나와 보니 기업이 곧 나라네요. 짝짝!'
'우리 경제를 성장시켜온 것은 우리 기업의 애국심이에요. 쪽!'
'거대 야당에게는 차떼기로 검은 돈을 갖다 바치고!'
'수출이 이렇게 잘 되는데 엄살 부리지 말게.'
'우리 경제, 기업을 경영해 본 이 어르신이 있는 한 걱정 없느니라.'
'너그들 나보다 나이야 몇 살 많지만, 평소에 잘 먹고 잘 살았으니까, 높으신 내가 리무진 타고 가면 봉고차에 몸을 우겨 싣고 노동자와 민주투사의 쓰라린 심정을 이해하는 계기로 삼을 겸, 감지덕지하는 마음으로 졸졸 따라오이라.'
'2만 달러, 3만 달러가 되면 누구나 잘 살게 된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야당인지라, 그들이 집권하면 연평균 6% 경제성장 달성하는 것은 가히 어렵지 않겠지만, '저가 약이 올라서', 2만 달러 되면 무슨 소용 있느냐는 우리당의 철학 때문에 설령 5천 달러가 되어도 코드 맞는 사람끼리 오순도순 살면 그만, 코드가 안 맞는 자들은 과거청산으로 비렁뱅이로 전락시키려는 우리당의 속내 때문에, 사실은 4% 성장도 힘들겠지만, 7% 성장이 자신 있다고 했지 뭐, 헤헤.'
[노무현 오빠의 단심가]
그러나 노무현 오빠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눈치코치도 없이 동서양을 넘나들며 순정을 다 바쳐 굵직한 바리톤으로 임 향한 단심가를 박수를 받건 야유를 받건 전혀 개의치 않고 소신껏 불러대곤 한다. 그 대상은 김정일 낭군(그가 남자인 줄도 모르는지, 아니면 자신이 여자인 줄 아는지)!
'북한 인권, 그것 이해해야 합니다. 남북화해, 상생의 시대에 너그러이 보아 주어야 합니다. 북한에 인권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 압니다. 알아요. 그러나 긁어 부스럼 만들면 안 됩니다. 대화를 딱 끊으면 어떡합니까? 금강산에 못 오게 하면 어떡합니까? 개성공단에 얼씬하지 못하게 하면 세계적인 석학 도올이 말씀하신 대로 일본과 중국이 다 차지할 건데 어떡합니까? UN에서 대북결의안을 2년 연속 통과시켰습니다만, 참으로 답답합니다. 그거 음모입니다. 미국의 음모! 그러다가 김정일 낭군이 화내면 어떡합니까? 보세요, 미국이 기어코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잖아요.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전쟁 납니다.'
'북한 핵, 그것 이해해야 합니다. 북한은 우리한테 상대도 안 됩니다. 국력이 우리의 20분의 1도, 30분의 1도, 100분의 1도 안 됩니다. 더군다나 남조선, 참, 남한에는 미군이 있지 않습니까? 반미 좀 하면 어떻습니까? 공화국, 죄송합니다, 북한은 얼마나 겁이 나겠습니까? 핵은 최소한의 돈으로 국력이 그들의 1천 배나 되는 미국과 1백 배 되는 한국을 상대로 맞짱 뜰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공포의 균형이긴 하지만, 그것이 평화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지렛대 아니겠어요?'
'북한 경제, 그것 이해해야 합니다. 미국이 호시탐탐 노리지, 미국이 경제를 제재하지, 겁이 나서 어떻게 살겠습니까? 무조건 도와 주어야 합니다. 그래 봐야 얼마 됩니까? 아무리 많아야 1년에 우리나라 하루 수출밖에 안 되는 5억 달러 내지 10억 달러 아닙니까? 뭐, 북한 인민에게 안 돌아간다고요? 아니, 왜 그리 쩨쩨합니까? 공산당과 인민군은 북한 사람 아닙니까? 설령 그들이 다 먹는다고 해도, 그만큼 인민들 것을 안 빼앗아 먹을 거 아닙니까?'
'북한, 무조건 믿어 주어야 합니다. 잘 보세요. 그들이 얼마나 변했습니까? 노르뎅뎅 작은 뽕밭이 넘실넘실 넓디넓은 푸른 바다로 바뀌었습니다. 동해와 서해가 무인지경으로 열렸지, 휴전선도 뚫렸지. 압록강 두만강도 북한 인민과 중국 인민이 수시로 드나들지. 순안 비행장으로 여차하면 인천 국제공항에서 바로 갈 수 있지. 아니면 북경에서 하늘을 날아 순식간에 들어갈 수 있잖아요. 이게 바로 개혁개방이 아니고 뭡니까? 햇볕 정책에 저들이 옷을 훌렁훌렁 벗은 거예요. 이제 평화와 번영을 향해 달음질치고 있어요.'
[조선 후기의 세도 정치]
정조 이후 조선은 급전직하로 몰락해 가는데, 그 당시 나라를 벼랑에서 떠다민 자들이 안동김씨, 풍양조씨들이다. 이들은 어벙한 임금을 나라에 앉혀 놓고 그 임금의 입을 빌어 미운 놈 다 죽이거나 발가벗기고 권력과 명예와 재물을 독차지했다. 왜 그들이 임금이 안 되었을까? 사람들이 곧 죽어도 삼강오륜을 들먹이며, 정통성을 부르짖었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임금이 되었다간 방방곡곡에 내란이 일어나서 부귀영화를 더 이상 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용을 한 마리 그려서 허수아비에게 입히고는 그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협박하면, 그 바보가 도깨비 방망이를 휘둘러 아무 거나 원하는 대로 다 주었기 때문이다. 손에 피 하나 안 묻히고 나라를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386의 피터팬 증후군]
386은 한국에서 가장 혜택을 많이 받은 세대이다. 80% 이상이 어릴 때부터 TV를 보면서 장난감을 갖고 놀면서 공부만 좀 잘하면, 무슨 떼를 쓰든 부모가 다 들어 주었다. 설령 공부를 못해도 길거리에 퍼질고 앉아 팔다리를 뻗대며 울어대면, 어쩌다 몇 대 맞을 뿐, 소원은 거의 다 이루어졌다.
이들이 마침내 대학생이 되면서 대학에 붉은 해방구를 설치했다. 소련과 동구가 무너지고 개혁개방해서 잘 산다는 중공의 천안문에서 인민군의 탱크가 맨손의 인민들을 상대로 대포를 쏘면서 무지막지하게 달려가는 것을 보고, 그들은 비로소 세상이 얼마나 무섭고 돈이란 것이 얼마나 벌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대부분이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인 경제 덕분에 마음만 먹으면 어디나 취업할 수 있어서, 생활인으로 돌아가, 어린애에서 갑자기 어른이 되었지만, 위장취업을 하거나 요상한 운동만 열심히 하던 이른바 PD파 NL파는 조금도 뉘우침이 없었다. 호시탐탐 때만 기다렸다.
'세상 모든 공산주의가 무너져도 북한은 건재하지 않느냐, 그들은 우리와 한 겨레가 아니더냐, 언젠가는 통일해서 한 가족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
[386의 대승리와 그들의 의식구조]
마침내 이들 소수의 '순수파'들이 대학과 노조와 시민단체에 이어 여당과 정부와 방송을 장악하게 이르렀다. 70년대까지의 민주투사들은 하나둘 시나브로 이들의 기획과 협박, 지령과 명령에 복종하게 되었다. 자리만 높은 자리를 차지했을 따름이다.
2002대선과 2004총선을 계기로 이들은 전향 의사를 전혀 나타내지 않고 대거 푸른집과 둥근집에 들어가 주인 행세를 하게 이르렀다.
이들은 돈 없으면 못 산다. 하루도 못 산다. 대학에서 해방구를 만들었을 때도 이들은 따로 창구로 만들어 학생회비를 걷고 구내 수익 사업에서 세금을 받아, 지방에서 동지들이 데모하러 올 때도 관광버스를 수백 대 대절시키고 8천원 짜리 도시락을 공짜로 수만 개 나눠 줄 만큼 부유했다. 화염병 만들 돈 정도야 언제든지 있었다. 70년대 이전의 막걸리와 짠지 세대와는, 낭만적 자유민주주의 선배들과는, 크게 용기를 내어 보도 블록을 깨뜨려 무기를 삼던 순진무구하던 시위대와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 이들은 대기업을 무의식적으로는 가장 사모하면서 의식적으로는 가장 미워한다. 이 무의식과 의식이 '83년' 복학생인 노무현 대통령에게 깊이 심어졌다.
386 주사파는 어떤 일이 있어도 '위수김동'과 '친지김동'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세상에 좋은 말을 다 동원하여 북한이란 말로, 민족이란 말로, 자주란 말로, 진보란 말로 북한 정권을 옹호한다.
[386의 친구, 노무현 대통령]
이 변함없는 첫사랑이 83학번인 노무현 대통령의 뜨거운 가슴에 깊이 심어졌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표를 고스란히 물려받고 386 선거참모들이 기획한 대로 나라를 사분오열 시켜, 방황하던 충청도의 표를 끌어들여 꿈 같은 대승리를 쟁취하고, 그가 용감하게 386 주사파에 충성을 다짐하다가 국회로부터 탄핵을 받았음에도, 이들이 즉시 방송과 언론과 인터넷과 광화문을 무단점령하여 꿈같이 '수구보수' 원조의 헌법재판소의 항서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기각! 그로써 '순진한' 대통령에게 한번 더 크나큰 은혜를 베풀었다. 내친 김에 이들은 대대적으로 총선에 뛰어들어 당당히 국회에 발판을 마련했다.
한일회담 반대파와 유신 반대파의 선배들을 얼굴 마담으로 앉히고, 이들은 여차하면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을 한 손아귀에 쥐었던 진시황제 못지 않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권위를 이용해서 국민의 80%가 반대하는데도
'국보법은 칼집에 넣어 박물관에 보관해야 한다!'라는
단 한 마디로 정국을 180도 돌릴 정도로 노련하기 짝이 없다. 전쟁의 달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386 주사파의 세도정치 시대이다. 그 힘은 북한의 핵무기보다 강력하다. 그들의 무의식이 스스로 누군가에게, 어쩌면 실체도 없는 그 누군가에게 저당 잡혀 있으니까.
(2004.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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